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아산시 시청 (아산시 제공)



[PEDIEN]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일원에 추진 중인 500MW급 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둘러싸고 지역 사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발전소 부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거세지는 가운데, 사업자인 한국서부발전과 아산시가 제시하는 '전력 자립도 4.2%'라는 논리가 '통계 착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10월 1일 배방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장은 주민들의 격앙된 목소리로 가득 찼다. 주민들은 멀쩡한 산업단지 부지를 놔두고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발전소를 짓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대규모 공장 직원들을 위한 구내식당이 공장 부지 내에 지어지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처럼, 발전소 역시 전력 대량 소비처인 산업단지 내에 건설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라는 주장이다.

한국서부발전과 아산시는 관내 전력 자립도가 4.2%에 불과해 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해왔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전력망이 전국이 하나의 계통으로 연결된 광역망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주장이다. 서울의 전력 자립도는 11%에 불과하지만 대정전 사태를 겪지 않으며, 충남 전체의 전력 자립도는 213.6%에 달해 이미 타 시·도로 막대한 잉여 전력을 송전하고 있다. 더욱이 '4.2%'라는 수치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내 첨단 산업단지의 거대한 산업용 전력 소비량을 분모에 포함시켜 발생한 왜곡된 수치라는 분석이다. 아산시의 순수 주거·상업용 전력자립도는 이미 30%를 상회하며, 아산 시민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탕정2지구 2만 2천 세대의 난방 공급 역시 대형 발전기 없이 기존 열수송관망 연계와 보완 장치만으로도 법적·기술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제는 입지 자체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위해성이다. 장재리 부지 반경 5km 이내에는 42개 초·중·고교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다. 아산·천안 지역의 분지 지형과 겨울철 기온 역전층이 결합할 경우, 가동 초기 불완전연소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미연탄화수소 등 유해 물질이 상공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표면에 농축되어 어린이들의 호흡기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해법은 명확하다. 행정법의 대원칙인 '원인자·수익자 부담 원칙'과 '최소 침해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전력의 90% 이상과 대규모 공정 스팀을 소비하는 주체는 일반 주민이 아니라 산업단지다. 따라서 글로벌 에너지 표준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의 취지에 따라 발전소는 전력 대량 수요처인 삼성 산업단지 내부로 이전해야 한다. 산업단지 내 입지를 통해 송전선 갈등을 원천 차단하고 주민의 환경권을 보호하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기업으로서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한국서부발전과 아산시는 주민들의 정당한 외침을 '님비'로 치부하지 말고, 산단 내 대체 부지 이전의 타당성을 승인기관인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에 가감 없이 보고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주민이 생존권을 걸고 고통받는 이 중대한 현장에 지역을 대변해야 할 지역 정치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깊은 유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