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백운동원림 전통 원형 정원 고스란히 원주이씨 이담로 첫 조성 450여년간 신비로움 간직 (강진군 제공)



[PEDIEN]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백운동원림은 450여 년간 전통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한국의 대표적인 별서정원이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가 계곡 옆 바위에 '백운동'이라 새기며 조영한 이 정원은 자연과 인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백운동'이라는 이름은 월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안개가 되어 구름으로 피어나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원을 조성한 이담로는 백운동 유서기에서 "한갓 그윽한 경치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술잔을 띄우는 풍류와 종소리를 듣는 풍류를 통해 심성을 함양하고 문묵으로 낙을 삼는 삶의 철학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물에는 연꽃을, 동산에는 매화를, 국화에서는 능상의 절개를, 소나무에서는 세한의 지조를 취하며, 물가에는 대나무, 뜨락에는 난초, 새장 속에는 학, 시렁 위에는 거문고를 두어 자연 속에서 고결함과 풍류를 추구하는 생활 방식을 그려냈다.

이곳의 아름다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감탄으로 더욱 빛났다. 1812년 백운동원림을 찾은 다산은 그 경치에 반해 제자 초의 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원림의 12승경을 노래한 시문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호남의 유서 깊은 전통 별서의 모습이 보존 및 재현될 수 있었다.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이곳을 다녀갔으며, 다른 어떤 정원보다 많은 기록이 남아있어 그 가치를 더한다. 백운동원림은 2018년 국가 지정 명승 제115호로 지정되었으며, 담양 소쇄원, 보길도 세연정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힌다.

조선 중기 처사 이담로가 1660년경 조성한 이 낙원은 유불선 사상을 바탕으로 자연과 풍경을 사유하며 삶의 의미를 담아낸 공간이다. 원림은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되지만, 산다경, 운당원, 석림원, 다원, 유상곡수 등 개성 있는 경승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빛과 어둠, 높낮이, 색과 향기, 고요와 소리가 계절마다 다채로운 변주를 선사한다. 백운동원림은 자이당, 취미선방, 백매오, 수소실, 유상곡수, 운당원, 정선대, 창하백, 백운유거, 석림원, 산다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감탄한 백운동 12경은 옥판상기, 유차성음, 백매암향, 풍리홍폭, 유상곡수, 장벽염주, 유감홍련, 화계모란, 취미선방, 풍라보장, 정선대, 운당선운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운동원림은 '백운삼연'이라 불리는 세 가지 보물을 품고 있다. 첫째는 꾸밈없는 원시 자연 속 수려한 풍광이다. 국립공원 월출산과 강진의 배꼽에 자리한 이곳에서 하늘을 뚫을 듯 솟은 웅장한 바위와 기이한 절벽, 안갯속 신비로운 바람길을 따라 산수를 감상하다 보면 대자연의 기운에 압도되어 일상을 잊게 된다. 시인 정현종은 이곳을 다녀간 뒤 "마음의 과잉을 어쩔 줄 모르겠네"라며, 마치 월출산이 숨겨놓은 비밀의 장소에서 숲의 요정들을 만난 듯한 황홀경을 표현했다.

둘째는 '인연'이다. 학문, 예술, 유불선, 충절로 삶을 꽃피운 백운동 사람들의 행적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원주 이씨 가문은 조선시대 계유정난 이후 호남으로 이거해 을묘왜변, 함경도 절제사 순국 등 극심한 환란 속에서도 13대에 걸쳐 450여 년간 이 정원을 지키고 보전해 왔다. 고려시대 고승들의 수선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조선 후기 명사들의 시서화가 창작된 문화의 산실이기도 하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현종, 도종환, 이이남 등 시인과 화가들이 작품을 남기며 다양한 인연의 흔적이 이어지고 있다.

셋째는 '명연'이다. 백운동원림은 한국 전통차의 명맥을 이어온 차 문화의 산실로서,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 백운동주 이시헌으로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자 차로 맺어진 깊은 우의가 세대를 거쳐 전승되었다. 다산은 이시헌에게 보낸 편지에서 떡차 제조법을 상세히 기록하며 차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백운동원림에는 차 전문서이자 차 무역으로 부국강병을 주장한 동다기교와 다산의 삼증삼쇄차 제다법 기록이 남아 있으며, 후손들은 항명, 월산 작설차, 백운 옥판차 등을 만들어 전승하고 있다. 이곳은 차의 생산, 제다, 명선택이 모두 이루어지고 그 역사와 기록이 전승된 우리나라 차 문화사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백운동원림은 월출산과 다산 정약용 선생, 초의선사, 원주 이씨 문중의 역사와 이야기, 차의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는 보기 드문 국가적 명승이자 강진이 숨겨놓은 보물 중의 보물"이라고 강조했다.

백운동전시관은 국가유산청과 강진군청이 백운동원림의 문화유산을 보전·전승하고 국민에게 자연과 전통문화를 향유하게 할 목적으로 2024년 10월 완공되었다.

이곳에는 원주 이씨 문중의 궤적과 유물, 다산 정약용 등 묵객들의 시서화 작품, 백운동 사계절을 담은 미디어아트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선조들의 지혜와 일상에 대한 깊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역대 동주들의 유묵, 사도세자 사부 이의경의 초상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차 제다법 간찰, 우리나라 최초 차 브랜드인 백운옥판차 기록, 백운첩, 다산 정약용 선생의 용모 묘사 기록 등은 백운동원림의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증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