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게임산업법 확률형아이템 정보공개 의무가 법적 강제로 바뀐 지 2년 반이 지났지만, 정작 '거짓표시 한 건'이 부르는 대가는 어디를 들여다보느냐에 따라 250만원에서 매출의 3%까지 벌어진다.
캡슐형·강화형·합성형으로 아이템을 나눈 시행령, 24명 규모의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 그리고 지난해 가을 닻을 올린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까지 규제의 틀은 촘촘해졌는데, 같은 위반을 재는 잣대는 기관마다 따로 논다.
본지가 문화체육관광부 해설자료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내역,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의 개정·발의 이력, 게임물관리위원회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동일한 '확률 거짓표시'를 두고 공시비용과 적발 리스크를 산정하는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대형사·중소사·해외사가 체감하는 부담의 격차가 수백 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시점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확률 공개가 업계 자율에서 법적 의무로 넘어온 분기점은 2024년 3월 22일이다.
그전까지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를 중심으로 한 자율규제가 뼈대였고, 참여사만 확률을 내걸었다.
바뀐 뒤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게임물 전반이 표시 의무를 지게 됐다.
이후 2025년 8월 1일 징벌적 손해배상이 작동하기 시작했고, 2025년 10월 23일에는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가 시행됐다.
규제가 세 겹으로 쌓이는 동안 숫자의 '기준선'도 함께 이동한 셈이다.
옛 자율규제 준수율을 지금의 법정 이행률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착시가 생긴다.
확률형 아이템 캡슐형·강화형·합성형,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시행령은 확률형 아이템을 세 갈래로 나눴다.
우연적 요소로 결과물이 나오는 '캡슐형'(이른바 뽑기), 우연적 요소로 효과·성능·옵션이 바뀌는 '강화형', 아이템을 결합해 우연적 요소로 결과물을 얻는 '합성형'이 그것이다.
합성형에는 여러 구성품을 모두 모아야 보상이 완성되는 이른바 컴플리트 가챠가 포함된다.
유형별로 표시해야 할 정보도 갈린다.
캡슐형은 나올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의 종류·등급·확률을, 강화형은 변화 결과와 그 확률을, 합성형은 합성 결과와 확률을 각각 내걸어야 한다.
확률은 원칙적으로 백분율로 적되 특정 소수점 자리에서 반올림하는 방식이 허용된다.
이 유형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겉보기에는 같은 '확률 1건'이라도 산정과 검증에 드는 공수가 유형마다 딴판이기 때문이다.
캡슐형은 등장 풀과 가중치가 비교적 단순해 표기가 수월하다.
반면 강화 단계가 겹겹이 쌓이는 강화형이나, 조합의 경우의 수가 폭발하는 합성형은 실제 기대확률을 뽑아내는 계산 자체가 까다롭다.
단계마다 성공·실패·보너스 분기가 엮이면 '명목 확률'과 '이용자가 체감하는 누적 확률'이 벌어지고, 이 틈이 바로 거짓표시 시비의 온상이 된다.
본지가 유형별 검증 난이도를 공시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동일한 매출 규모의 게임이라도 합성형 비중이 큰 타이틀일수록 내부 검증·외부 감수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 배로 뛴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거짓표시 적발되면 얼마나 무나 — 과태료·징벌배상·과징금 비교
제재의 스펙트럼이 바로 이 기사의 핵심 '데이터 격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전자상거래 표시 규정을 근거로 크래프톤과 컴투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회사당 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크래프톤은 특정 치장 아이템의 실제 획득 확률이 0%인데도 소수점대 확률이 있는 것처럼 알렸고, 컴투스는 한 타이틀에서 실제 0%인 항목을 24%로 표기한 사안이었다. 2025년 9월에는 컴투스홀딩스·코스모스엔터테인먼트·아이톡시 등 3개 사가 확률·확정 정보를 거짓 또는 기만적으로 알린 혐의로 총 2,250만원의 과태료를 받았다.
법정 상한이 2,000만원 안팎인 과태료 체계에서, 실제 부과액은 상한의 일부에 그친다.
그런데 같은 '거짓표시'를 민사의 눈으로 보면 숫자가 전혀 달라진다. 2024년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해 2025년 8월 1일 시행된 개정법은, 고의로 확률을 조작하거나 거짓 표시해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최대 3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게다가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게임사 스스로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환했다.
과태료가 '행정이 매기는 정액'이라면, 징벌적 손해배상은 '피해 규모에 연동되는 변동값'이다.
여기에 2025년 12월에는 거짓표시 사업자에게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대형사의 연매출을 대입하면 수백억원대가 거론되는 수준이다.
같은 위반을 두고 '250만원 정액'과 '매출 3%'가 한 테이블 위에 놓이는 것, 이 간극이 업계가 느끼는 불확실성의 실체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측정 기준의 다양성은 더 뚜렷해진다.
중국은 2017년부터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후 가이드라인을 조여 왔다.
일본은 2012년 경품표시법 해석을 통해 컴플리트 가챠를 사실상 접게 하되 나머지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벨기에는 2018년 유료 루트박스를 도박으로 보고 사실상 금지했고, 네덜란드도 유사한 제재 흐름을 탔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통일 규제 대신 앱 장터 운영사가 확률 공개를 요구하는 민간 거버넌스에 기대 왔다.
같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이름을 달아도, 어디는 금지, 어디는 공개 의무, 어디는 자율로 접근이 갈린다.
한국은 '전면 공개 의무 + 사후 징벌'이라는, 공개와 제재를 동시에 세게 거는 드문 조합에 가깝다.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제, 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나
2025년 10월 23일 시행된 국내대리인 지정제는 집행의 '손이 닿는 거리'를 다룬 제도다.
전년 매출 1조원 이상, 또는 전년 기준 국내 모바일 설치가 일평균 1,000건 이상인 게임물을 제공하는 사업자 등이 지정 의무를 진다.
국내대리인은 국내에 주소나 영업장을 둔 사람이나 법인이어야 하고, 한국어로 원활히 소통하며 표시 의무 이행과 보고를 맡는다.
어기면 2,000만원의 과태료가 따른다.
취지는 분명하다.
그동안 국내 이용자가 언어 장벽 탓에 해외 게임사와 소통하기 어려웠고, 유통 질서 위반을 따질 창구도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효성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다.
대리인 지정만으로 본사의 확률 산정 자료에 대한 접근권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 과태료 수준이 글로벌 매출에 견주면 억지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겹친다.
여기서 또 하나의 데이터 격차가 드러난다.
국내사는 규제의 직접 수범자로서 집행의 도달성이 높지만, 해외사는 대리인을 매개로 한 '간접 접점'이어서 같은 위반이라도 적발·입증·제재의 실제 강도가 달라진다.
결국 '한국 시장에 내걸린 확률'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두고도, 국내사와 해외사의 리스크 곡선은 다른 기울기를 그린다.

같은 위반인데 왜 기관마다 집계가 다를까
마지막 격차는 '누가 세느냐'에서 온다.
문체부의 24명 모니터링단은 주로 표시 여부와 표기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공정위는 표시·광고의 거짓·기만성을 소비자 보호의 틀에서 본다.
게임물관리위원회 산하에는 신고 및 피해구제센터가 들어서 민원 접수와 피해 조사, 분쟁 조정을 맡는다.
문제는 하나의 사안이 '미표시'인지 '거짓표시'인지, 혹은 '피해 발생'인지에 따라 서로 다른 장부에 기록된다는 점이다.
어떤 위반은 세 창구에 중복 집계되고, 어떤 위반은 어느 장부에도 온전히 남지 않는다.
그래서 '위반이 늘었다/줄었다'는 평가는 어떤 기관의 숫자를 집어 드느냐에 좌우된다.
본지의 분석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한국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공개 의무'라는 단일 축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표시 행정(문체부)·거래 공정(공정위)·피해 구제(게임위)·민사 책임(법원)·시장 접근(국내대리인)이 겹쳐진 다층 구조이며, 지표가 출처마다 어긋나는 것은 오류가 아니라 이 설계의 필연적 산물이다.
둘째, 규제 비용은 '유형×규모×소재지'의 함수다.
합성·강화형 비중이 높고 매출이 크며 국내에 법적 거점을 둔 사업자일수록 공시비용과 적발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3년 연평균 매출 1억원 이하 영세·인디 사업자는 표시 의무에서 빠져 격차가 구조적으로 벌어진다.
셋째, 발의 중인 매출연동 과징금과 이미 작동 중인 3배 배상이 결합하면, 기존의 '정액 과태료' 시대에 맞춰 짜둔 기업들의 리스크 모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함의는 세 갈래다.
규제 당국에는 표시·공정·피해·민사로 흩어진 위반 집계를 하나의 통합 지표로 합산해 공개할 것을 권한다.
숫자의 기준선을 맞추지 않으면 '규제가 효과를 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공회전한다.
업계에는 유형별 확률 산정 로직과 검증 기록을 외부 감수 가능한 형태로 상시 보존할 것을 권한다.
입증책임이 전환된 이상, 분쟁이 터진 뒤가 아니라 평상시의 기록이 방어선이다.
이용자에게는 화면에 뜬 확률을 절대치가 아니라 '명목값'으로 읽는 감각을 권한다.
특히 다단계 강화·합성 아이템에서는 한 칸의 확률과 끝까지 가는 누적 확률이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규제는 촘촘해졌지만, 숫자를 재는 자(尺)가 아직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는 사실 — 그것이 지금 이 시장을 읽는 첫 번째 열쇠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1월 7일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시행일(2024년 3월 22일)과 유형화(캡슐형·강화형·합성형), 중소기업 표시의무 예외(3년 연평균 매출 1억원 이하), 확률 백분율·반올림 표기 방식은 문화체육관광부 시행령 및 확률정보 공개 해설자료로 확인했다.
크래프톤·컴투스에 대한 2024년 회사당 250만원 과태료와 2025년 9월 3개 사 총 2,250만원 과태료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발표와 복수 언론 보도로 교차 확인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최대 3배)·입증책임 전환·피해구제센터 신설(2025년 8월 1일 시행)과 매출 3% 과징금 도입 발의안(2025년 12월)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기반 보도로 확인했으며, 과징금 조항은 발의 단계로 '시행 법령'이 아님을 명시한다.
해외 게임사 국내대리인 지정제(2025년 10월 23일 시행, 과태료 2,000만원)는 문체부 시행령 공고로 확인했다.
국제 비교(중국·일본·벨기에·네덜란드·미국)는 공개된 각국 규제 연혁을 요약한 것으로, 세부 수치보다 규제 방식의 차이를 보이기 위한 참고다.
기사에 쓰인 유형·규모별 공시비용 격차는 공개 자료를 토대로 한 본지 추정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