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가맹사업법 시행령·가맹점주단체 등록제 고시가 시행을 앞두면서, 앞으로 같은 브랜드 가맹점의 10% 또는 1000명만 뭉쳐 단체를 등록하면 가맹본부는 협의를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행령 입법예고안과 고시 제정안,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 국회 통과 개정법을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제도의 핵심은 '단체 등록'이라는 문턱을 넘은 점주단체에 한해 본부에 협의개시 의무를 지우고, 이를 어기면 시정명령과 과태료로 강제한다는 데 있다. 광고·판촉이나 계약조건 같은 거래조건을 본부가 일방적으로 바꾸던 관행에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이 법으로 설계된 것이다. 관건은 누가 먼저, 어떤 준비로 이 테이블에 앉느냐다.

개정 가맹사업법은 2025년 12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본 제도의 시행일은 2026년 12월 31일이다.

공정위는 그 세부 설계를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다음 달 14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및 거래조건 변경 협의절차에 관한 고시' 제정안을 이달 24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골격은 이미 드러났다.

등록 요건은 동일 상호·상표를 쓰는 가맹점주의 10% 이상 또는 1000명 이상이며, 소규모 브랜드를 감안해 최소 가입자 수 30명이라는 하한을 뒀다.

한 점주가 여러 단체에 이름을 올려도 대표성은 한 단체로만 인정한다.

가입률이 30%에 못 미치는 단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본부는 비가입 점주의 의견도 별도로 수렴해야 한다.

대표성이 얇을 때 소수의 목소리가 전체를 대신하는 일을 막으려는 장치다.

가맹점주단체 등록제란 무엇이고 무엇이 달라지나

제도의 뼈대는 세 가지다.

첫째, 요건을 채운 단체가 공정위에 등록하면 '공적 대표성'을 인정받는다.

둘째, 등록 단체가 계약조건이나 광고·판촉 같은 거래조건에 대해 서면으로 협의를 요청하면 본부는 14일 이내에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셋째, 형식적 회피를 막기 위해 최소 2회 이상 협의를 진행하고 그 기록을 3년간 보관하도록 했다.

무한 반복 요청으로 인한 소모전도 막았다.

같은 주제는 협의를 마친 뒤 180일 동안 다시 요청할 수 없고, 다른 주제라도 60일간은 새 협의를 걸 수 없다.

협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공정위의 시정명령 대상이 되고, 과태료가 뒤따른다.

주의할 점은 이 제도가 노동조합식 '단체교섭'이나 '단체협약'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언론이 흔히 '단체교섭권'이라 표현하지만, 법이 부여한 것은 본부가 협의 테이블에 '앉을' 의무이지, 합의에 '도달할' 의무가 아니다.

즉 협의개시 의무이지 타결 의무는 아니다.

본부는 성실히 협의에 임하되, 경영상 판단으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협의 자체를 뭉개면 제재를 받는다.

이 미묘한 경계가 앞으로 분쟁의 핵심 전선이 될 공산이 크다.

'성실히 협의했는가'를 두고 본부와 점주단체의 해석이 갈릴 것이기 때문이다.

가맹점 10%·1000명이라는 문턱, 시장에 어떻게 닿나

이 숫자가 시장에서 갖는 무게를 보려면 산업의 덩치를 먼저 봐야 한다.

공정위의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보면, 2025년 말 등록 정보공개서 기준 가맹본부는 9960개, 브랜드는 1만3725개, 가맹점은 37만9739개다.

전년 대비 본부는 13.2%, 브랜드는 10.9%, 가맹점은 4.0% 늘었다.

브랜드는 폭증하는데 가맹점 증가는 완만하다.

그만큼 한정된 시장을 잘게 쪼갠 브랜드들이 경쟁한다는 뜻이다.

업종은 외식이 브랜드 기준 79.3%로 압도적이고, 서비스 15.9%, 도소매 4.8% 순이다.

규모 분포가 이번 제도의 실제 파괴력을 가른다.

가맹점 100개 이상 대규모 브랜드는 전체의 3.6%에 불과하고, 10~99개 중규모가 21.9%, 10개 미만 소규모가 74.4%다.

산술적으로 보면 10% 요건은 대·중규모 브랜드에서 현실적인 장벽이 낮다.

가맹점이 500개인 브랜드라면 50명, 1000개면 100명만 모여도 단체 등록이 가능하다.

반대로 가맹점 수천 개의 초대형 브랜드는 '10%'가 수백 명이라 조직화가 더 어렵지만, 1000명이라는 절대 기준이 열려 있어 대형일수록 되레 1000명 요건이 더 빨리 채워질 수 있다.

소규모 브랜드는 최소 30명 하한 탓에 사실상 단체 등록이 어려운 곳이 많다.

본지 분석으로는, 제도의 첫 파고는 가맹점 수백 개대의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에서 가장 먼저, 가장 거세게 밀려올 가능성이 높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나 — 미국·호주·프랑스 비교

가맹점주의 협상력을 제도로 뒷받침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협의 강제 규정이 없다.

대신 미국가맹점·딜러협회(AAFD) 같은 민간 협회가 브랜드별 독립 점주단체 결성을 돕고, 본부와의 협상을 '자율'로 끌어낸다.

법이 아니라 조직의 힘과 평판으로 균형을 맞추는 구조다.

강제력이 없어 본부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반대로 협의 방식이 유연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호주는 2025년 4월 1일부터 개정 '프랜차이즈 행동강령(Franchising Code of Conduct)'을 시행했다.

정보공개, 계약해지, 분쟁조정 등 본부·점주 간 힘의 불균형을 겨냥한 강행 규정을 두되, 한국처럼 '등록 단체와의 협의 의무'를 정면으로 세우기보다 계약·정보·분쟁 절차의 공정성에 무게를 싣는다.

프랑스는 결이 또 다르다.

상법상 오랜 거래관계를 정당한 사유 없이 끊지 못하도록 하고, 거래기간·경제적 종속성·투자규모에 따라 상당한 예고기간을 요구한다.

협상 테이블을 강제하기보다 '갑작스러운 관계 단절'로부터 약자를 보호하는 접근이다.

세 나라를 겹쳐 보면 한국 제도의 좌표가 또렷해진다.

한국은 민간 자율(미국)이나 계약 공정성(호주), 관계 존속 보호(프랑스)를 넘어, '등록 단체'라는 공적 자격을 만들고 본부에 협의개시라는 행위 의무를 직접 지운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개입에 속한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형 모델은 조직화의 문턱과 협의 의무를 동시에 법정화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드문 설계이며, 그만큼 '협의를 성실히 했는지'를 판정하는 공정위의 운용 기준이 제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 — 독자 유형별 대응 지도

같은 제도라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셈법이 완전히 다르다.

본지가 협의 리스크 노출도와 대응 준비의 시급성을 두 축으로 ���고 다섯 유형을 짚었다.

대형·중견 프랜차이즈 본부라면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광고·판촉비 분담, 필수품목 마진, 인테리어 재계약 주기처럼 점주 불만이 응축된 항목이 곧 첫 협의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협의 요청 접수 창구, 14일 기한 관리, 회의록 3년 보관 체계, 그리고 무엇보다 '정당한 사유'를 소명할 수 있는 내부 의사결정 근거를 미리 문서화해 둬야 한다. 협의를 거부하는 순간이 아니라, 성의 없이 임했다고 판단되는 순간 리스크가 현실화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규모·신생 브랜드 본부는 당장의 등록 리스크는 낮다. 30명 하한과 10% 요건을 함께 넘길 점주 규모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커지는 순간 제도권으로 들어온다. 성장 곡선을 그리는 브랜드라면 거래조건을 처음부터 협의 가능한 형태로 설계해 두는 편이 훗날의 갈등 비용을 줄인다.

단체 등록을 준비하는 점주에게 핵심은 '대표성'이다. 10%·1000명·30명 요건을 어떻게 채우고 입증하느냐, 가입률이 30%에 못 미칠 때 비가입 점주 의견수렴 절차가 협의력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를 계산해야 한다. 180일·60일 재요청 제한 탓에 첫 협의 의제 설정을 잘못하면 반년을 허비할 수 있으니, 가장 절실한 한 가지부터 정교하게 올려야 한다. 이미 갈등을 겪는 브랜드의 점주라면 등록제는 강력한 지렛대다. 다만 협의는 타결 보장이 아니므로, 협의 기록 자체를 향후 분쟁조정·소송의 근거로 축적한다는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와 법무·상생 담당자다. 예비 창업자는 관심 브랜드에 등록 점주단체가 있는지, 본부의 협의 이력이 어떤지를 정보공개서와 함께 살피는 것이 새로운 실사 항목이 된다. 본부 법무팀에는 협의개시 의무가 계약서·판촉 정책·필수품목 공급조건 전반을 재점검하라는 신호다.

함의와 권고

본지 분석을 종합하면 이번 제도는 '규제'라기보다 '거래질서의 재설계'에 가깝다.

그동안 프랜차이즈 갈등은 본부의 일방 통보 → 점주 반발 → 개별 분쟁·소송이라는 소모적 경로를 밟았다.

등록제와 협의 의무는 이 흐름을 협의 → 기록 → (실패 시) 분쟁조정이라는 예측 가능한 절차로 바꾼다.

잘 작동하면 갈등의 총량과 사회적 비용이 함께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협의는 했으나 달라진 건 없다'는 형식화의 함정에 빠지면, 점주의 기대만 부풀린 채 갈등의 무대만 바뀐 꼴이 될 위험도 있다.

그래서 권고는 분명하다.

본부는 협의를 '방어'가 아니라 '상생 데이터 축적'의 기회로 삼아 선제적 창구와 근거 문서 체계를 갖추라.

점주단체는 대표성과 의제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관리하라.

그리고 공정위는 '성실 협의'와 '정당한 사유'의 판단 기준을 시행 초기에 구체적 사례로 제시해, 제도가 해석 다툼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2월 31일 시행까지 남은 시간이 곧 준비의 시간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등록 요건(가맹점 10%·1000명·최소 30명), 협의개시 14일·최소 2회·기록 3년 보관, 재요청 제한 180일·60일, 시정명령·과태료, 시행일(2026년 12월 31일)과 입법·행정예고 일정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및 '가맹점사업자단체 등록 및 거래조건 변경 협의절차에 관한 고시' 제정안 발표(2026년 8월 초)를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산업 규모 수치(가맹본부 9960개·브랜드 1만3725개·가맹점 37만9739개, 규모·업종 분포)는 공정위 '2025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를 근거로 했다.

국회 통과일(2025년 12월 11일)과 법 구조는 개정 가맹사업법 및 로펌 뉴스레터로 확인했다.

해외 비교(미국 AAFD 자율협회, 호주 프랜차이즈 행동강령 2025년 4월 시행, 프랑스 상법상 거래관계 보호)는 각국 기관·법률 자료로 대조했다.

세부 고시 문구는 예고 단계 자료로, 최종 확정 시 일부 수치가 조정될 수 있어 '예고안 기준'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