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대구미술관이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의 작품 세계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전 '스테판 티데: 시간의 어긋남'을 2026년 10월 20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의 독특한 건축 공간인 어미홀을 활용하여 작가의 설치, 드로잉, 영상 작품을 통해 높이 18미터의 공간을 새로운 풍경으로 재탄생시킨다. 오픈식은 10월 19일 오후 5시에 진행된다.
'어미홀 프로젝트'는 대구미술관이 동시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와 대규모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 프로그램이다. 높은 층고와 자연광이 쏟아지는 어미홀의 공간적 특성을 작품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건축과 예술이 융합된 새로운 경험을 관객에게 제공해 왔다.
1974년 파리에서 태어난 스테판 티데는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사물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는 물, 불, 바람, 식물과 같은 자연의 요소들과 침대, 오두막, 배 등 일상적인 사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난 낯선 상황 속에 배치함으로써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독특한 풍경을 창조한다. 예를 들어, 휴식을 위한 침대는 식물이 자라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는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맴돌게 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설치 작품 '불면'은 여러 개의 철제 침대 위에서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담고 있다. 침대 위 조명은 잠든 사람 대신 식물을 비추며, 식물들은 약 4개월간의 전시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자라나며 '살아 있는 풍경'을 완성한다. 또 다른 대형 설치 작품 '공허의 회전'에서는 길이 5미터의 목조 범선이 허공에 매달린 채 천천히 회전한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야 할 배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며, 길게 뻗은 돛대 끝은 바닥의 모래 위에 계속 원을 그리며 흔적을 남긴다. 이는 허공에 떠 있는 배가 거대한 드로잉 장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불은 티데가 자연의 우연성과 변화를 작품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매개체다. 작가는 종이 위에 작은 점들을 하나씩 불로 태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대형 드로잉을 완성한다. 점들이 모여 선을 이루고, 그 선들은 물결처럼 미세하게 흔들리며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이나 악보를 연상시킨다. 작가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업하지만 불이 번지고 흔들리면서 예상치 못한 흔적이 남는 순간, 작가가 설정한 질서와 자연의 우연성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영상 작품에서는 초록빛 들판에서 불붙은 나뭇가지가 민들레 홀씨에 닿을 때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면을 통해, 평온한 풍경 속 작은 파괴가 아름다움과 불편함이 공존하는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전시 제목 '시간의 어긋남'은 이러한 작품들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식물이 자라고 불은 사라지며 배는 움직이지만 결국 같은 자리로 되돌아오는, 서로 다른 속도와 리듬이 한 공간에서 만나지만 완전히 같은 박자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티데가 제시하는 '어긋남'은 단순히 시간의 불일치를 넘어, 기능과 합리성, 효율성을 요구하는 현실의 질서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 상태를 보여준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배가 제자리를 맴돌고 휴식을 위한 침대에서 식물이 자라듯, 익숙한 사물들은 정해진 기능과 목적에서 벗어난다. 작가는 이러한 작은 '어긋남'을 통해 익숙한 현실에 틈을 만들고, 그 틈에서 새로운 상상과 시적인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관객을 이끈다.
약 4개월간의 전시 기간 동안 어미홀의 풍경 역시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식물은 자라고 배는 천천히 원을 그리며 모래 위에는 움직임의 흔적이 쌓인다. 관람객은 고정된 모습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작품과 공간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과 자연이 조금씩 어긋나며 만들어내는 낯선 풍경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를 새롭게 느껴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이정민 학예연구사는 설명했다. 그는 어미홀에 잠시 머물며 작가의 상상력으로 펼쳐진 작품과 공간의 변화를 직접 경험하고 그 안에서 저마다의 질문과 이야기를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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