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경남 하동군 지리산 삼화실 골짜기에서 국제적인 생태미술 축제가 막을 올린다. ‘2026 지리산국제환경비엔날레’가 오는 10월 1일 개막해 11월 1일까지 한 달간 열린다. 올해 행사는 ‘생성하고 머무르고 돌아간다’를 주제로, 기후 위기와 기술 발전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기오스모시스 생태미학’이라는 개념으로 탐구한다.
홍가이 예술위원장은 이번 주제에 대해 지리산을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생명과 문화, 기술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는 ‘발생의 장’으로 바라본다고 설명했다. ‘생성’은 옛것의 깊은 문법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머무름’은 그 형태가 대지와 공동체 안에서 구체화되어 의미를 획득하는 실천을 의미한다. 또한 ‘돌아감’은 기원과 다시 공명하며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히는 울림을 뜻한다. 이 세 가지 흐름은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공동체의 역사적 문법을 기반으로 현재를 새롭게 드러내는 ‘법고창신’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작곡가 바르토크가 민속 선율의 표면적인 차용을 넘어 심층적인 문법을 현대적으로 변주했던 것처럼, 이번 비엔날레는 원형 문화를 고정된 형상이 아닌 ‘살아 있는 문법’으로 재해석한다.
올해 비엔날레의 가장 큰 특징은 처음으로 선보이는 ‘이탈리아 국가관’이다. 민간 주최 비엔날레에 국가관이 설치되는 것은 국내 최초이며, 규모 면에서도 최대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의 후원으로 마련된 330㎡ 규모의 전시 공간에서는 브레라 국립미술원 교수인 마리아 만치니 예술감독의 기획 아래 이탈리아 작가 20여 명이 ‘이탈리아의 일기: 계시와 그림자’라는 제목의 전시를 선보인다. 이는 지난해 브레라 국립미술원과의 협업이 국가관 개관으로 이어진 결과다.
비엔날레를 계기로 하동의 국제 교류는 북유럽까지 확대된다. 조직위원회는 노르웨이 하데란드 폴케회그스콜레와 대지미술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랜드아트 재생에너지’ 연구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내년 봄에는 노르웨이 교직원과 학생들이 하동을 방문해 지역 주민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지리산아트팜, 지리산현대미술관, 그리고 메타버스 전시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국내외 작가 84명이 참여하여 동시대 시각예술과 대지예술 작품을 선보이며, 하동 주민이 함께하는 ‘2026 별천지 하동 대지예술제’도 개최된다. 또한, 집단적 기억과 문화적 문법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예술의 새로운 매개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AI 아트·AI 영화 프로그램도 마련되었다. 심은록 감독의 AI 영화 ‘행복한 왕자’가 상영되며, 생태예술 세미나, 오르간 음악회, 푸드아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연계 행사도 마련되어 있다.
김성수 집행위원장은 “기후 위기와 기술 가속의 시대에 지리산아트팜은 예술이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문명의 방향을 제시하는 ‘윤리적 아트플랫폼’이 되고자 한다”며 “지리산 골짜기에서 시작된 이 공명이 예술과 생태, 기술을 하나로 엮어 지속 가능한 미학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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