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충북 옥천군 안남면 둔주봉 인근 대청호를 조망하는 곳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온 남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시집은 사랑마저 주거와 생계라는 현실적 조건 앞에서 흔들리는 시대상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가난과 노동, 고독과 희망의 풍경을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시집에는 표제작인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를 비롯해 사랑의 임대차 계약 등 총 54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결핍의 현실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가난과 노동, 허기와 고독, 사랑의 실패와 모멸 같은 삶의 단면들을 따뜻한 서정으로 감싸기보다 거칠고 생생한 언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밀린 월세, 식은 밥상, 닳아가는 몸, 무시당한 말, 기다려도 오지 않는 소식 같은 구체적인 현실들을 미화하거나 낭만화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의 현실과 사회 구조를 생생한 이미지와 유머를 버무려 전달하며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2014년 '제19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인 남 시인은 첫 시집 '들리지 않는 발소리'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노동과 인간의 존엄, 그리고 끝내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로 완성했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시집 해설에서 “남호순의 시는 결핍들을 하나의 관념으로 정의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물과 감각의 형태로 보여준다”며 “그의 시는 절망보다 생활의 냄새가 먼저 난다”고 평했다. 이는 그의 시집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위로를 건네는 작품으로 주목받는 이유를 설명한다.
남 시인은 시집 속 시인의 말에서 “이 뜨락의 풍경 속으로 잠입해 기어이 지워지고 싶다”며 “얼룩진 기분이 햇볕의 이빨에 자잘하게 씹히는 풍경 일부가 된다면 언젠가 배고픈 이가 이 뜨락을 지나치다 잘 마른 우울 한 조각을 우연히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라고 적었다. 이는 그의 시가 담고 있는 깊은 성찰과 진솔한 고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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