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경기도에서 열린 자살예방의 날 기념행사에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가 어려운 행사장의 구조와 운영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도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김현덕 의원은 지난 14일 경기도청 다산홀에서 열린 ‘2026 경기도 자살예방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포용’이라는 행사의 본질적인 가치를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생명을 잇고 희망을 연결하는 생명안전 경기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민선 9기 생명안전 비전 선포와 유공자 표창, 정책 포럼 등으로 진행됐다. 생명존중 문화 확산과 촘촘한 생명안전망 구축 의지를 다지는 자리였지만, 정작 휠체어 이용 장애인의 실제 참여 과정에서는 ‘포용’이라는 가치와 거리가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현덕 의원은 사전 초청 내빈임에도 불구하고 휠체어 이용을 고려한 좌석 배치나 이동 동선, 행사 참여 준비가 미흡했다고 밝혔다. 의원에게 별도로 마련된 자리는 다른 내빈들과 떨어진 통로 앞쪽 공간으로, 자연스러운 교류보다는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이는 행사장 자체의 구조적 한계와도 맞물렸다.
다산홀의 휠체어석은 객석 맨 뒤에 위치하며, 객석 경사로 부재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이동이 제한된다. 무대로 이동하려면 행사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뒤 청사 밖으로 우회하여 다시 들어와야 하는 번거로운 구조였다. 이는 장애인석 설치 여부를 넘어 실제 이동과 이용 과정에서의 동등한 접근권 보장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행사 진행 과정에서도 장애인의 동등한 참여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했다. 도지사가 입장해 내빈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촬영 인파가 휠체어석 주변을 에워싸면서 김 의원은 도지사와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축사 시에도 촬영 인력이 시야를 가려 무대를 제대로 바라보기 어려웠다. 결국 별도 자리는 마련됐지만, 행사의 주요 과정에서 동등한 참여는 어려웠던 셈이다.
더욱이 행사 후 경기도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전체 기념 촬영 사진에서 김 의원의 모습이 누락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일련의 상황이 단순한 의전상의 문제를 넘어, 처음부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행사 공간과 운영 방식을 설계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수백 명이 함께한 행사장에 있었지만, 휠체어를 탄 저는 마치 외딴섬에 혼자 떨어져 있는 듯했다”며 “군중 속의 고독을 만들어 놓고 장애인을 위해 배려했다고 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휠체어석을 별도로 하나 마련하는 것으로 장애인 접근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며 “장애인을 별도의 공간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참석자와 같은 공간에서 이동하고 소통하며 행사 전 과정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배려이자 포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한 사람의 생명도 놓치지 않는’ 생명안전 경기도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장애인이 소외되었다면 선언의 의미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경기도의 행사와 공공시설 전반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최근 개정된 ‘경기도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인권영향평가의 근거를 마련했지만, 장애인의 실질적 접근성과 참여권까지 세밀하게 살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다. 시설의 물리적 접근성뿐 아니라 좌석 배치, 이동 동선, 행사 참여 방식 등 실제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벽까지 살펴야 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별도의 영향평가 조례 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경기도가 ‘공정·혁신·포용’을 이야기하는 만큼 장애인을 다른 참석자와 분리해 놓는 방식을 배려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며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정책과 시설, 행사 전반을 점검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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