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5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순천 선암사의 전통 화장실, 측간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순천시는 지난 5일, 선암사 측간에 대한 국가민속문화유산 지정 예고 사실을 밝혔다.
대부분의 사찰이 현대식 화장실로 전환된 가운데,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선암사 측간은 한국 사찰의 수행 전통과 자연과의 조화를 상징하는 민속유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측간은 사찰의 재래식 화장실을 일컫는 말로, 선암사 측간은 과거 청측, 정랑, 대변소, 뒤깐 등으로도 불렸다.
선암사 측간의 정확한 건립 연대는 불분명하나, 1540년 '청측'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건립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1597년 정유재란으로 사찰 전체가 소실될 때도 일주문과 함께 화를 면했으며, 일제강점기인 1928년 해체 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1996년에 다시 한번 수리가 이루어졌다. 입구에 걸린 '뒤'라는 편액은 근대 불교를 대표하는 고승 경운원기 스님의 글씨에서 유래했다.
건물은 정자형의 독특한 평면 구조를 갖추고 있다. 앞면 6칸, 옆면 4칸 규모로, 지형의 높낮이를 활용하여 앞쪽은 단층, 뒤쪽은 중층 누각 형태로 조성되었다. 독특하게도 문 대신 가슴 높이의 칸막이를 설치한 개방형 구조다.
또한 쾌적한 공간을 위해 사용 공간을 지면보다 높게 만들어 악취를 줄이고, 전후에 살창을 설치해 통풍과 환기를 원활하게 한 점은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건축가 이수근 선생은 이곳을 '한국에서 가장 멋진 화장실'이라 칭했으며, 동화작가 정채봉 선생 역시 '대한민국 제일의 뒷간'으로 극찬한 바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선암사 측간이 전통 사찰 화장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시인은 물론 누구나 삶의 번뇌를 내려놓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시는 앞으로도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정 예고는 3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치며, 오는 9월 국가유산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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