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경기연구원이 혁신적인 AI 안경의 확산에 따른 기회와 위험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구체적인 대응 방안으로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다.
‘AI 안경의 명암과 대응 방안: 혁신은 넓게 위험은 정밀하게’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일반 국민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89.5%가 AI 안경으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촬영되는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나, 편리함에 대한 기대보다 위험에 대한 인식이 더 높음을 시사했다.
기능별 기대 편익이 5점 만점에 평균 4.02점이었던 반면, 위험 인식은 4.20점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
외국어 실시간 번역이나 길 안내와 같은 개인 편의 기능에 대한 기대는 높았으나, 재난·응급 대응이나 장애인·고령자 지원과 같은 공공 분야에서의 활용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AI 안경의 촬영 기능은 직접 사용하겠다는 응답이 56.2%에 달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서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6.8%에 그쳐 29.3%p의 큰 격차를 보였다.
이는 ‘나는 되고 남은 안 되는’ 이중잣대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지점이다.
특히 대화 녹음·요약, 감정·건강 분석, 얼굴 인식 등 주변 사람을 기록·분석하는 기능일수록 이러한 격차는 더욱 커졌으며, 응답자의 4명 중 1명은 하나 이상의 기능에서 ‘나는 쓰겠지만 남이 쓰는 것은 허용 못 한다’고 답했다.
허용 수준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은행이나 법정과 같이 민감한 장소에서는 당사자의 동의나 기관의 사전 승인이 있을 때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시험장에서는 응시자가 AI 안경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48.2%가 ‘원칙적 금지’를 택해, 12개 상황 중 유일하게 금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AI 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응답은 92.2%에 달했다.
반면,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의료 보조기기로 사용될 경우에는 사전 승인 후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82.7%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것은 AI 안경의 ‘전면 금지’가 아니라 ‘안전하게 사용하게 하는 것’이었다.
작동 표시, 얼굴 자동 가림, 자동 삭제, 거부권 행사 등 9가지 보호 조치는 모든 공간에서 81~88%의 필요성을 인정받았으나, ‘전면 금지’는 58~73%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AI 안경 구매 의향은 걱정의 크기와 비례하기보다 인지와 체험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안경을 잘 알거나 직접 체험해 본 응답자가 그렇지 않은 응답자보다 3배 이상 높은 구매 의향을 보였다.
응답자의 절반은 편익과 우려를 동시에 느끼는 ‘기대·우려 공존형’으로 분류되었다.
경기연구원은 AI 안경이 같은 기능이라도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핵심 쟁점은 ‘어떤 공간에서 누가, 어떤 기능을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는 ‘금지가 아닌 조건부 수용’을 기본 방향으로 제시했다.
혁신 측면에서는 시각·청각 장애인 보급 시범 사업, 사용자 교육 강화, 개방형 혁신 촉진, 그리고 소방·재난·시설 점검 분야에서의 우선 실증 및 결과 공개를 제안했다.
위험 측면에서는 공간의 민감도를 3단계로 나누고, 촬영·녹음·얼굴 인식 등 기능 단위로 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신호등 규칙’을 제안했다.
시험장 등 고위험 공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보조기기 사용은 사전 승인을 통해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체계에 착용형 기기 촬영 피해를 추가하고, 보호 기능을 기본값으로 갖춘 기업을 조달 및 실증 사업에서 우대하는 방안도 포함했다.
이승환 경기연구원 AI연구실장은 “AI 안경은 누군가에게는 눈과 귀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감시 카메라가 될 수 있다”며, “어디서 누가, 어떤 기능을 쓰는지에 따라 규칙을 달리하면 혁신은 넓히고 위험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이어 “사용 관행이 굳어지기 전인 지금이 규칙을 만들 가장 좋은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PEDI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