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순천시가 순천만에 남은 흑두루미 한 쌍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 발 벗고 나섰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흑두루미의 먹이터를 새롭게 조성하고 건강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연기념물 흑두루미는 통상 10월 중순이면 순천만을 찾아 겨울을 나고 이듬해 3월 북상하지만, 올해는 두 마리가 월동 시기를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순천만에 머물고 있다. 이 중 한 마리는 먹이 활동 중 논바닥에 주저앉는 횟수가 늘어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지속적인 관찰과 보살핌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섰다. 지난 11일, 시민들과 함께 농경지에 미꾸라지와 우렁이를 방류하며 흑두루미의 먹이 공급망을 확충했다. 앞으로도 흑두루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서식지에 사람과 차량의 접근을 제한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시는 흑두루미의 잠자리와 먹이터, 이동 경로를 매일 꼼꼼하게 확인하고 행동 및 섭식 활동, 스트레스 반응 등을 관찰하며 건강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특히 몸이 불편한 개체가 안정적으로 쉴 수 있도록 쌀겨를 활용한 쉼터를 마련했으며, 야생동물구조센터와 협력해 분변 검사를 실시하는 등 의학적인 진단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거리 관찰을 원칙으로 삼고 주변 방해요인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는 흑두루미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 조성을 위해 순천만 일원 약 4ha 규모의 대체 서식지 무논을 조성했다. 수위와 식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며 주변 농경지 먹이터와 하나의 통합된 서식권으로 기능하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해룡들 주민들에게도 흑두루미 체류 상황과 주요 활동 지역을 상세히 설명하고, 농작업이나 통행 시 일정 거리를 유지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주민들 역시 자신들의 농경지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중요한 먹이터임을 인식하고 사람과 차량의 접근을 줄이는 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번 먹이 공급 활동에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순천만 생태학교 어린이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어린이들은 지역사회와 함께 동물성 먹이를 공급하며 흑두루미의 먹이와 서식 환경,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거리를 현장에서 직접 배웠다. 이는 농경지와 습지가 단순히 사람만의 생산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생명이 공존하는 생태계임을 체감하는 환경 교육의 장이자, 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농경지가 흑두루미 생존을 지탱하는 중요한 서식지라는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순천만 보전은 주민들의 친환경 농업과 철새 지킴이 활동, 그리고 시민들의 꾸준한 관찰과 기록이 결실을 맺은 성과다. 이번 활동은 어린이와 지역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며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생태를 위한 시민들의 실천은 오는 9월 순천에서 개최될 ‘만물공동회’로 이어진다. 시는 사람뿐 아니라 새, 나무, 강, 갯벌 등 자연의 존재까지 도시의 주체로 바라보는 학술·토론·예술·축제의 생태 공론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시민이 자연의 입장을 대변하고, 자연에 일정한 법적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화의 가능성도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흑두루미에게 안전한 잠자리와 먹이터를 지키는 현재의 실천은 이러한 논의를 현장에서 먼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순천시는 ‘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라는 시민주권의 가치를 미래세대와 인간이 아닌 생명까지 포용하는 ‘생태적 시민주권’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흑두루미 보호 활동 역시 행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개체 보호가 아닌, 지역사회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손훈모 순천시장은 “순천은 언제나 시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시민이 생태 보전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는 시민주권 도시”라며 “모든 정책은 시민의 목소리에서 시작되며, 행정은 그 실현을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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