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변화를 주민 손으로…정읍시, 주민자치 새 장 연다 (정읍시 제공)



[PEDIEN] 정읍시가 주민 스스로 마을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결정하는 주민자치 기반을 강화하며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에 발맞춘 제도 정비와 주민총회를 통한 자치 사업 발굴을 바탕으로 지역 실정에 맞는 주민자치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주민자치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과 지역 현안 심의·자문에 집중했다면,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직접 의제를 발굴하고 자치계획을 수립하며 주민총회에서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행정 일부 지역 사무 수행까지 가능해지면서 주민의 역할과 참여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시는 이러한 변화를 주민 목소리가 지역 정책과 사업으로 이어지는 계기로 삼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함께 해결하며 정주 여건을 개선하고 공동체 역량을 강화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정읍시는 2013년부터 시범 운영해 온 주민자치회를 통해 주민 참여 확대와 지역 문제 해결 역량 강화에 기여해 왔다. 그러나 시범 사업의 한계와 미흡한 제도적 기반은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난 3월 31일 국회를 통과하고 4월 14일 공포된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5일부터 시행되면서 주민자치회는 본격적인 운영의 전기를 맞았다.

정읍의 주민자치는 오랜 준비와 경험 위에 자리 잡고 있다. 2002년 '정읍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조례' 제정 이후 2004년 6개 동에서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1년 '정읍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이듬해 내장상동과 수성동에 주민자치회를 구성했다. 현재 영원면, 수성동, 장명동, 내장상동, 시기동, 초산동, 연지동, 농소동, 상교동 등 9개 주민자치회와 북면, 감곡면, 칠보면 등 3개 주민자치위원회가 운영 중이다. 올해 9월 기준 전북 14개 시군 243개 읍면동 중 주민자치회를 시범 운영하는 곳은 5개 시군 20개소이며, 정읍은 이 가운데 도내 최다인 9개소를 운영하며 주민자치 경험을 축적해왔다.

시는 법 개정에 맞춰 지난 2일 도내에서 가장 먼저 '정읍시 주민자치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전부 개정하며 시범 운영을 넘어 본격적인 주민자치를 뒷받침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정읍시 주민자치회의 중심에는 주민총회가 있다. 주민총회는 지역 현안과 자치계획을 공유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다음 해 마을 사업을 결정하는 공론의 장이다.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린 9개 면동 주민총회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2027년에 추진할 자치 사업 33건, 약 1억 8000만원 규모의 사업을 결정했다.

사업 선정은 총회 당일에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각 주민자치회는 올해 초부터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생활 속 해결이 필요한 과제를 발굴했다.

지역별 특성과 주민 수요를 반영해 사업을 구체화하고 맞춤형 자문을 거쳐 총회 안건으로 다듬었다.

총회에서는 제안 사업의 취지와 추진 방향을 설명한 뒤 사전투표와 현장투표를 합산해 최종 사업을 확정했다.

주민이 제안한 의견이 논의와 선택을 거쳐 다음 해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주민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다.

선정 사업은 △우리 동네 작은 소방서 설치 △한여름밤의 동 영화제 △즐거운 노래 교실 △우리 동네 벼룩시장 △태극기 달기 운동 △지역 문화 탐방 △친환경 치유 활동 △사랑의 고추장 나눔 등 복지, 안전, 문화·여가, 세대 간 소통, 생활 환경 개선 등 다양하다.

마을마다 다른 필요와 관심사가 사업에 담기면서 주민총회는 지역 목소리를 확인하고 공동체 방향을 함께 정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시는 제도의 틀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운영 과정에서 주민들이 겪을 어려움을 줄이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행정안전부 조례 참고안을 검토하되 정읍의 인구 구조와 참여 여건을 반영해 지역에 맞는 기준을 마련했다. 지난 6월 24일에는 시청 대회의실에서 담당 공무원과 주민자치회 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제도 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조례 개정에 따른 혼란을 줄이고자 했다. 주민자치위원의 임기 기준을 당초 '2년 2회'에서 '2년 3회'로 조정한 것은 고령층이 많고 위원 확보가 쉽지 않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주민 참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 결과다.

앞으로는 법제화 이후의 운영 성과를 면밀히 살피며 정읍 특성에 맞는 주민자치 모델을 체계화할 방침이다.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줄이고 주민들이 지역 문제 해결의 주체로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 나간다.

이러한 제도 정비와 주민 주도의 자치 경험을 바탕으로 시는 내년 '주민자치의 날'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범 운영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주민총회에서 마을 의제를 결정해 온 경험이 주민자치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자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자치의 날은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 참여하는 의미를 알리고 주민자치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시는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주민자치를 지역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계획이다. 이학수 시장은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지원하는 주민자치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을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주민이 지역의 주인으로서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주민자치 기반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