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DIEN] 기억은 희미해져도 기록은 시대를 증언한다. 광양시가 망국의 현실을 붓으로 새긴 매천 황현, 한 시인의 언어를 지켜낸 백영 정병욱, 격동의 현대사를 사진으로 담은 백암 이경모라는 세 인물의 삶과 흔적을 따라 '기록과 보존의 가치'를 만나는 특별한 인문여행을 제안한다.
이 세 인물은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의 아픔과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지켜냈다. 이들이 남긴 유산은 광양을 자연과 산업의 도시를 넘어, 성찰과 기억이 살아 숨 쉬는 인문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구한말의 역사가이자 문장가였던 매천 황현은 광양 백운산 자락에서 태어나 나라 잃은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그의 대표 저술인 '매천야록'은 1864년부터 1910년까지 조선 말기의 정치·사회상을 담은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1910년 경술국치 직후 남긴 절명시에는 지식인으로서 짊어져야 했던 고뇌와 비통함이 깊이 배어 있다. 광양의 매천황현생가와 매천역사공원은 그의 삶과 정신을 만나는 역사 교육의 장이다.
국문학자 백영 정병욱은 한국 고전문학 연구의 토대를 세우고, 시인 윤동주의 유고를 지켜낸 인물로 기억된다. 그는 연희전문 시절 윤동주와 깊은 우정을 나눴으며, 학도병으로 끌려가기 전 윤동주의 친필 시고를 광양 망덕포구 어머니에게 맡겼다. 그의 어머니는 엄혹한 일제강점기에도 시고를 항아리에 숨겨 보존했고, 이는 광복 후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 발간으로 이어졌다.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은 한 시인의 언어를 지켜낸 우정과 헌신, 기록의 보존 가치를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광양 출신 사진작가 백암 이경모는 한국 기록사진의 선구자로, 카메라를 통해 시대의 기억을 남겼다. 1948년 여순사건부터 6·25 전쟁, 전후 복구 과정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사진으로 증언했다. 그는 사라져가는 문화재, 전통,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까지 담아내며 우리 사회가 지나온 시간의 흔적을 보존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광양문화예술회관에서는 기념사진전 '이경모의 시선-사라짐 앞에서 사진으로 남기다'가 개최된다. 광양예술창고의 이경모 사진 아카이브에서는 그의 기록사진과 카메라를 상시 만나볼 수 있다.
광양시 관광과장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산업도시의 역동성에 매천 황현, 백영 정병욱, 백암 이경모가 남긴 기록과 보존의 유산이 더해져 깊이 있는 인문여행의 가치를 완성한다”며, “세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광양이 간직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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