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문화 수도 수원이 K-화장실 세계화 앞장선다 (수원시 제공)



[PEDIEN] 세계에는 특정 분야의 ‘수도’라고 불러도 크게 이견이 없을 만큼 손꼽히는 중심지가 있다. 패션의 수도는 프랑스 파리이고 뮤지컬 공연의 중심지는 미국 뉴욕의 브로드웨이, 쿵후의 성지는 소림사인 것처럼 말이다.

수원시 역시 세계적 수도로 꼽힐만한 특별한 분야가 있다. 바로 화장실문화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 화장실을 생활 속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화장실문화 수도 수원을 확인해 본다.

지난 14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으로 꼽히는 필리핀 푸에르토 갈레라 지역에 수원형 화장실 ‘해우재’가 생겼다.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무엘레 헤리티지파크 쪽이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도 육로와 수상택시를 타고 4시간이 걸리는 2천700㎞ 이상 떨어진 곳에 수원의 표준을 담은 화장실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엘레 헤리티지파크에는 공중화장실이 필요했다. 해변이 아름답고 해양생물이 다채로운 휴양지이자 보트 관광과 호핑 투어 등 하루 1천500명 이상이 오가는 관광지에서 공중화장실은 중요한 해양 오염 대책이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화장실 설치를 위해 필리핀 관광부 및 갈레라 지방정부와 협력했다. 상수도와 정화조를 연결하고 남녀가 분리된 공간에 각각 변기를 설치하고 다목적화장실과 관리실 등 깨끗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번에 무엘레에 만들어진 공중화장실은 전 세계 32번째 수원형 화장실이다. 수원시는 2008년부터 세계화장실협회와 함께 개발도상국에 수원형 공중화장실을 설치해 왔다. 세계화장실협회가 19개국 52개 화장실을 건립한 가운데 수원시가 12개국 32개소를 지원했다.

수원시는 캄보디아 시엠립의 앙코르와트 유적지, 지진 피해 지역인 네팔에 있는 카브레 척수재활원, 수원과 자매결연 도시인 터키 얄로바시 내 페리터미널 근처, 몽골 울란바토르 징키스칸 동상 인근 등 공중화장실이 꼭 필요한 곳에 수원형 화장실문화를 심었다.

필리핀 무엘레 화장실 준공식에 하루 앞선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선 화장실문화에 대한 글로벌 교류 행사 ‘2026 세계화장실협회 제16차 이사회 및 제8차 총회’가 열렸다. 세계화장실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준 수원시장의 주재로 미국과 일본 등 11개국에서 60여명의 회원이 화장실문화를 주제로 국제회의에 의견을 모았다.

내년이면 창립 20주년을 맞는 세계화장실협회는 화장실 환경개선을 넘어 자원재순환과 지속가능한 관광, 공공 위생까지 활동 범위를 확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내년에 수원시에서 제9차 총회를 열고 공식 선언문을 선포하기로 결의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문화를 퍼트릴 국제기구 운영의 중심에 수원시가 있는 셈이다.

세계 도처에 수원형 화장실이 만들어지고 화장실문화의 국제적 교류의 중심에 수원시가 있는 것은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수원시에 뿌려진 화장실 문화 운동의 씨앗이 30년에 가까운 수원시의 노력을 양분 삼아 건강한 꽃을 피우면서 수원이 화장실문화 수도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수원에 화장실문화운동의 첫 씨앗을 뿌린 선구자는 민선 1~2대 수원시장을 지낸 고 심재덕이다.

민선 1~2대 수원시장을 지낸 그는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칭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화장실이 도시의 품격을 보여준다는 철학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를 준비하던 1990년대 중반부터 공중화장실 개선 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공중화장실 환경을 개선하고 수원 곳곳에 아름다운 화장실을 건립했다.

장안구 이목동에 있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에는 수원의 화장실문화 콘텐츠가 집중돼 있다.

변기 모양의 외관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심 전 시장이 수원시에 기증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10년 10월부터 전시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 누적 관람객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사랑을 받으며 수원만의 독특한 문화관광 콘텐츠로 자리를 잡았다.

해우재문화센터 3층에는 세계화장실협회가 있다.

지난 2007년 11월 창립한 협회는 21개 국에서 18개 기관과 96명의 회원이 가입해 누구나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누릴 권리를 확대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국제연합 경제사회이사회에 전문적 정보나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특별협의적 지위를 획득했다.

2023년부터 연임해 세계화장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는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수원시에서 비롯된 화장실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닦고 있다.

공중화장실 시설 현대화와 학교 화장실 개선에 힘쓰는 한편 세계화장실협회 활동을 주도하며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힘썼다.

수원시 화장실문화를 선진화하고 도시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데 열정을 쏟는 중이다.

이와 함께 수원시는 전국 최초로 화장실문화 업무 전담 행정 조직을 두고 세계화장실협회와 함께 화장실문화를 선도하고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총 182개의 공중화장실을 관리하고 개방화장실 제도로 민간이 소유한 118개 화장실을 지원한다.

이로써 수원시는 시민과 관광객 누구나 300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화장실문화 선도 도시가 됐다.

수원시는 위생적인 화장실을 넘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화장실을 만들고 가꿨다.

단순히 ‘용변을 보는 공간’에서 나아가 ‘편안하게 쉬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실현시키려는 노력이었다.

덕분에 수원의 화장실은 문화 공간이자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콘텐츠로 진화했다.

화성행궁 광장 근처 수원시립미술관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이름 자체도 ‘미술관옆화장실’이다.

언뜻 미술관 별관으로 보일 정도로 미술관과 닮은 화장실은 미디어 갤러리가 있어 미술 작품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영유아 가족을 위한 가족 화장실과 장루화장실 등 모두가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별하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진 내·외관과 기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수원시 화장실의 특징이다.

광교산 등산로 초입에 있는 ‘반딧불이화장실’은 화장실 내부에서 자연을 조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작품과 책이 비치돼 쉼터처럼 이용할 수 있다.

‘창룡문화장실’은 수원화성 성곽의 곡선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전통과 현대 건축미가 어우러진 화장실으로 꼽힌다.

수원화성 주변에서는 기와지붕을 얹은 화장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독특한 건물 형태를 갖춰 보는 즐거움을 주는 화장실도 여럿 있다.

팔달구에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를 기념해 만든 축구공 모양 화장실이 2곳 존재한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에 있는 ‘축구공화장실’과 인계예술공원에 있는 ‘염원화장실’이 그것이다.

야외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조각 작품들과 함께 배치된 축구공 모양 화장실은 공원 방문객들에게 아기자기한 추억을 더해준다.

또한 칠보산 일곱 개 보물 중 하나인 맷돌을 형상화한 ‘칠보맷돌화장실’은 등산객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으며, 파장동 맛고을거리 쪽에서 광교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항아리화장실’이 눈길을 끈다.

수원시는 행정안전부와 화장실문화협회가 매년 주관하는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에서 거의 매년 수상작을 배출하고 있다.

1999년 첫 공모 및 시상이 시작된 이래 올해까지 대상 3회를 포함해 총 32곳의 화장실이 수상하며 화장실 문화 선도 도시로서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깨끗한 화장실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도시의 품격을 높인다”며 “세계 화장실 문화의 수도 수원이 환경과 관광을 아우르는 새로운 화장실 문화를 선도하며 그 가치를 세계로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