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주 의원, 농산물 가격안정제, 데이터·거버넌스 핵심 변수 (국회 제공)



[PEDIEN]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농산물 가격안정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밀한 생산·유통 조사체계 강화와 적정 기준가격 설정을 위한 전담 조직 및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18일, 송옥주 국회의원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농협미래전략연구소가 주관한 ‘농산물 가격 안정과 적정 생산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과 농업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러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생산·작황·소비 전반에 걸친 농산물 수급 및 관측 통계 고도화 △사전·사후 수급 관리를 위한 생산·재고 조사 체계 마련 △생산 조절·폐기·기준가격 협의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등이 실효성 있는 가격안정제 추진을 위한 핵심 과제로 논의됐다.

송옥주 의원은 "양파 과잉 생산으로 밭을 갈아엎는 현실은 농정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정밀한 수급 예측과 가격 안정 장치를 통한 선순환 구조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쌀 시장 격리 의무화, 농산물 가격안정제, 자조금법 제정 등을 통해 농가 소득 안정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호 농특위 위원장 역시 "농산물 가격은 농가 소득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정확한 통계와 신속한 정책 집행, 농협 역할 강화가 병행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농산물 가격안정제가 농업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생산, 작황, 소비에 이르는 농산물 수급 및 관측 통계를 고도화하고, 사전·사후 수급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농협경제지주 원예수급부 허장행 국장은 가격안정제 작동 방식의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그는 "가격안정제가 작동하려면 기준가격과 평균가격의 차이에 생산량을 곱해 지급액을 산정해야 하는데, 정작 그 생산량을 누가 집계할 것인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과거 채소가격안정제가 농협 계획 재배 물량을 기초로 출하량 집계가 가능했던 점과 달리 농산물 가격안정제는 이러한 역할을 누가 어떻게 수행할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허 국장은 양파의 경우, 국내 소비량이 약 140만 톤에 이르지만 생산·유통 단계에서 소비 구조 변화를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공·깐양파 수요 등 소비 측면 관측 강화를 요청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단순한 재배 면적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봄배추부터 대파, 무, 양파까지 갈아엎어졌고, 다음 달 양배추 산지 폐기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며 "마늘 생산량을 줄이면 양파가 늘고, 양파를 줄이면 마늘이 늘어나는 등 단순한 재배 면적 조절 정책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배 면적 조절만 논의하고 수입량 통제가 빠진 수급 정책은 반쪽"이라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장 배민식 과장은 올해 조생종 양파의 경우 평년보다 단수가 약 40% 늘었고, 중만생도 20%가량 단수가 늘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 부진에 따라 통상 3월이면 소진되는 작년산 양파가 5월까지 유통되면서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고 분석하며, 현행 수급관리 체계에서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 작황 조사와 소비 관측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배 과장은 원예 농산물의 경우 기후에 따른 단수 변화가 급변하는 특성을 고려해 실측 데이터와 기후 데이터를 결합한 고도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10년치 대형마트 판매 가격 데이터를 활용해 분기별 소비량을 추정하는 등 소비 관측 강화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박영구 전문위원은 GPS 단말기를 이용한 필지 실측, 드론 항공 촬영을 통한 재배 면적 추정, AI 기반 작물 분류 모델 개발 등을 통해 관측과 시장 반응 간의 간극을 줄이겠다고 설명했다.

생산비 산출과 적정 기준가격 설정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장도환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5개년 평균 가격의 85%와 법정 기준 가격 중 높은 값을 택하되, 법정 기준 가격의 115%를 넘지 않는 미국 가격 손실 보전 제도의 가변적 기준 가격처럼 물가 상승 등 시장 변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현식 농협미래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농가 총소득은 높지만 농업 소득은 낮은 이유가 생산비가 과소 계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쌀산업연합회 문병ционно 회장은 30년간 쌀 생산비가 2.2배 증가하는 동안 직접 생산비는 2.9배 폭증했으며, 위탁 영농비 비중이 크게 확대되고 비료·농약·육묘 단가도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문 회장은 핵심 문제는 비용 충격의 가격 반영 시차라고 강조하며, 유가·원자재 충격으로 생산비가 급등해도 산지 가격이나 기준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극심한 시차가 존재하며 이 공백을 농가가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내외 충격을 상시 모니터링해 즉시 반영하는 충격 예측 시스템을 가격 모형 안에 가동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국가 생산비 통계가 연 1회 조사에 그쳐 현장 체감 비용과 괴리가 크고, 지역별·규모별 생산비 격차가 큰 상황에서 분기 조사로 주기를 단축하고 표본을 확대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 물가 측면의 평년 가격과 생산자 보호를 위한 기준 가격을 별도로 설계하는 '투 트랙 가격 전략' 도입도 건의했다.

엄 위원장은 전북과 충남의 쌀 생산비 차이가 20만원이 넘는 등 같은 농산물이라도 지역 편차가 큰 만큼 하나의 기준 가격은 한계가 있다며, 생산비와 농민의 지속 가능한 소득을 보장하는 '공정 가격' 도입을 요청했다.

허 국장은 기준 가격이 생산비를 토대로 정해질 때 전체 거래량을 총 거래 가격으로 나눈 값이 생산비·경영비와 잘 매칭된다며, 가락시장 상·중품 평균 가격 위주 접근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업인 소득 보전을 위해선 반드시 수확기 가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협의와 수급 조절을 위한 거버넌스 운영 또한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농특위 송원규 본위원은 "가격안정제의 설계가 좋다고 작동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올해 봄 양파 가격 폭락 사태가 제도 설계와 작동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안전 생산 공급 지원 사업에서 각 단계별 책임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광역 수급관리센터와 중앙 주산지 협의체의 역할 분담을 여름부터 집중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거버넌스 안에서 농협의 위상이 미흡한 만큼 역할을 재정립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위원장 역시 올해 봄배추·대파·무·양파에 이어 다음 달에는 양배추 산지 폐기 계획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원인으로 과도한 농산물 수입과 더불어 농민을 배제한 농산물 수급 정책 및 비축 물량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재를 지목했다.

한편, 오는 8월 27일 농산물가격안정제 시행을 앞두고 있는 농식품부는 책임 주체, 생산량 집계 방식, 기준 가격 산정 세부 기준, 소비 관측 체계 등 실제 작동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설계를 마치고 9월 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대상 품목 등을 확정한 뒤, 11월 광역 단위 선제적 수급 관리 계획 수립을 도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