경기도 도청



[PEDIEN] 경기도 공직사회가 시대 변화에 발맞춰 공직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과거 공직자의 무조건적인 헌신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 존중하며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수평적 연대’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공직가치의 진화: 수직적 책임에서 수평적 연대로' 보고서는 광복 이후 사회 변화와 경기도 지방자치 30여 년의 역사를 분석하며 미래 공직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경기도 공직 가치가 시대에 따라 크게 네 단계를 거쳐 진화해왔다고 밝혔다. 민선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민을 보살피고 이끄는 ‘목민의 시대’였다. 1995년 지방자치 부활 이후에는 주민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성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영의 시대’가 열렸다. 이어 도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공복의 시대’를 거쳐, 2020년대 들어서는 도민과 공직자를 동등한 관계로 바라보는 ‘동료 시민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공직사회 구성원의 인식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중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 비율은 2021년 33.5%에서 2022년 45.2%로 11.7%포인트 증가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2022년 조사에서도 MZ세대 공무원 10명 중 8명은 공무원을 단순히 안정성을 넘어 경제적 편익을 추구하는 직장인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직의 안정성과 공익 실현이라는 전통적인 가치 외에도 일과 삶의 균형, 공정한 보상,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공직자의 역할을 민원 처리나 상급자의 지시 이행에 국한하지 않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도민과 함께 정책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의견 청취를 넘어 공론화, 주민참여예산, 타운홀 미팅 등 적극적인 참여 방안을 통해 정책의 설계 및 결정 과정에 도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연구원은 세 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했다. 첫째, 공직자의 전문성 강화다. 임용 초기부터 체계적인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 공직자가 현장 대응과 이해관계 조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도민과 공직자 간 상호 존중 관계 제도화다. 도민과 공직자가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사항과 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관리자는 단순 지시·감독을 넘어 실무를 이해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무한 책임이 아닌 합당한 책임의 원칙 확립이다.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홀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이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경기도와 31개 시군은 공통된 민원 응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재호 경기연구원 자치혁신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도민을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려면 공직자 역시 존중받는 동료로 인정해야 한다”며 “공직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민관 간 상호 존중을 제도화하며, 개인의 인내에만 의존하지 않는 책임 체계를 마련해야 도민 만족과 공직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