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 시청



[PEDIEN] 천안문화재단이 오는 12월 20일까지 천안시립미술관에서 ‘눈금 없는 자: 분류 이전의 것들’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진작가 발굴·지원 사업인 ‘천안제로프로젝트’의 2026년 공모 전시로, 조은시와 최희정 두 작가가 참여한다.

‘문화다양성’은 일반적으로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 참여 작가들은 이 익숙한 이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다양성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흔히 ‘포용’과 ‘균형’이라는 언어로 다양성을 설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다르게 보고 무엇을 같은 것으로 묶을지는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추천 알고리즘은 개인의 취향을 항목별로 분류하고, 일상의 언어와 관습은 사람과 문화를 익숙한 범주로 묶는다. 시장 또한 차이를 상품의 종류로 환원시킨다.

두 작가는 이처럼 차이를 나누고 질서를 만드는 방식을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질문한다. 전시 제목의 ‘자[尺]’는 길이를 재는 도구인 동시에 판단의 기준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를 이용해 사물의 크기를 재고 등급과 서열을 매기지만, 눈금이 새겨지기 전의 자는 그저 길고 곧은 물체일 뿐이다. 아무것도 재지 못하는 물체가 측정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은 이 전시가 담고 있는 태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두 작가에게 각각 독립된 전시실을 배정하는 독특한 형식을 택했다. 서로 다른 매체와 시선을 하나의 주제 아래 나란히 배치하면서도, 그 경계를 섣불리 지우지 않음으로써 ‘다양성’이 개별성을 뭉개는 또 다른 분류표가 되지 않도록 했다. 두 전시실은 하나의 질문 안에서 공명하지만, 서로를 대신하지는 않는다.

천안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양성에 관한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들이 무엇을 어떤 눈금으로 재고 있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