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1966년, 약 80만 명의 시민이 찾았던 '8·15 도시계획 전시회'가 60년 만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다시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 최초의 종합 장기 도시계획인 '서울도시기본계획 '66' 수립 6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서울 도시계획 대관람"을 8월 14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1966년의 도시계획과 당시 열렸던 '8·15 전시회'를 도시의 새로운 미래를 열었던 '또 하나의 광복'으로 재해석한다. 1966년은 광복 21주년이자 정전 13주년으로, 서울은 전쟁의 상처를 딛고 복구를 넘어 도시의 청사진을 스스로 그리기 시작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박물관은 시민들과 함께 서울의 미래를 구상하고 공간화했던 그 첫걸음의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전시는 1966년 계획가들이 그렸던 서울의 미래상에서 출발해, 지난 60년간 도시계획이 서울의 공간과 시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추적한다. 도시계획 문서와 도면을 따라가며 강남, 여의도, 도로, 지하철 등 현재 서울의 익숙한 모습이 만들어진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전시는 '서울도시기본계획 '66' 수립에 참여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를 비롯해 서울연구원, 서울시립대학교,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등 관련 학계 및 전문 연구진이 공동으로 추진했다. 또한 서울 AI 재단과 MIT Senseable City Lab의 협력 연구 결과도 3층 도시모형영상관에서 연계 전시로 선보인다.
1966년 서울은 행정구역과 인구가 급격히 팽창했지만, 일자리와 생활시설은 도심에 집중된 상황이었다. 1955년 268㎢였던 행정구역은 1963년 613㎢로 확대되었고, 인구 역시 1955년 156만 명에서 1966년 약 379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은 주택난, 교통난, 도시 빈곤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며 서울 전체를 아우르는 장기계획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전시장에서는 당시 서울의 전경, 주택·교통·상하수도 조사 자료, 도시계획 관련 잡지와 문학작품 등을 통해 계획이 필요했던 당시 서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캐비닛 속 대외비 자료였던 1960년대 서울시 도시계획국과 서울도시계획위원회가 작성한 문서와 지도, 도면이 공개된다. 여러 장을 이어 붙인 1:3,000 축척의 손으로 직접 그려 관리한 대형 도면에는 도로와 용도지역을 덧그리고 수정한 흔적이 남아 있어, 당시 계획가들이 기초 자료를 만들고 도시의 밑그림을 종이 위에 그려나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서울도시기본계획 '66'은 서울 전체의 미래를 하나의 계획으로 종합한 첫 도시기본계획으로, 1985년을 목표연도로 설정하고 적정인구 500만 명을 전제로 약 713㎢에 이르는 도시계획구역의 미래를 구상했다. 이는 오늘날 서울시 행정구역보다 넓은 규모였으며, 인구, 산업, 주거지, 공업지역, 도심과 부도심, 도로, 공원 등 20년 뒤 서울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서울 인구는 목표연도보다 15년 빠른 1970년에 이미 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도시기본계획이 완성된 미래상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현실에 따라 계속 수정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는 1966년 도시계획 안내지에서 검은색으로 삭제된 문장을 통해 행정, 입법, 사법 기능과 경제, 교육, 문화 기능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하여 서울을 여러 중심지가 연결된 도시로 만들고자 했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강남 도시계획도면에서는 가장 먼저 학교 부지를 선정한 흔적을 통해 아이들이 걸어서 통학할 수 있도록 배려한 계획가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지는 않았지만, 여의도, 강남, 영등포, 잠실 등이 새로운 중심지로 성장하며 서울은 단일 중심에 의존하지 않는 다핵도시로 변화했다. 검게 지워진 한 문장을 통해 오늘날 서울의 공간구조가 어떻게 상상되기 시작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논밭이던 강남이 세계적인 도시 '강남'으로 변모해 온 과정과 함께, 1966년의 도시계획이 오늘날의 서울로 이어진 발자취를 조명한다. 강남 일대의 초기 측량도, 가로망도, 한강 개발과 교량 건설, 방사형·순환도로, 초기 지하철 구상이 오늘날의 도시공간과 교통체계로 이어진 모습을 소개한다.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 대중문화 속 서울의 모습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1966년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던 '8·15 도시계획 전시회'는 당초 안내지와 도면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로 계획되었으나, 대형 모형과 조감도, 새서울백지계획, 동부서울 개발계획 등이 추가되면서 약 80만 명이 관람하는 대규모 행사로 확대되었다. 시민들은 자신의 집과 땅에 도로가 생기는지, 어느 지역이 개발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전시를 재현하여 도시계획이 시민의 삶과 직접 마주했던 역사적 현장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1966년 이후 진화해 온 서울도시기본계획의 흐름을 조명하며, 환경, 역사 보존, 도시재생, 기후위기 등 오늘날 서울이 마주한 도시적 과제와 미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구성된다. 관람객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필요한 변화와 미래 서울에 대한 생각을 직접 남길 수 있으며, '2026년 우리는 어떤 미래 서울을 꿈꾸는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남기는 참여 공간도 마련된다.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 도시계획의 역사와 미래를 살펴보는 학술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8월 14일에는 서울연구원 주관 전문가 토론회에서 '서울도시기본계획 모니터링의 어제, 오늘, 내일'을 주제로 서울시의 도시기본계획 모니터링 체계의 추진 현황과 성과를 살펴본다. 10월 7일에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함께하는 심포지엄에서 '도시가 만들어지는 방법: 계획이 만든 서울이야기'를 주제로 도시기본계획이 오늘날 서울의 일상과 공간구조에 미친 영향을 논의한다.
전시를 기획한 정수인 서울역사박물관 박사는 "1966년의 계획이 오늘날의 서울을 완성된 모습으로 정확히 예언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 전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한 중요한 출발점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익숙한 도로와 지하철, 강남과 여의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앞으로의 서울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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