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시청



[PEDIEN] 부산시가 추진해 온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과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 계획을 전면 중단한다. 이는 지난 9월 30일 타운홀미팅에서 “오늘 들은 말씀은 부산의 문화정책이 된다”고 약속한 후속 조치로, 지역 문화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시정 운영의 방향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는 이번 결정을 위해 지난 석 달간 정책점검단, 자문단, 여론조사, 타운홀미팅 등 폭넓은 숙의 절차를 거쳤다.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은 시의원 2명이 공동단장을 맡은 18명 규모의 정책점검단이 무기명 의견서를 제출했으며,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은 운영자문단 회의 4차례, 8월 24일 시민토론회, 시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두 사업 모두 9월 18일 문화협력위원회 심의와 9월 30일 타운홀미팅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전재수 시장은 이러한 숙의 결과를 종합해 ‘시민 체감도’, ‘공공성’, ‘재정 지속가능성’, ‘행정의 책임성’이라는 네 가지 시정 운영 핵심 원칙을 적용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 사업에 대해 정책점검단은 찬반 견해차로 단일 권고안을 채택하지 못했으나, 쟁점별 다수·소수 의견을 정리했다. 문화·관광 효과를 기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사업의 주요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문화협력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으며, 조건부 찬성 위원들조차 이기대 입지의 환경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재검토를 요청했다. 타운홀미팅에서도 관광·경제 효과와 부산 브랜드 가치 향상을 근거로 한 찬성 의견과 함께, 외국 브랜드 도입보다 지역 정체성을 살리고 지역 예술인을 지원·육성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공존했다.

시는 이러한 숙의 과정을 통해 사업 중단 사유를 네 가지로 밝혔다. 첫째, 약 8천만 년 지질 역사를 간직한 국가지질공원 이기대에 영구 시설물을 짓는 것은 편익에 비해 대가가 크다는 점이다. 둘째, 계약에서 부산의 권리와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고, 계약 조건 개선 및 제공받을 작품·콘텐츠 구체화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다수였다. 셋째, 건립비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 약 125억원으로 제시된 장기적 재정 부담의 불확실성과 경제성 분석 결과의 신뢰성 부족이다. 넷째, 지역 예술계와의 공감대 및 동반 성장 계획 부족, 기존 미술관과의 역할 분담 불분명 등이다.

다만 시는 세계적 문화 기반 시설의 필요성에 대한 시민적 열망을 다른 정책적 방식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유수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북항 일원에 지역 예술인들이 요청해 온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에 대해서는 시민 여론조사와 문화협력위원회 심의를 통해 세계적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를 확인했다. 하지만 ‘투자가 크더라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보다 ‘비용을 줄여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문화협력위원회에서는 재정 부담 최소화와 지역 예술인 참여 확대 등의 조건으로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타운홀미팅에서도 라 스칼라 초청공연으로 인한 도시 브랜드 향상에 찬성하는 의견과 지역 우수 예술인과의 상생을 요구하는 반대 의견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시는 숙의 결과를 존중하며 재원과 개관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을 현재 계획으로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판단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시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당초 사업비 100억원 중 40~50%를 기업 기부·협찬으로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재원 조달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연을 확정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둘째, 지역 예술인의 참여·교육 및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협력 방안이 현재 계획에서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셋째, 완성도 높은 공연장을 선보이려면 충분한 개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오페라 극장 중 전국 최대 규모로, 무대 설비·음향 점검, 시운전, 시범 공연, 관객 서비스 준비를 철저히 거쳐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예정대로 올해 말 준공하고 2027년 상반기 시설 안전성·성능 점검, 하반기 시범 공연을 거쳐 2028년 정식 개관한다.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문화예술인과 함께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아 준비하며, 기획부터 제작·연습·공연까지 이어지는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예술인과 무대 기술 인력이 경험과 전문성을 쌓도록 지원한다.

시는 자체 제작과 우수 해외 작품 초청, 국제 교류를 통해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제작극장’으로 키워갈 계획이다. 오페라하우스 운영이 안정되고 본궤도에 오르면, 필요한 재원과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라 스칼라 극장을 포함한 세계적 수준의 오페라 공연 초청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전재수 시장은 “이번 숙의 과정은 부산의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며 “오늘의 결론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의 기대와 제안도 앞으로의 정책에 소중히 담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이 부산의 저력이 되고 문화가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도시, 시민의 일상에 ‘문화가 기본’이 되는 부산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