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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EN]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식품공전의 분류 및 기준·규격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전통식품 업계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장류, 김치류 등 우리 고유의 전통식품 분류를 대폭 통폐합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품안전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3월부터 식품공전을 전부 개정한 지 10년 만에 24개 식품군, 102개 식품종, 290개 식품유형을 고치는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편안의 핵심은 전통식품 대분류의 대거 통폐합이다. 현행 식품공전상 떡류, 절임류, 김치류, 장류 등은 코코아가공품류·초콜릿류와 함께 ‘농산가공식품류’로 통합되는 방안이 검토된다. 벌꿀류는 아예 사라지고 ‘당류’로 흡수되며, 화분가공품류는 ‘기타식품류’에 흡수된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식품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낳는다. 권대영 전 한국식품연구원장은 “김치가 절임류 속에 있는 것도 문제인데, 절임류마저 없애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김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음식인 만큼 별도로 분리하고 200가지가 넘는 김치와 장아찌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식품 외에도 민감한 농축산 품목의 식품유형 폐지 논의도 가열되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완전표시제 시행과 맞물려 민감 품목으로 꼽히는 콩기름, 옥수수기름, 유채유 등은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식물성유지’로 통합된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수입제한과 관련해 안전성 논란을 일으켰던 분쇄가공육제품 식품유형은 양념육에 포함되어 사실상 폐지된다. 우유류와 가공우유, 산양유는 ‘액상우유’로 합쳐지고, 국산 원유가 99% 사용되는 강화우유와 유산균첨가우유 유형도 ‘가공유’로 통합된다.
송옥주 의원은 “식약처의 연구사업이 장류와 김치 같은 전통식품은 물론, GMO 완전표시제 대상 품목과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관련 민감 품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이어 “민감 품목의 식품유형 자체를 없애 식별조차 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자아낼 수 있다”며 “식약처는 관계부처 및 시민사회와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전담 부서를 별도로 설치해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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