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옛 공장지대에서 삶을 일군 35명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미추홀학산문화원은 구술채록집 ‘미추홀, 살아지다 9 공업지대에서 주거로 도시가 품은 시간들’을 발간하고 오는 10월 29일 오후 4시 학산소극장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채록집에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학익동 공장지대에서 일했던 노동자, 연구원, 관리자들과 인근에 거주했던 주민들의 생생한 기억이 담겨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학익동은 과거 갯벌과 염전을 메워 조성된 땅 위에 국내 최초의 소다회 공장인 동양화학을 비롯해 한국유리, 대우전자 등 굵직한 산업 시설이 밀집했던 지역이다. 현재는 이 자리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인천 원도심의 역동적인 도시 변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가 되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공장 안의 사람들’ 편에는 동양화학, 흥한방적, 한일방직 등에서 근무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었으며, ‘공장 밖의 마을’ 편에는 공장 주변에 거주했던 주민들의 기억이 담겼다. 이 기록들은 단순히 통계 수치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사명감, 당시의 열악했던 주거 환경, 퇴근길의 소소한 풍경 등 생활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공장과 주민 간의 관계가 단순히 피해와 가해의 이분법적인 구도를 넘어, ‘삶터와 일터가 얽힌 공존의 역사’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귀중한 기록이다.
이번 채록집은 미추홀학산문화원 시민기록단이 약 5개월간 심층 취재를 통해 완성했다. 기록단은 학익1동 주민자치회 및 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하여 ‘구술자와 옛 사진을 찾습니다’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구술자들이 옛 동료를 소개하는 지인 추천 방식을 활용해 기록을 수집했다.
미추홀학산문화원 관계자는 “이번 기록집은 공식적인 기록이나 숫자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산업사의 빈자리를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로 메운 살아 있는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기록이 지역의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미추홀의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오는 29일 열리는 출판기념회에는 책에 실린 구술자들과 시민기록단, 지역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발간 과정을 되돌아보고 지역 기록 활동의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 참여 신청은 10월 23일부터 전화로 선착순으로 받고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미추홀학산문화원으로 문의하면 안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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