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긴 추석 연휴,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복잡한 유명 관광지는 부담스럽다면 경북 울진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자동차를 잠시 세우고 천천히 걷는 여행, 바다를 바라보고 숲에 머무는 시간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명절 연휴 보내기 좋은 방법이다. 울진은 푸른 동해와 해파랑길, 금강소나무 숲, 천년고찰, 온천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어 '쉼표 같은 여행'을 선사한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해파랑길은 울진의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울진 구간은 약 70km에 달하며, 후포항, 월송정, 망양정 등 울진의 명소들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긴 코스를 모두 걷지 않아도 괜찮다. 마음에 드는 해안길 한 구간을 골라 가족과 손잡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파도 소리와 소나무 향, 끝없이 펼쳐진 푸른 동해를 만끽할 수 있다. '걷는 시간 그 자체가 여행이 되는 길', 이것이 해파랑길의 매력이다.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월송정을 만난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은 바다와 백사장,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울진의 명승지다. 정자에 오르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솔숲을 지나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복잡했던 생각을 잠시 내려놓기에 이만한 장소가 없다. 특히 월송정 인근 해파랑길 24코스 주변에는 구산해변, 대풍헌 등 자연과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이어진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 여행이라면 월송정과 솔숲, 인근 해변을 천천히 둘러보는 가벼운 산책을 추천한다.
월송정에서 남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후포의 바다가 기다린다. 등기산스카이워크에 서면 발아래로 동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간 길을 따라 걸으며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후포항 주변에서는 항구의 풍경과 함께 신선한 수산물을 맛볼 수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고 항구에서 식사를 하고 잠시 앉아 쉬어가는 것만으로도 울진에서는 충분히 여행이 된다.
바다에서 마음을 열었다면 이번에는 숲으로 향할 차례다. 울진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자연은 금강소나무숲길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금강소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바람이 솔잎을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화려한 볼거리보다 숲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짙은 초록빛 금강소나무와 주변의 나무들이 어우러져 울진의 산은 더욱 깊은 색을 품는다. 평소보다 조금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울진의 숲에서는 훌륭한 여행이 된다.
조금 더 고요한 시간이 필요하다면 불영계곡을 따라 불영사로 향해보자. 산과 계곡, 숲에 둘러싸인 천년고찰을 천천히 걷다 보면 명절의 분주함도 어느새 멀어진다. 오래된 사찰과 숲을 바라보고 걷는 것만으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울진의 자연이 품은 오랜 시간은 성류굴에서도 만날 수 있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며, 자연이 빚어낸 종유석과 석순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에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다시 바다로 향한다면 왕피천을 빼놓을 수 없다. 산에서 흘러온 왕피천이 넓은 동해와 만나는 풍경은 울진의 자연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왕피천공원 일원을 산책하거나 왕피천케이블카를 이용하면 강과 바다가 하나로 이어지는 울진의 풍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바다와 강, 숲이 한 폭의 그림처럼 겹쳐진다. 여행지에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순간, 진짜 휴식이 시작된다.
여행의 마지막은 따뜻한 온천이 제격이다. 울진에는 북쪽의 덕구온천과 남쪽의 백암온천이 있어 여행 동선에 맞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하루 동안 관광지를 몇 곳이나 둘러봤는지보다 얼마나 편안하게 머물렀는지가 더 중요한 여행, 그런 여행을 원한다면 울진에서는 하루를 빼곡하게 채울 필요가 없다.
이번 추석에는 일상의 속도를 늦춰보자. 해파랑길에서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고, 월송정에서는 솔향을 맡으며 동해를 바라보자. 금강소나무 숲에서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불영사에서는 잠시 마음을 내려놓아 보자. 그리고 여행의 끝에는 따뜻한 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어보자. 바다에서 숲으로, 다시 따뜻한 온천으로 이어지는 이번 추석, 제대로 쉬어가고 싶다면 울진으로 향해보자.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천천히 걸을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곳, 올가을 울진이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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