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에서 지난 7월 2일,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의 저자 주수자 소설가가 특별한 명사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문학교실 회원들의 환영 낭독으로 시작되었으며, 이어진 강연 후에는 김종회 소나기마을 촌장과의 대담 및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참가자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미국 콜게이트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주수자 소설가는 현재 소설가, 시인, 희곡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 작가는 강연의 포문을 열며 "25년 동안 프랑스, 스위스, 미국 등 해외에서 생활하며 정체성이 흔들리고 뿌리가 약해져 영혼이 불안해졌다"고 고백했다. 특히 "모국어와의 연결이 느슨해졌던 경험이 타국을 떠돌며 겪은 정체성의 혼란과 잃어버린 말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졌고, 이는 결국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를 집필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소설 속 인물이 죽음을 무릅쓰고 훈민정음해례본을 찾아가는 서사에 대해 "나의 상실에 대한 탐구이자 진심 어린 헌물"이라고 설명했다.
주 작가는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되고 무엇으로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언어를 빼앗기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 언어가 삶의 전부이며 인간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한글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그 치열한 역사를 소설로 완성하고자 했다"며 문자의 생명력을 역설했다.
1446년 간행·반포된 훈민정음해례본은 한글 창제 원리를 설명한 책이지만, 500여 년간 실물이 확인되지 않아 다양한 추정과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1940년 안동에서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종식되었고, 이후 대한민국 국보 제70호 지정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통해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주수자 작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둘러싼 실존 인물들과 일제강점기의 비극적인 시대상을 허구적 상상력으로 엮어 우리말과 역사적 뿌리를 지키기 위한 사람들의 목숨 건 여정을 소설로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구 앞에서 생을 마감한 국문학자 김태준을 기리기 위해 그의 위패를 모시고 직접 제사를 지낸다는 이야기는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강연 후 이어진 대담에서 김종회 촌장은 "'소설 해례본을 찾아서'는 우리 문학사에 오래도록 남을 작품"이라며 "훈민정음해례본의 역사와 의미를 소설로 되살린 작가를 문학교실에서 만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2026 소나기마을 문학교실'은 매달 2회, 둘째 주 목요일 오후 2시에 운영된다. 올해는 차인표 작가·배우, 재미 작가 김주혜, 중국 작가 황누보 등의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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