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새로운 변화, 모두가 행복한 산청’을 기치로 내걸고 쉼 없이 달려온 이승화 산청군수가 민선 군정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언제나 불이 가장 먼저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던 군수실 책상 대신, 흙먼지 날리는 농로나 공사 현장을 더 익숙하게 여기던 그의 4년은 영광과 시련이 교차했다.
이승화 군수의 진정성은 화려한 행사가 아닌, 예상치 못한 재난과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거대한 산불로 푸른 야산이 붉게 타오르던 순간,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진 집중호우로 삶의 터전이 흙탕물에 잠겼던 순간에도 그는 작업복 차림으로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았다. 진화 대원들을 독려하고, 수마가 휩쓸고 간 들녘에서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탕 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 군민들의 손을 잡았다.
그는 뼈아팠던 순간들을 회고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산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며 발을 구르시던 어르신들, 농작물이 물에 잠겨 통곡하시던 농민들의 뒷모습을 보며 제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고 말한 그는, 군수의 자리는 번듯한 집무실이 아닌 절망의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장화 차림으로 수해 복구 현장을 누비며 망연자실한 군민들과 함께 울고 어깨를 다독였던 시간은 그의 평생 잊지 못할 훈장이 되었다.
군민의 고단한 일상을 어루만지는 밀착형 복지 행정 또한 그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전국적인 찬사를 받으며 안착한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는 고향을 지켜온 어르신들을 향한 깊은 위로이자 보은이었다. 장날이면 꼬깃꼬깃한 천 원을 찾던 어르신들의 모습에 마음이 먹먹했던 그는, 버스 무료화 시행 후 환하게 웃으며 “이제 버스 탈 때 지갑 안 찾아도 돼서 좋다”고 말하던 할머니의 주름진 미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인간 중심의 철학은 정주 여건 개선으로도 이어졌다. 대규모 상하수도 정비와 노후 생활 인프라 확충을 위해 중앙부처와 국회를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국·도비 확보에 사활을 걸었고, 군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일상을 누릴 수 있는 든든한 기틀을 마련했다.
산청의 위상을 세계로 끌어올린 굵직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다.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는 산청을 세계적인 전통 의약과 한방 항노화 산업의 메카로 각인시켰다. 또한 ‘산청한방약초축제’를 정부 지정 명예 문화관광축제로 도약시키며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이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 동의보감촌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및 귀농·귀촌 인구 유입을 위한 미래 산업의 밑그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서도 아쉬움은 남았다. 그는 ‘더 깊게 다가가지 못한 소통의 한계’를 가장 뼈아픈 아쉬움으로 꼽았다. 행정의 속도를 내고 대형 사업을 추진하느라 군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목소리를 세밀하게 청취하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앞에서 청년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완벽히 완성하지 못한 점, 지리산권 관광 자원의 글로벌 확장을 후임 군정의 몫으로 남겨두게 된 점 역시 그의 아픈 손가락으로 남았다.
이승화 군수는 퇴임을 앞두고 3만 4000여 산청군민을 향해 진심 어린 마지막 편지를 띄웠다.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가장 큰 자산은 위대한 군민들이라며, 이제는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가 산청의 빛나는 내일을 응원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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