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멈춰 있는 순간 속에서도 이어지는 생명의 움직임과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 정두섭 도예가의 개인전 '머문 숨'이 29일 춘천 개나리미술관에서 막을 올린다.
강원문화재단 문화예술 지원사업 선정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정 도예가의 26번째 개인전으로, 자연을 통해 느낀 생명과 소멸, 상처와 재생의 모습을 흙과 나무로 표현해 온 그의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정 도예가는 자연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생명의 기운과 시간이 머문 흔적에 주목했다. 전시의 제목인 '머문 숨'은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은 크게 세 가지 작업군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백자토로 빚은 그릇 위에 청개구리 형상을 더한 작품이다. 일상의 공간인 그릇에 작은 생명체인 청개구리를 배치함으로써 정지된 형태 안에 살아 있는 움직임을 담아냈으며, 청개구리는 생명과 움직임,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존재를 상징한다.
두 번째 작업군은 정 도예가가 대학 졸업 이후 꾸준히 이어온 기물과 나뭇가지, 돌 등을 결합한 작업이다. 흙으로 만든 기물과 자연의 일부인 나무와 돌을 결합하여 시간의 기억과 삶의 흔적을 표현하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그의 조형적 관심을 보여준다.
세 번째 작업군은 자르고 휘고 꺾인 나무의 형상을 흙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곧고 완전한 모습보다는 잘리고 뒤틀리고 비어 있는 형태를 통해 상처와 소멸, 그 안에 남아 있는 재생의 가능성을 표현한다. 나무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을 넘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삶을 비추는 존재로 다뤄진다.
정 도예가는 강릉대학교 산업공예학과를 졸업하고 강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양구지역 백자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6년부터 양구백자박물관에서 양구백자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연구하고 알리는 데 힘써왔으며, 현재 양구백자박물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양구백토를 비롯한 흙과 자연 재료에 대한 오랜 관심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백자의 재료와 조형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확장해 왔다. 이번 '머문 숨' 전시에서는 이러한 경험이 자연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이어지며 정 도예가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표현된다.
정 도예가는 "'머문 숨'은 완전한 정지가 아니라 다음 움직임을 기다리는 잠시의 멈춤"이라며 "흙을 빚는다는 것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 형태에 머물렀던 시간과 숨을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잠시 멈춰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0월 11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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