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피란민의 삶이 동대문 의류산업의 출발점이었다

서울역사편찬원, 강북 7개 동네 역사 담은 답사기 발간... '기억의 장소'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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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뉴스팀




《서울역사답사기》제9권 표지



[PEDIEN] 서울의 익숙한 동네들이 품고 있는 도시의 기억과 역사의 흔적들이 책으로 발간됐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역사학자와 시민이 함께 강북 지역 7개 권역을 답사하며 기록한 《서울역사답사기》 제9권 <강북의 역사와 사람들>을 출간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책은 동대문, 해방촌, 마포 등 주요 동네가 교통, 산업, 이주 등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어떻게 서울의 시간을 저장하고 재생산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서울역사편찬원은 2004년부터 매년 시민 참여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며, 이번 제9권은 2024년 답사 결과를 바탕으로 강북의 주요 거점들을 다뤘다.

답사 권역은 동대문·청량리, 해방촌·이태원, 동대문·창신동, 뚝섬한강공원·화양동, 마포, 창동, 인현동 인쇄골목 등 총 7곳이다. 특히 동대문 지역은 '교통'과 '산업'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가 교차하는 곳으로 주목받는다.

조선시대 한양도성의 관문이었던 이곳은 근대에는 전차의 시발점이 되어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수행했으며, 청량리와 연결되어 오늘날 서울 동부 지역의 거대 상권을 형성했다. 동대문 의류산업의 기원은 6·25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이 인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옷감으로 옷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그 배후에는 창신동 봉제공장들이 밤낮없이 재봉틀을 돌리며 24시간 내 상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가능한 의류산업 집적지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해방촌과 이태원 역시 전쟁과 식민지라는 시대의 아픔 속에서 태어난 '이주민의 거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태원은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기지 건설로 마을을 잃은 주민들이 형성한 곳이며, 해방촌은 일제강점기 말 신사 터 위에 세워진 마을이었다.

광복 이후에도 미군부대가 주둔하며 발전이 더뎠지만, 현재 이들 지역은 세계 각국의 문화와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미로 같은 골목길을 간직한 채 도시의 원형을 품고 있는 '레트로'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강북 지역이 급격한 개발 속에서 오히려 일상과 역사의 결이 오랫동안 축적된 '기억의 장소'라고 평가했다. 이번 답사기는 1960년대 이후 사라지거나 변형된 흔적들을 동네의 기억과 연결하며, 서울 역사에 접근하는 입문서로서의 가치를 높였다.

《서울역사답사기》 제9권은 9월 30일 이후 온라인 서울책방을 통해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이나 시내 공공도서관에서 전자책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동네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서울의 시간을 함께 읽어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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