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천년 전 고려 시대 문인들의 삶과 예술적 취향이 강진 청자 화분을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강진군 고려청자박물관은 지난 22일 강진아트홀 소공연장에서 국제 전문가를 초청한 학술강연을 개최하고, 청자 화분이 지닌 쓰임을 중심으로 고려 문인들의 생활문화와 미적 감각을 조명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강연은 지역 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지역 주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국 전당고등연구원 도자문화연구소의 꿔쉐레이 교수가 직접 강연을 맡았으며, 푸단대학교 한국학과의 성고운 교수가 통역을 담당했다.
'송·고려 문인의 도자기 향유-기물의 쓰임과 취향으로 읽는 청자문화'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강연은 단순히 청자의 빛깔이나 문양을 넘어, 당시 사람들이 청자 화분을 어떻게 활용하고 감상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제공했다. 특히 작은 화분에 돌과 석창포를 담아 서재에 두고 즐겼던 문화는 청자와 문인의 일상 사이에 형성된 독특한 관계를 보여주었다.
강연에서는 강진과 부안 등지에서 출토된 사각형, 원형, 팔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청자 화분들을 관련 문헌 기록과 함께 면밀히 분석했다. 또한 바닥에 구멍이 없는 청자 화분이 석창포를 기르는 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유물의 형태와 실제 쓰임새를 긴밀하게 연결하여 설명했다.
강연장에는 석창포를 심은 청자 화분이 실제로 전시되어 참석자들이 식물과 도자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 문인 이규보가 남긴 석창포 관련 시문 역시 청자 화분의 쓰임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소개되었다. 이를 통해 작은 화분에 돌을 놓고 석창포를 가꾸던 서재의 풍경은 화분이 단순한 장식용 그릇을 넘어 자연을 가까이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생활 속 기물이었음을 조명했다.
더 나아가 식물을 돌보고 감상하는 과정에 담긴 고려 문인들의 섬세한 취향과 삶의 태도 또한 함께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와 함께 지역 서예협회 회장이 이규보의 석창포 시를 직접 쓴 서예 작품을 선보이며 강연의 의미를 더했다.
청자 화분과 석창포, 이를 노래한 시와 서예 작품이 한자리에 소개되면서 고려 시대 문인의 감상 문화를 오늘날 지역의 문화예술 활동과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이번 학술강연은 청자 생산지인 강진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가마터에서 출토된 청자 화분을 문인들의 기록과 함께 살펴보는 과정은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가 생산 현장을 넘어 실제 생활 공간에서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는 청자 화분이 뛰어난 제작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일 뿐만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자연 감상 문화를 생생하게 전하는 귀중한 자료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정정희 고려청자박물관장은 “이번 강연은 청자 화분을 통해 고려시대 문인들의 생활문화와 자연을 즐기는 취향을 살펴보고 고려청자의 가치를 새롭게 이해하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다양한 학술·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고려청자에 담긴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여 나가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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