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 개정으로 외국인 M&A와 해외법인 매각까지 국가핵심기술 심사 대상에 편입되면서, 반도체·배터리 기업의 거래구조 설계와 M&A 실사(DD) 실무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본지가 정부 발표 자료와 수사기관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지금 산업계가 체감하는 규제 강도는 단일 법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2024년 말 국회를 통과해 2025년 7월 시행된 1차 개정과, 2026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가로 발의한 2차 개정이 겹쳐지며 만들어진 '이중 파고'에 가깝다.

특히 같은 '기술유출 건수'라는 지표가 집계 주체에 따라 한 해 19건에서 179건까지 아홉 배 넘게 벌어지는 현상은, 규제 체감도와 실제 위험의 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분명하다.

과거에는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 기업에 팔리는 '직접 인수' 정도만 정부 승인·신고 대상이었다.

그러나 개정 흐름은 외국인이 국내에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거래, 이미 승인받은 해외 생산시설을 되팔거나 철수하는 거래, 합작사(JV) 지분 구조를 바꾸는 거래까지 사전 심사망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거래 당사자가 "이건 단순 지분 거래"라고 주장해도, 그 안에 국가핵심기술이 묻어 있으면 정부 승인이 선행 조건이 된다는 뜻이다.

국가핵심기술 심사,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먼저 2025년 7월 22일 시행된 1차 개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보자.

이 개정은 2024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처벌 수위다.

기술유출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올랐다.

벌금 상한도 대폭 상향됐는데,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경우 종전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일반 산업기술의 해외유출은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뛰었다.

숫자만 보면 네 배 안팎의 인상이지만, 실무적으로 더 무거운 건 '성립요건 완화'다.

침해로 인정되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과거라면 민사 다툼에 그쳤을 사안이 형사 리스크로 전환될 여지가 커졌다.

제도적으로는 두 가지 장치가 새로 들어왔다.

하나는 직권판정신청통지제다.

기업이 자사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신고하지 않더라도, 산업부 장관이 직권으로 "당신 회사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 신청을 하라"고 통지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하나는 보유기관 등록제로, 국가핵심기술 관련 사항을 정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두 장치가 결합하면, 기업 스스로 "우리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단해 넘어가던 사각지대가 좁아진다.

해외 인수·합병 건의 경우 산업부가 곧바로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바뀌었고, 승인 심사 시 국가안보뿐 아니라 '산업기술 유출로 인한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까지 따지도록 명문화됐다.

여기에 2026년 10월, 산업부는 2차 개정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핵심은 심사 대상의 전방위 확장이다.

해외법인 매각·철수, 외국인이 국내 법인·단체를 통해 추진하는 우회 M&A까지 사전 심사·승인 대상에 넣는다.

국가첨단전략기술 수출 승인을 받은 뒤 해외 시설을 매각·양도하거나, 그 시설을 통해 기술을 넘기거나, 시설을 폐쇄·철수하는 경우를 모두 사전 승인 또는 신고 대상으로 묶었다.

국가핵심기술 역시 수출 승인·신고 이후 이런 변동이 생기면 다시 미리 승인받거나 신고해야 한다.

쉽게 말해, '승인은 거래 시점에 한 번'이던 규제가 '거래 이후의 지분·시설 변동'까지 따라붙는 상시 관리형으로 바뀌는 셈이다.

집행 수단도 강해진다.

산업부에 기술유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이 도입된다.

지금까지 기술유출 수사는 경찰·검찰·국정원이 맡고 산업부는 심사·행정에 머물렀지만, 산업기술 전문성을 가진 부처가 직접 수사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뀐다.

범죄수익 몰수·추징 대상도 확대된다.

유출로 얻는 이익보다 돌아오는 불이익이 더 크도록 설계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6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을 당초 일정보다 1년 앞당겨 연내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기술유출 건수는 왜 출처마다 다를까

이 대목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기술유출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숫자는 어디서 집계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국가정보원이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유출 건수는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 2024년 19건으로 매년 20건 안팎이다.

반면 경찰청이 집계한 2025년 기술유출 범죄 검거는 총 179건·378명(구속 6명)에 달한다.

같은 '기술유출'인데 한쪽은 두 자릿수, 다른 쪽은 세 자릿수다.

이 아홉 배 넘는 격차를 두고 "어느 쪽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 번지수가 틀린 해석이다.

격차의 정체는 '측정의 정의'다.

국정원 수치는 해외로 넘어간 '산업기술' 유출, 그중에서도 적발·확인된 건으로 범위가 좁다.

경찰 수치는 국내 유출까지 포함하고, 적용 법률도 넓다.

실제로 경찰이 2025년 검거한 179건의 법적 근거를 뜯어보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118건(65.9%)으로 가장 많고, 형법상 업무상배임이 39건(21.8%), 정작 산업기술보호법 적용은 22건(12.3%)에 그친다.

즉 '산업기술보호법 사건'만 세면 22건, '모든 기술유출 범죄'를 세면 179건, '해외로 나간 핵심기술'만 세면 국정원 기준 수십 건이 된다.

같은 현상을 다른 자(尺)로 잰 것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 격차는 M&A 실무에 직접적인 함의를 던진다.

첫째, 기업이 "우리는 산업기술보호법 적용 사례가 연 20여 건뿐"이라며 규제 체감을 낮게 잡으면 오판이다.

실제 거래가 걸리는 그물은 부정경쟁방지법·형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까지 겹겹이다.

둘째, 피해의 86.6%가 중소기업에 집중됐고 내부인에 의한 유출이 82.7%라는 경찰 통계는, 대기업 반도체·배터리 거래뿐 아니라 이들과 거래하는 협력사·소부장 기업의 지분 변동까지 심사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해외 유출 대상국은 중국이 54.5%로 절반을 넘었고 베트남·인도네시아·미국이 뒤를 이었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기술유출 통계'를 하나의 숫자로 믿는 순간 실사(DD)는 구멍이 뚫린다.

거래 리스크를 재려면 집계 주체별로 분리된 세 개의 렌즈—국정원(핵심기술 해외유출), 경찰·검��(전체 범죄 검거), 산업부(국가핵심기술 승인·심사)—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한다.

세 숫자가 벌어지는 구간이 바로 규제가 빠르게 메우고 있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M&A 심사 확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만의 흐름은 아니다.

미국은 2018년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RMA)으로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권한을 넓혀, 소수 지분 투자나 부동산 거래까지 심사할 수 있게 했다.

반도체·AI 등 '핵심기술(critical technology)' 관련 거래는 일부 사전 신고가 의무화됐다.

일본은 2019~2020년 외환법(FEFTA)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자의 사전 신고 기준 지분을 10%에서 1%로 대폭 낮췄다.

지정 업종에 해당하면 1% 지분만 사도 사전 신고 대상이 된다는 뜻으로, 한국의 '우회 M&A 포착'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제정해 2020년 10월부터 시행한 외국인직접투자 심사 규정(Regulation 2019/452)으로 회원국 간 심사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각국이 개별적으로 심사하되 역내에서 정보를 돌려 '한 나라에서 막힌 거래가 다른 나라로 우회하는 것'을 걸러낸다는 구상이다.

대만은 2022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등으로 유출하면 경제간첩죄로 중하게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1위 국가답게, 역외 유출에 형사적으로 가장 날을 세운 사례로 꼽힌다.

이 국제 비교에서 읽히는 공통분모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지분 문턱 낮추기'—소수 지분이나 우회 구조까지 포착하려는 방향이다.

다른 하나는 '사후가 아닌 사전'—거래가 끝난 뒤 처벌하기보다 거래 전에 걸러내는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 점이다.

한국의 이번 개정도 정확히 이 두 축 위에 서 있다.

다만 미국·일본이 투자 심사 자체를 넓힌 반면, 한국은 기술 보호법과 첨단전략산업법이라는 '기술 중심' 축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결이 조금 다르다.

심사 트리거가 '외국인 투자냐'가 아니라 '국가핵심기술이 묻어 있느냐'라는 것이다.

M&A 실사·거래구조 컴플라이언스는 어떻게 바뀌나

그래서 실무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

본지가 거래 흐름을 뜯어본 결과, 변화는 세 단계에서 동시에 온다.

거래를 설계하는 단계, 실사를 하는 단계, 거래를 끝낸 뒤 사후 관리하는 단계다.

과거 실사에서 기술 보호는 특허·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보는 보조 항목에 가까웠다.

이제는 '이 회사가 국가핵심기술 보유기관인가', '국가첨단전략기술 수출 승인 이력이 있는가', '해외 시설을 끼고 있는가'가 거래 성사 자체를 좌우하는 선결 조건으로 올라선다.

승인 없이 끌고 간 거래는 조치명령으로 되돌려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형사·징벌 배상 리스크로 번진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가장 큰 부담은 '우회 구조의 재해석'이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에 운용사를 세워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작사 지분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식은 그동안 심사를 피하는 통로로 쓰였다. 2차 개정은 이 통로를 '국내 법인·단체를 통한 외국인 M&A'로 규정해 정면으로 겨눈다.

거래 구조도(structure chart)만 봐서는 외국 자본이 보이지 않아도, 실질 지배가 외국인에게 넘어가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특사경이 더해지면, 심사 단계에서 수사 단계로 넘어가는 문턱이 낮아진다.

행정 심사에서 걸린 사안이 곧바로 압수수색·수익 몰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본지의 결론을 정리하면 세 가지다.

첫째, 반도체·배터리 거래의 타임라인은 길어진다.

사전 승인·신고 절차가 거래 종결(closing)의 선행 조건이 되면서, 계약서에 '정부 승인 획득'을 거래 선행조건(CP)으로 못 박는 사례가 표준이 될 것이다.

둘째, 실사 범위는 '기술의 국적'까지 확장된다.

어떤 기술이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에 해당하는지, 직권판정 리스크는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으면 거래가 통째로 뒤집힐 수 있다.

셋째, 거래가 끝난 뒤에도 관리 의무가 남는다.

승인 이후의 시설 매각·철수·지분 변동까지 신고 대상이 된 이상, 'closing으로 끝'이라는 공식은 폐기해야 한다.

함의는 명확하다.

기업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건 두려움이 아니라 '지도'다.

보유 기술의 등급을 미리 판정받아 두고, 거래 구조를 설계하는 초기 단계부터 규제 변수를 끼워 넣는 쪽이 결과적으로 비용을 줄인다.

정책 당국에는 다른 숙제가 있다.

심사 대상을 넓히는 속도에 비해 '무엇이 국가핵심기술인가'의 예측 가능성이 따라오지 못하면, 정상적인 외자 유치와 글로벌 협업까지 위축될 수 있다.

산업계가 꾸준히 제기해 온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심사 기간 단축' 요구가 2차 개정의 시행령 단계에서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관전 포인트다.

규제의 그물은 촘촘해졌지만, 그물코의 크기를 산업계가 가늠할 수 있어야 그물이 제 기능을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1차 개정(산업기술보호법) 내용은 국회 본회의 통과(2024년 12월 27일) 및 2025년 7월 22일 시행 사실과 징벌적 손해배상 3배→5배, 벌금 상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15억원→65억원·산업기술 해외유출 15억원→30억원, 직권판정신청통지제·보유기관 등록제 신설을 법무법인 해설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2차 개정(해외법인 매각·철수, 우회 M&A 심사 확대, 산업부 특사경 도입, 범죄수익 몰수·추징 확대, 제6차 산업기술보호 종합계획 연내 발표)은 2026년 10월 산업통상자원부 발표 및 복수 언론 보도로 확인했으며, 발의·시행령은 진행 중이어서 세부 내용은 변동될 수 있다.

통계는 경찰청 2025년 기술유출 단속 결과(179건·378명, 전년 123건·267명 대비 45.5% 증가, 국가핵심기술 8건, 적용법률·피해기업·유출국 비중)와 국가정보원 연도별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 건수(2021~2024년)를 사용했다.

집계 주체별 정의 차이로 수치 간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어 '측정 격차'로 해석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