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금성산서 국내 현존 최고 화약무기 ‘황자화통’ 발견 (나주시 제공)



[PEDIEN] 전남 나주시 금성산에서 국내 현존 최고의 화약무기로 추정되는 '황자화통'이 발견돼 한국 화약무기 발달사의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유물은 제작 연대, 화기명, 무게, 감독자, 장인까지 명확히 새겨진 명문과 명확한 출토지를 갖추고 있어 금성산의 군사적·역사적 가치를 규명하는 중요한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최근 금성산성 주변에서 발굴된 황자화통에 대한 과학적 조사·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유물은 지난해 11월, 금성산 등산로 개설을 위한 지뢰탐지 과정에서 산 중턱 암벽 아래 표토층에서 발견됐다.

발견 이후 오염물 제거, 컴퓨터단층촬영, 엑스레이, 현미경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가 이뤄졌으며, 유물에 새겨진 명문과 형태, 발견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그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황자화통은 구리, 주석, 납으로 만든 청동 주조품으로 길이 23.75㎝, 구경 1.66㎝, 무게 1032g의 소형 화기다. 개인 휴대용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모병 부분에는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고 무게는 1근 14량이며 제작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내용의 명문이 음각돼 있다. 총부리에는 '팔' 자가 새겨져 있어 총 28자의 글자가 확인된다.

하나의 화약무기에서 제작 시기, 화기명, 무게, 감독관의 관직과 이름, 실제 제작 장인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유물로 평가된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제작 연대다. 명문의 '정사년'은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또는 조선 세종 19년인 1437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어느 연대로 확정되더라도 현재 보물로 지정된 총통류보다 최소 118년 이상 앞선 유물"이라며 "한국 화약무기와 금속 주조 기술 역사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화약무기 중 제작 연대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유물은 1555년 제작된 천자총통이다. 황자화통이 1437년에 만들어졌다면 이보다 118년 앞서며, 1377년 제작으로 확인될 경우 한국 화약무기 실물 자료의 역사를 100년 이상 더 앞당기는 셈이다.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도 황자화통의 가치를 높인다. 금성산은 호남을 대표하는 나주의 진산이자 영산강 유역을 조망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후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왕건과 견훤 세력의 격전지였으며, 삼별초의 항쟁까지 벌어졌던 역사적 공간이다. 이러한 금성산의 역사적 성격을 실물 유물을 통해 새롭게 조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자화통의 구조와 재질 역시 초기 화약무기 제작 기술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약통은 둥근 형태이며 약통에서 총구 방향으로 폭이 넓어지는 구조를 갖췄고, 화약 폭발 시 화통 파손을 막기 위해 주석 함량을 조절한 제작 기술도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 보물로 지정된 화약무기류는 14건 16점이다. 황자화통은 명확한 출토지와 이른 제작 시기, 제작 주체와 무게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명문을 갖추고 있어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1377년과 1437년 중 제작 시기를 하나로 확정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황자화통은 오는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되며, 12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 출품될 예정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황자화통 발견은 나주가 간직한 역사문화자원의 깊이와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일"이라며 "금성산과 금성산성의 군사적·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황자화통이 우리나라 화약무기 초기 역사를 밝히는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