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재미농장



[PEDIEN]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잊힌 절기의 감각을 되살리는 특별한 전시를 선보인다. 오는 2026년 5월 12일부터 10월 18일까지 실학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이십사二十四 : 하늘을 읽어 땅을 살리다’는 단순한 계절 구분을 넘어, 자연의 흐름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던 선조들의 지혜를 오늘날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일상에서 희미해진 제철의 감각을 되살리고자 기획되었다. 절기는 흔히 농업 지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근간에는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시간의 질서를 세운 천문 관측과 계산의 역사가 자리한다. 옛사람들에게 하늘을 읽는 일은 곧 땅의 삶을 살피는 일이었으며, 절기를 아는 것은 백성의 생업과 일상을 지키는 일과 직결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시는 ‘관측-전달-실천’의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천문 관측기구와 책력 등 유물을 통해 하늘의 변화가 사회적 약속인 시간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혼개통헌의’, ‘농가월령가’ 등 실학자들의 노력을 바탕으로 국가의 영역이었던 시간이 개인의 생활 지식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3부에서는 절기와 농사, 제철 먹거리, 순환의 삶을 연결하며 실사구시와 애민 정신이 오늘의 생태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혼천의’, ‘앙부일구’, ‘시헌서’ 등 천문 관측과 책력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공개된다. 국가유산인 ‘혼개통헌의’는 절기를 읽는 일이 관청의 전문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개인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3부에서는 오늘날에도 절기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펼쳐진다. ‘지구농부 이야기’는 철에 맞춰 땅을 해치지 않는 농사를 이어가는 농부들의 목소리를 담았고, ‘제철밥상 이야기’는 지역 작물을 살피고 제철의 맛을 요리하는 사람들의 실천을 보여준다. ‘순환의 삶 이야기’는 먹고 남은 것을 흙으로 돌려보내고 버려지는 것을 줄이며 인간의 삶과 땅이 이어져 있음을 회복하려는 생태적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절기가 과거의 농업 지식이 아니라 기후 위기와 생태적 전환의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할 삶의 감각임을 전한다.

실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의 실학자와 오늘날의 생태 활동가를 연결한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따라야 할 삶의 질서로 인식했던 실학자들의 자연관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시 비춘다. 기후 위기가 중요한 과제가 된 지금, 절기를 다시 읽어보자는 제안은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삶의 기준을 다시 세우자는 메시지로, 관람객에게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전시는 전 연령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과 일러스트 위주로 구성되었으며, 친환경 전시를 시도하며 ESG 경영에도 앞장선다. 절기 ‘소만’이 시작되는 5월 21일에는 개막행사가 열리며, 전시 기간 지역 농부, 예술단체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체험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절기를 과거의 지식으로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하늘과 땅, 사람의 삶을 잇는 살아 있는 감각으로 다시 풀어낸 자리”라며 “관람객이 실학자들의 시선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고 오늘의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치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절기를 따라 삶의 리듬을 세우고 제철과 순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에도 필요한 감각”이라며 “이번 전시가 오랜 실학의 지혜를 오늘의 언어로 만나보는 뜻깊은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