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임박하면서, 비수도권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상한을 어디에 긋느냐가 데이터센터 입지와 수조 원대 투자 결정을 가르는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본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기후에너지환경부의 협의 동향과 전력계통영향평가 실적,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교차 분석한 결과, 면제 상한 100메가와트(㎿)안과 50㎿안의 간극은 단순한 50㎿ 차이가 아니라 비수도권 심의 대상의 70%대를 통째로 풀어주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사업 구조의 분기점'이었다.
정부가 다듬고 있는 하위법령의 뼈대는 분명하다.
지난해 공포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그 핵심 특례가 바로 비수도권에 짓는 AI 데이터센터(AIDC)에 한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해 주는 조항이다.
수도권은 전력계통이 포화 상태라 사실상 신규 진입이 막혀 있는 만큼, 지방으로 수요를 돌리는 유인을 제도에 심자는 취지다.
문제는 '얼마까지' 면제할 것인가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상한, 왜 100MW와 50MW로 갈렸나
부처 간 입장은 갈린다.
본지가 확인한 관계부처 협의 내용을 종합하면, AI 인프라 확충을 책임지는 과기정통부는 면제 상한으로 100㎿를, 전력계통의 안정을 책임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그 절반인 50㎿를 제시해 맞서 왔다. 10월 말 기준으로는 산업계 의견과 인프라 조기 확충 필요성을 반영해 100㎿ 수준으로 가닥을 잡는 쪽에 무게가 실렸지만, 상한은 입법예고안이 공개되기 전까지 확정이 아니다.
여러 구간으로 쪼개기보다 단일 상한을 두는 방향으로 조율되고 있다는 점도 함께 확인됐다.
왜 이 숫자 하나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가.
본지가 정부가 집계한 비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심의 대상 61건에 두 안을 대입해 보니 결과는 극적으로 갈렸다.
상한을 100㎿로 그으면 면제 대상이 44건(72.1%)·2.8기가와트(GW·47.8%)에 이르지만, 50㎿로 낮추면 18건(29.5%)·0.63GW(10.6%)로 쪼그라든다.
건수로는 2.4배, 용량으로는 4배 넘게 벌어진다.
상한선 하나가 '대부분을 풀어주는 제도'와 '중소형만 풀어주는 제도'를 가르는 셈이다.
기준을 재는 잣대도 정교해졌다.
면제 여부는 전기사용계약 체결 시의 최대 수요전력인 '계약전력'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존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거나 일반 센터를 AIDC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확장·전환 이후의 총 계약전력을 합산해 면제 대상인지 따진다.
쪼개기 신청으로 상한 아래에 맞추려는 우회를 차단하려는 장치다.
아울러 AIDC로 인정받는 문턱 자체도 낮아졌다.
전력 총량 기준은 10㎿에서 5㎿로, AI 장비의 최소 전력은 300킬로와트(㎾)에서 250㎾로, 전체 정보통신 장비 가운데 AI 장비가 차지해야 할 비중은 60%에서 50%로 완화되는 방향이다.
기존 센터의 부분 전환까지 AIDC로 품겠다는 신호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승인률 1.9%란 무엇인가
면제 상한 논쟁의 무게를 이해하려면 수도권의 현실을 봐야 한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대규모 전력 수요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따져 접속 가능 여부를 판정하는 제도인데, 수도권에서는 이 문이 사실상 닫혀 있다.
부동산 서비스 기업이 집계한 올해 3월 누적 기준으로, 수도권 데이터센터의 1차 기술검토 신청은 522건·3만3592㎿에 달했지만 최종 공급가능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1010㎿에 그쳤다.
신청 건수의 1.9%, 신청 용량의 3% 수준이다.
절반이 넘는 279건은 아예 공급 불가 판정을 받았다.
숫자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병목의 위치가 드러난다. 1차 기술검토를 통과해 본심사까지 올라간 건수가 243건 중 24건(9.9%)에 불과했고, 그중 최종 승인은 10건이었다.
평가의 37%가 결론을 내리는 데만 6개월 넘게 걸렸고, 일부는 2년을 넘겼다.
'지어도 되는지'를 확인받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뿌리는 지역 간 전력 불균형에 있다.
전력자급률이 서울 12%, 경기 62%인 반면 경북과 전남은 200%를 넘는다.
전기가 남는 곳과 수요가 몰리는 곳이 어긋나 있는 것이다.
수도권 데이터센터 임대료가 2019년 대비 70%가량 뛴 것도 이 희소성의 가격표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면제 상한은 지방으로 가는 '입장권'을 얼마나 넓게 발급할지의 문제이지, 지방에 전기가 실제로 공급되는지와는 다른 층위의 문제다. 1.9%라는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평가 절차의 까다로움이라기보다, 애초에 계통에 여유가 없다는 구조적 사실이다.
따라서 면제가 만능 열쇠로 읽히는 순간 정책은 오독될 위험이 있다.
비수도권 데이터센터, 면제 기준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그렇다면 사업자들의 셈법은 어떻게 갈라지는가.
본지가 공개된 비수도권 투자 계획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상한선을 사이에 두고 전략이 네 갈래로 흩어진다.
첫째, 초대형 하이퍼스케일 진영이다.
한 대기업 집단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과 손잡고 울산 국가산업단지에 추진하는 7조 원 규모 AI 전용 센터는 2029년 전면 가동 시 1GW급 확장을 바라본다.
이 체급은 100㎿든 50㎿든 어차피 면제 상한을 훌쩍 넘어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정면으로 통과해야 한다.
면제 논쟁의 바깥에 서 있는, 그러나 계통 부담은 가장 크게 지우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특별법의 실익은 면제가 아니라 인허가 절차 단축과 부지·전력 연계 지원에 있다.
둘째, 상한선 바로 위아래에 걸친 중대형 사업자들이다.
수도권에서 밀려나 지방을 택한 50~100㎿급 프로젝트가 여기 해당한다.
상한이 100㎿면 면제의 수혜를 입지만, 50㎿로 내려가면 곧바로 평가 대상이 된다.
본지 분석으로는, 상한이 100㎿로 확정될 경우 설계 용량을 상한 바로 아래로 맞추려는 '99㎿ 쏠림'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
면제라는 혜택이 오히려 투자 규모를 상한에 가두는 역설이다.
셋째, 중소형 특화 사업자다.
수십 ㎿ 안팎으로 지방에 분산 입지하는 유형으로, 전남 장성에 추진되는 40㎿ 규모 센터처럼 어느 안이 채택돼도 면제 범위에 들어온다.
이들에게 특별법은 가장 확실한 순풍이다.
다만 개별 용량이 작은 만큼 계통 전체에 주는 충격도 제한적이어서, 면제의 정당성 논란에서 가장 자유롭다.
넷째, 전환형 사업자다.
기존 상면을 AI용으로 바꾸거나 증설하는 쪽인데, 이번 시행령이 전환 후 총 계약전력을 합산해 판정하도록 설계되면서 셈법이 가장 민감해졌다.
부분 전환만으로 AIDC 지위를 얻어 다른 특례를 노릴 수 있게 된 점은 유인이지만, 합산 결과 상한을 넘으면 면제에서 탈락하기 때문이다.
전환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곧 면제 수혜 여부를 좌우한다.

해외는 '지연', 한국은 '거부'…미국·유럽과 비교하면
국제 비교를 해 보면 한국 문제의 결이 더 또렷해진다.
미국은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접속하기까지 평균 3년, 북버지니아 같은 밀집지는 최대 7년을 기다린다.
지난해 말 기준 접속을 대기하는 발전·저장 설비만 2000GW를 넘고, 2000~2020년에 신청된 사업 중 2025년까지 실제 가동에 들어간 비율은 13%에 그친다는 집계도 있다.
유럽도 사정은 비슷하다.
프랑크푸르트·런던·암스테르담·파리·더블린 같은 거점은 7~10년의 접속 지연을 겪고, 일부 도시는 계통 혼잡을 이유로 신규 프로젝트를 한동안 중단하기도 했다.
겉으로는 한국의 1.9%가 이들보다 극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격이 다르다.
미국·유럽의 병목이 '오래 걸리는 지연'이라면, 한국의 병목은 '아예 안 되는 거부'에 가깝다.
긴 대기열이라도 순번이 오면 접속되는 구조와, 용량 자체가 없어 반려되는 구조는 투자자 입장에서 전혀 다른 위험이다.
전자는 시간을 비용으로 환산해 버틸 수 있지만, 후자는 사업의 존폐가 걸린다.
특별법의 면제 특례가 '지연 단축'이 아니라 '진입 자체의 개방'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방이 받쳐 줄 여력은 이미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에 접수된 데이터센터 전력사용예정통지 가운데 비수도권 비중은 지난해 10월 22%에서 올해 6월 45%로 두 배 넘게 뛰었고, 2024년 기준 계획 단계 데이터센터 36곳 중 83%가 비수도권에 있다.
지방에 거론되는 투자 규모만 1000조 원대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요는 이미 지방으로 고개를 돌렸고, 제도가 그 흐름을 얼마나 매끄럽게 받아 줄지가 관건이다.
면제가 '회피'가 되지 않으려면
그럼에도 면제를 둘러싼 우려는 가볍지 않다.
전력계통영향평가는 특정 지역에 수요가 쏠릴 때 계통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거르는 안전장치다.
이를 면제한다는 것은 그 책임을 사후로 미루는 것과 같다.
이미 평가를 피하려 신청 용량을 기준 아래로 낮추는 움직임이 시장에서 포착됐다는 점은, 면제 상한이 높을수록 '설계상의 회피'를 제도가 합법화해 줄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비수도권이라고 전력망이 무한하지 않다.
경북·전남의 자급률이 높다 해도 송전 제약은 별개의 문제이며, 특정 시·군에 대형 센터가 몰리면 지역 계통은 또 다른 수도권이 될 수 있다.
본지의 권고는 면제의 '설계'에 있다.
상한을 100㎿로 넓히더라도, 면제가 평가의 완전한 생략이 아니라 사후 계통 모니터링과 분산에너지·자가발전 연계, 지역 수용성 확보 의무와 짝을 이루도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
또한 면제는 수요가 확정된 사업에 한해 의미가 있다.
앵커 임차인이나 실수요 없이 발급된 면제는 전기를 끌어다 놓고도 비어 있는 '유령 인허가'로 남을 수 있다.
실제로 지방 이전이 거론만 무성할 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전력 공급 불확실성과 함께 수요 부족이 자리한다.
면제 상한은 입지를 여는 방아쇠일 뿐, 그 자체로 데이터센터를 완성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정책이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결국 입법예고안에 찍힐 숫자 하나가, 지방으로 흘러갈 투자의 물꼬를 어느 폭으로 틀지 결정한다. 100㎿와 50㎿ 사이 어디에 선이 그어지든, 그 선은 '얼마를 면제하느냐'를 넘어 '어떤 데이터센터 산업을 지방에 심을 것이냐'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온다.
면제의 폭만큼이나 면제의 조건이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1월 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 상한(과기정통부 100㎿·기후에너지환경부 50㎿)과 비수도권 심의 대상 61건 대입 결과(100㎿ 이하 44건·2.8GW, 50㎿ 이하 18건·0.63GW), AIDC 인정 기준 완화(총량 10→5㎿, AI 장비 최소전력 300→250㎾, 비중 60→50%), 계약전력·전환 합산 판정 방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하위법령 협의 동향과 복수 산업 매체의 입법예고 관련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수도권 승인률 1.9%(522건 중 10건, 3만3592㎿ 중 1010㎿)와 반려 279건, 평가 소요기간, 전력자급률(서울 12%·경기 62%·경북·전남 200% 이상), 임대료 70% 상승은 부동산 서비스 기업 집계와 전력당국 자료를 인용했다.
비수도권 비중(22→45%)과 지방 투자 사례는 한국전력 통지 자료 및 기업 공시·보도를 근거로 했다.
면제 상한은 입법예고 전 협의 단계 수치이므로 최종 확정치와 다를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