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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EN] 삼성생명이 유배당계약자들에게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을 배당하는 것을 거부하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현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과거 누적된 '유배당결손'을 근거로 배당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배당결손이란 과거 고금리 시절 판매했던 유배당 보험상품의 운용수익률이 약정 이율에 미치지 못해 발생한 누적 손실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일부 매각 시 발생하는 이익(0.2조 원)이 결손(1.2조 원)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계약자 배당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이러한 주장은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의원실에 제출된 자료에서 삼성생명은 30조 원 규모의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가상 시나리오에서는 8조 원의 계약자 배당을 비용으로 산정했다.
이는 소규모 이익 발생 시에는 결손을 내세워 배당을 거부하면서, 대규모 이익 발생 시에는 결손을 언급하지 않고 배당을 인정한 것이다. 김 의원 측은 삼성생명이 유배당결손을 보험채무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삼성생명의 '배당 불가' 주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59,800원일 때를 기준으로 작성됐으나, 현재 주가가 9만 원을 넘어서며 약 50% 이상 상승하면서 논리의 설득력이 크게 약화됐다. 현재 주가를 적용하면 매각 차익과 유배당 계약자 몫의 이익 역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전체 미실현 이익을 고려할 때, 과거의 운영 손실을 방패 삼아 천문학적인 자본 이득에 대한 계약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정당성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의 이러한 입장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회계처리 기준 정상화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금융당국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일탈회계' 중단 방침을 공언했다.
일탈회계가 중단되고 국제회계기준(IFRS17) 원칙이 온전히 적용되면, 삼성생명은 중대한 회계 현안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기존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은 원칙에 따라 '보험부채'로 재분류되어야 한다. 이는 계약자에 대한 잠재적 배당 의무가 명확한 부채로 인식됨을 의미하며, 삼성생명이 주장하는 '유배당결손 우선 상계' 논리의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둘째, 자회사인 삼성화재에 대한 지분법 회계 적용 문제다. 삼성생명은 '유의적 영향력이 없다'는 이유로 삼성화재에 지분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으나, 이는 다른 관계사에 지분법을 적용하는 것과 배치되는 이중적 잣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탈회계 정상화는 삼성화재 순이익을 삼성생명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정 의원은 삼성생명이 과거 손실을 내세워 계약자 이익 공유를 제한하고, 자회사 이익의 장부 반영을 회피하는 것은 국제회계기준의 일관된 적용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우선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문제의 근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이 단순한 투자자산을 넘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로 작동하는 기형적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이 회계 투명성과 계약자 보호를 위해 일탈회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현재의 입장을 고수한다면 IFRS17 원칙과 지속적인 충돌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는 강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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