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트홀 기획전, 나무로 빚은 부드러움의 역설 (강진군 제공)



[PEDIEN] 단단한 나무가 마치 천처럼 유연하게 흐르고, 하나의 구멍이 비어 있는 공간을 넘어 새로운 세계로 이어진다. 강진아트홀은 오는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화랑과 전시실에서 조각가 유재흥 기획초대전 ‘Space and amplify’를 개최하며 이 같은 시각적 경험을 지역민에게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재료인 나무의 물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해 온 유재흥 작가의 조형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유 작가는 합판을 정교하게 자르고 여러 겹으로 쌓은 뒤 다시 깎아내는 작업을 통해 나무의 단단함 속에 천의 부드러움과 유연한 움직임을 구현해낸다.

단단해야 할 나무가 주름진 직물처럼 흘러내리는 작품은 재료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관람객에게 낯선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대표 연작 ‘The Hole’은 서로 다른 형태로 정밀하게 가공한 목재 합판을 켜켜이 쌓아 올리는 노동집약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작가는 나무의 물리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형태와 깊이 있는 공간감을 만들어내며 단단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속성을 하나의 작품 안에 공존시킨다.

유 작가에게 구멍은 단순히 비어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는 구멍을 작품 안팎의 공간을 연결하고 관람객의 시선을 이끌며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하게 하는 조형적 장치로 활용한다.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품과 작품 사이의 공간, 그 사이를 이동하는 관람객까지 조형의 일부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을 마친 유재흥 작가는 1998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이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예술의전당 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갤러리 아트사이드, 네오아트센터 등 다수의 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하며 자신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다. 2024년에는 성남큐브미술관 초대전 ‘REGATHER’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유 작가는 “미술관이나 전시장이 특별한 사람만 찾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조각을 잘 몰라도 괜찮다. 작품 앞에 잠시 서서 ‘이것은 무엇처럼 보이는가’,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 하나만 가져도 작품과의 대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작품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보이는 것 너머를 상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작품을 보고 난 뒤 마음속에 작은 질문 하나가 남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강진아트홀은 1층에 약 70평 규모의 전시실과 50평 규모의 화랑을 갖춘 지역 대표 문화공간으로서, 이번 유재흥 작가 초대전이 군민들이 현대 조각의 다양한 표현 방식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일상 속에서 예술을 가까이 경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는 10월 17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되며, 전시 기간 동안 휴관일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강진아트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