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가지는 삶에서 더 소중히 바라보는 삶으로” (강진군 제공)



[PEDIEN] 서양화가 김해성 작가가 강진아트홀에서 기획초대전 ‘화려함 너머에 있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 10월 2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과 인물을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화려한 색과 흑백, 인간과 자연,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히 같은 꽃을 흑백과 화려한 색채로 각각 표현한 작품들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상징이다. 이는 직업과 지위, 돈과 집, 자동차와 여행 등 살아가며 하나씩 덧입히는 것들이 과연 ‘나 자신’과 같은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김 작가는 “색을 모두 걷어냈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꽃에서 인간의 삶으로 확장한다.

꽃과 새, 동물, 가족과 작은 집이 함께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더 많이 갖는 행복’이 아닌, 이미 곁에 있는 것을 소중히 바라보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삶의 메시지가 읽힌다. 김해성 작가는 이번 강진아트홀 초대전과 작품세계에 대해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이미지를 보면서 살아간다. SNS만 열어도 좋은 집, 멋진 여행, 잘 차려진 음식, 아름다운 풍경처럼 화려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고 조금 더 좋은 것, 조금 더 아름다운 것, 조금 더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할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화려함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화려함 너머에 우리가 끝내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결국 제가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고 덧붙였다.

전시에서 같은 꽃을 흑백과 컬러로 표현한 작품들에 대해 김 작가는 “꽃 하나를 놓고 한쪽에서는 모든 색을 걷어내 흑과 백의 농담만으로 표현했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같은 꽃에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해 화려한 색채를 더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꽃이 아니다. 하나의 꽃에 색이 더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바라보는 느낌은 전혀 달라진다.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래의 나에게 직업과 지위, 재산, 집, 자동차, 명품, 여행과 같은 것들이 하나씩 더해진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그 아래에 있던 본래의 내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그 색들을 모두 걷어낸다면, 마지막에 남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 꽃에서 시작한 질문이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한 질문이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가 생각하는 ‘화려함 너머의 것’은 거창하지 않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 가족과 함께 웃는 시간, 작은 집, 아침에 바라보는 꽃 한 송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일, 새가 찾아오는 나무 한 그루, 동물과 함께 걷는 평범한 하루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너무 익숙해서 이런 것들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결국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곁에 있는 것을 소중히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꽃뿐 아니라 사람과 동물, 새, 나무 등 자연적인 소재가 많이 등장한다. 김 작가는 “저에게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인간이 편리하고 더 많이 가지기 위해 자연을 계속 바꾸고 훼손하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더 큰 행복을 주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새가 날아다니고 동물이 뛰놀고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고 사람이 그 곁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풍경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존의 가치가 있다.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 식물과 자연이 각자의 자리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세상, 저는 그런 모습 역시 행복의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해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손으로 그린 회화와 디지털 작업이 함께 사용되는 것도 특징이다. 그는 “저는 오랫동안 평면회화를 해왔지만 디지털 기술도 적극적으로 작업에 활용해 왔다. 먼저 캔버스나 종이에 검은색으로 드로잉을 하거나 먹의 번짐을 이용해 흑백 이미지를 만든다. 그것을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하고 스마트폰의 스케치 앱 등을 활용해 다시 색을 입힌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제가 해온 작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 작업과 디지털 기술이 함께 만나는 방식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 완벽히 겹치지 않아 생기는 약간의 어긋남과 간극 역시 하나의 조형적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작가는 이번 강진 전시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어렵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꽃 한 송이, 새 한 마리, 작은 집, 가족과 함께 웃는 모습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것들을 편안하게 바라보면 좋겠다. 전시장을 나선 뒤 잠시라도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 많이 가지는 삶에서 더 소중히 바라보는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이미 곁에 있지만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행복을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해성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이번 전시까지 개인전 35회를 이어온 중견 서양화가다. 퀼른아트페어, 아트베이징, 독일 뮌헨 화이트 박스의 ‘올 어바웃 코리아’, 베를린 슐츠 컨템포러리의 ‘코리안 컨템포러리’를 비롯해 중앙미술대전 수상작가초대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등 국내외 단체전에 700여 회 참여했다. 시립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 북경창작촌 1기로 활동했으며, 현재 조선대 평생교육원 전담교수이자 ‘선과 색’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