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대한민국 해양 역사의 살아있는 심장, 태안군 마도 해역이 800년 전 고려 시대 뱃길을 다시 깨우며 수중 고고학의 중심지로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4일 태안군 근흥면에 위치한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마도 북서쪽 해역 발굴 현장에서 언론공개회를 열고, 마도 해역에서 진행된 수중 발굴 조사의 주요 성과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고려시대 난파선 '마도5호선'의 실체가 온전히 규명되었으며, 국내 최초로 경상도 지역에서 출항한 고려 선박 '마도6호선'의 매장 흔적도 확인됐다.
이로써 태안 마도 해역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아우르는 삼남지방 전역의 세곡선과 상선들이 수도 개경으로 향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했던 고려 해상 물류의 절대적 교차로였음이 역사적으로 완벽하게 입증되었다. 태안군은 이번 발굴을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협의 등 행정적 지원을 지속하며 안전하고 원활한 수중 발굴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이목을 끈 성과는 마도5호선의 실체 확인이다. 지난해 청자 다발과 선체 조각 등 매장 징후를 포착했던 태안 해역에서 본격적인 수중 발굴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닻돌, 원통목, 밧줄 등 선체 부속품과 볏섬, 선상 생활용품인 청동호 등 총 54점의 유물이 출수되었다.
특히 선박에 실린 화물의 꼬리표 역할을 하는 목간 26점이 발견되면서 선박의 운항 실마리가 풀렸다. 목간에 기록된 '정묘년'과 '정묘 12월' 기록, 그리고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등을 종합하면 화물 수집 시기는 1207년 12월이며, 실제 출항은 1208년 봄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발송지는 전라도 영암군과 안로현이었고, 목적지는 고려의 수도 개경이었다. 이는 2009년 태안 마도 앞바다에서 발굴된 마도1호선과 정확히 일치하는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마도5호선에서 출토된 목간 중 개경 송득덕에게 보내는 화물표가 마도1호선 목간과 내용뿐 아니라 필적까지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이다. 연구소는 두 선박이 1208년 봄 전라도의 화물을 나눠 싣고 함께 개경으로 향하던 '동일 선단'이었으며, 험난한 태안 마도 해역의 거센 풍랑을 만나 나란히 침몰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와 함께, 마도2호선 동편 100m 지점에서는 국내 최초로 경상도 지역 출항선인 '마도6호선'의 흔적이 발견되었다. 청자유병, 도기정병 등 유물 20여 점과 함께 '사주호장목량', '반성형지미'라고 적힌 목간이 출수되었다. 사주는 고려 13대 조창 중 하나인 통양창이 있던 곳이며, 반성은 현재의 진주시 일대로 추정된다. 그동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선박들이 전라도 지역 출항선이었던 것과 달리, 경상도 조창에서 세곡을 싣고 출발한 고려 선박이 태안 바다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안 바다는 예로부터 조류가 거세 수많은 배들이 난파된 험로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거친 물길 덕분에 2007년 태안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마도 1·2·3·4호선, 그리고 이번 마도 5·6호선까지 총 7척의 고려·조선 난파선과 수만 점의 유물을 품어낸 세계적인 바닷속 타임캡슐로 우뚝 섰다.
군 관계자는 “이번 마도 5·6호선의 발굴은 태안이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바닷길의 중심이자 해양문화유산의 수도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뜻깊은 쾌거”라고 밝혔다. 이어 “2027년까지 이어질 정밀 발굴조사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국립태안수중유산박물관과 연계하여 태안의 독보적인 해양문화유산을 군민의 자긍심으로 승화시키고 전 국민이 태안의 찬란한 해양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독보적인 역사문화 관광 거점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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