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인천시가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를 막기 위해 도입한 '안전신호등' 시스템을 전국적인 화학사고 예방 표준으로 발전시킨다. 지난해 잇따른 화학사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자의 순간적인 실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각적 식별 체계와 물리적 연결 차단 장치를 강화하는 정책이다.
안전신호등은 화학물질별 전용색상을 저장탱크부터 배관, 밸브, 주입구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고, 서로 다른 물질의 주입 호스가 잘못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 연결장치를 사용하는 예방 체계다. 이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오인, 오주입, 혼입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데 핵심을 둔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두 건의 화학물질 오주입 사고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8월 인천환경공단 공촌사업소에서는 차아염소산나트륨을 황산알루미늄 저장탱크에 잘못 주입해 작업자 4명이 다쳤다. 같은 해 9월 미추홀구의 한 반도체 제조공장에서는 염소산나트륨을 염산 저장탱크에 잘못 넣어 2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들은 화학물질과 주입구를 잘못 확인한 순간의 착오가 유독가스 발생과 다수의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례다.
인천시는 사고를 작업자 개인의 부주의 문제로만 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작업자에게 더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실수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각적 식별 체계와 물리적 연결 차단 장치를 갖추는 방향으로 화학사고 예방 정책을 전환했다.
화학사고 10건 중 9건 이상은 시설 결함이나 안전기준 미준수에서 비롯된다. 화학물질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5년까지 인천에서 발생한 화학사고는 총 49건으로,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92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2025년에는 8건의 사고로 1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쳐 최근 12년 중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는 설비의 대규모 파손이나 복잡한 공정 이상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누출된 화학물질이 인체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반응하는 물질이 섞이면 유독가스와 고열이 발생하고 화재·폭발로 확대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업장 밖 시민 생활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화학물질 취급 현장의 표시 체계는 사업장과 시설마다 달랐다. 저장탱크에는 화학물질명이 크게 표시돼 있지만, 배관에는 유체의 흐름 방향만 표시되거나 밸브에는 관리번호만 부착돼 작업자가 별도의 도면이나 작업지시서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입구에는 물질명이 없거나 오래된 라벨만 남아 즉시 식별하기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탱크에 색상이 표시돼 있더라도 배관, 밸브, 주입구에 같은 표시가 적용되지 않으면 작업자는 여러 정보를 따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숙련된 작업자도 순간적으로 배관이나 주입구를 혼동할 수 있다.
이에 인천시는 현장에서 화학물질을 쉽고 직관적으로 구분하고 잘못된 물질은 애초에 연결하기 어렵도록 작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안전신호등은 같은 화학물질에 같은 색상을 적용해 저장탱크부터 배관·밸브·주입구까지 일관되게 표시하는 시각적 식별 체계다. 예를 들어 차아염소산나트륨은 초록색, 황산알루미늄은 파란색, 수산화나트륨은 노란색 등으로 구분해 작업자가 화학물질의 저장, 이송, 주입 과정에서 물질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현장 여건에 따라 서로 다른 화학물질의 배관과 주입호스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전용 커플링도 적용한다. 연결구의 직경이나 나사산, 핀 또는 키의 위치 등을 물질별로 다르게 해 작업자가 색상이나 물질명을 잘못 확인하더라도 연결 단계에서 오주입을 한 번 더 차단하는 방식이다.
안전신호등은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사업이 아니다. 현행 법령에 따른 취급 기준, 경고 표지, 안전 교육, 시설 검사 및 비상 대응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각적 식별과 물리적 연결 차단 장치를 더해 사람의 실수가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안전관리 시스템에 법정 표지와 물질명 확인 색상을 함께 활용한 반복 확인, 작업자 주의 강화와 더불어 실수하기 어려운 작업 환경 조성, 탱크부터 주입구까지 일관된 표시, 사고 발생 후 원인 분석과 더불어 사고 이전 단계의 위험 요인 차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8월 공촌사업소 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 대책회의를 열어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2025년 9월부터 11월까지 인천환경공단 13개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 시설 103곳의 개선을 완료했다. 개선된 시설에는 약품 탱크와 주입구에 화학물질명과 전용색상을 표시하고, 주입구에는 명패와 시건장치를 설치했으며, 탱크 주변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 보관함과 회전경고등도 배치했다.
올해부터는 공공 시설에서 확인한 적용 경험을 민간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확대한다. 희망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며, 전문가가 사업장을 방문해 취급 물질과 공정을 확인하고 시설 여건에 맞는 색상 표시 및 전용 연결 장치 적용 방안을 제시한다.
인천시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현장 적용 결과를 축적해 업종·시설별 적용 방법과 유지 관리 기준을 정립하고, 2027년 이후에는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표준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화학물질별 시각적 식별 체계 도입, 일관된 표시 기준 마련, 전용 연결 장치 적용 등 인천에서 실증한 예방 방안이 법령과 지침 등 국가 안전 관리 정책에 반영되도록 중앙 정부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윤은주 시 환경안전과장은 “화학사고 안전신호등은 작업자에게 더 주의하라고 요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순간적으로 착각하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작업 환경과 안전 관리 체계를 함께 개선하는 정책”이라며 “인천의 경험이 국가 화학물질 안전 관리의 새로운 표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과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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