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공정거래법 자진신고자(리니언시) 감면고시 개정 행정예고를 두고, 담합에 가담한 기업의 '신고 타이밍' 자체가 구조적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본지가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9월 23일 입법·행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과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고시 개정안, 그리고 최근 7년간의 담합 적발·과징금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핵심은 단순한 감면율 몇 퍼센트 조정이 아니라 '언제 신고하느냐'와 '몇 번째 담합이냐'를 돈으로 환산하는 규칙의 전면 재설계에 가깝다.

조사가 시작된 뒤에 뒤늦게 손을 드는 기업에게 돌아가던 전액 면제의 문이 닫히고, 10년 안에 다시 담합한 기업에게는 감면의 절반을 떼어내며, 사업을 넘겨받은 양수인에게까지 전과(前科)가 따라붙는다.

카르텔 내부의 '배신 게임'을 설계해 온 기업 법무 라인으로서는 셈법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

리니언시 감면고시 개정 행정예고란 무엇인가

리니언시는 담합에 가담한 사업자가 그 사실을 증거와 함께 공정위에 자진신고하면 과징금과 시정조치, 검찰 고발 같은 제재를 깎아 주거나 아예 면제해 주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앰네스티', 유럽연합에서는 '이뮤니티'라 부르지만 작동 원리는 같다.

카르텔 참여자끼리 서로를 믿지 못하게 만들어 내부 고발을 유도하고, 그렇게 확보한 증거로 담합을 깨뜨리는 것이다.

한국은 2005년 법 개정으로 1순위 신고자에게 과징금을 전액 면제하고 2순위에게 50%를 감면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본격 가동했다.

적발이 쉽지 않은 담합 사건에서 리니언시는 사실상 가장 강력한 수사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번 '행정예고'는 그 운영고시를 손보기 위한 절차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2026년 9월 23일부터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했고, 감면고시 개정안은 같은 날부터 10월 13일까지 행정예고로 의견을 받았다.

본 기사 작성 시점 기준으로 감면고시 행정예고 기간은 이미 마감됐고, 공정위는 접수된 의견과 법제처 심사를 거쳐 2027년 1분기 중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지금은 '예고된 변화가 확정 직전에 놓인' 국면이다.

2005년 전액면제에서 2026년 축소까지, 리니언시 20년의 전환점

제도의 궤적을 시간축으로 따라가 보면 이번 개정의 의미가 또렷해진다. 2005년 전액면제·50% 감면 구조가 도입된 뒤 리니언시는 폭발적으로 활용됐다.

본지가 공개 통계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 기업들이 자진신고 감면으로 깎인 과징금은 약 1조7543억원에 이르렀고, 이는 같은 기간 부과된 전체 담합 과징금 4조5053억원의 38.9%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과징금이 부과된 담합 사건 188건 가운데 78.2%인 147건이 리니언시의 손을 거쳤다.

담합 사건 열 건 중 여덟 건이 자진신고로 풀렸다는 뜻이다.

문제는 제도가 성숙하면서 부작용도 드러났다는 점이다.

공정위 조사가 이미 코앞에 닥친 뒤에야 '먼저 배신하면 전액 면제'라는 계산으로 신고하는 '눈치보기 신고', 감면을 받고도 몇 해 지나 다시 담합에 뛰어드는 반복 담합, 사업부를 떼어 다른 법인에 넘겨 전과를 세탁하는 식의 회피가 지적됐다.

본지가 확인한 담합 적발 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서로 다른 담합 사건에 3건 이상 연루된 기업이 65곳에 달했다.

가구업계에서는 한샘이 20건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리바트 18건, 에넥스 16건, 넵스 14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물류업계에서도 동방 18건, CJ대한통운 13건 등 상습 적발 사업자가 줄줄이 확인됐다.

감면으로 제재를 비껴간 기업이 다시 담합의 당사자로 돌아오는 구조가 반복된 것이다.

여기에 2026년 들어 담합 과징금 자체가 급격히 불어났다는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연간 담합 과징금은 2024년 2193억원, 2025년 2636억원 수준이었는데, 2026년은 1월부터 8월까지만 2조4576억원으로 전년 연간 규모의 약 9배로 치솟았다.

제재의 절대 규모가 커질수록 '감면 한 칸'의 가치도 커지고, 그 감면을 누가 어떤 타이밍에 가져가느냐가 더 예민한 문제가 된 셈이다.

이번 개정은 바로 그 지점을 겨눈다.

조사 전·후를 가르는 선, 75%라는 숫자의 무게

개정안의 첫 번째 축은 '조사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감면을 갈라놓은 것이다.

현행 제도는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이든 후든 1순위 신고자라면 과징금을 전액 면제했다.

개정안은 이를 쪼갠다.

조사개시 전에 먼저 손을 든 1순위는 지금처럼 전액 면제를 유지하지만, 조사가 이미 시작된 뒤에 신고한 1순위는 과징금의 75%만 깎아 준다.

다시 말해 조사 뒤 첫 신고자도 과징금의 25%는 물어야 한다. 2순위 감면율 50%는 그대로 둔다.

얼핏 보면 25%포인트의 조정이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과거에는 '조사가 닥치면 그때 재빨리 신고해도 어차피 전액 면제'라는 안전판이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담합을 유지하다가 들킬 기미가 보일 때 제일 먼저 뛰어내리면 손실이 0이었다.

그러나 조사 후 신고의 가치가 100%에서 75%로 깎이는 순간, '버틸 때까지 버티다 막판 배신'이라는 전략의 기대값이 떨어진다.

전액 면제를 원한다면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즉 담합이 적발되기 전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제도 설계상 신고를 앞당기는 압력이 분명하게 걸린다.

다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사 착수 뒤 신고의 매력이 줄면, 이미 조사가 시작된 사건에서 2순위·3순위 가담자가 '어차피 깎아 주는 폭이 크지 않다'며 입을 닫아 버릴 수 있다는 우려다.

리니언시의 생명은 참여자 간 불신을 끝까지 자극하는 데 있는데, 조사 개시 이후의 유인이 약해지면 공정위가 수사 막판에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감면을 조이는 일이 곧 적발력 저하로 이어질지, 아니면 신고를 앞당겨 담합 자체를 줄일지는 시행 이후 실제 신고 패턴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반복 담합 10년 제한과 양수인 승계, 전과가 따라붙는다

두 번째 축은 반복 담합에 대한 제재 강화다.

현행은 담합으로 제재를 받았거나 감면을 받은 날부터 5년 이내에 또 담합하면 감면 자체를 아예 배제했다.

개정안은 이 기간을 10년으로 넓히되 구간을 둘로 나눈다. 5년 이내 재담합은 종전처럼 감면을 전면 배제하고, 5년을 넘겨 10년 이내에 다시 담합하면 원래 받을 수 있는 감면액의 절반만 인정한다.

이 규칙을 앞서의 감면율에 대입하면, 조사개시 전 1순위라도 반복 담합이면 전액 면제가 아니라 50% 감경에 그치고, 조사개시 후 1순위는 기본 75%의 절반인 37.5%, 2순위는 50%의 절반인 25%로 혜택이 쪼그라든다.

'한 번 봐줬으면 됐다'는 신호를 10년 단위로 확장한 셈이다.

세 번째 축은 제도의 구멍을 메우는 장치다.

시행령에 사업 양수인 관련 조항을 신설해, 합병·분할·분할합병·영업양도 등으로 담합과 관련된 사업을 넘겨받은 사업자에게도 반복 담합에 따른 감면 제한을 그대로 적용할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담합 전력이 있는 사업부를 다른 법인에 넘기거나 구조를 바꿔 '깨끗한 신규 사업자'인 척 감면을 다시 받는 식의 우회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제 담합의 이력은 법인의 껍데기가 바뀌어도 사업 자체를 따라 승계된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이번 개정은 '감면의 크기'가 아니라 '감면의 타이밍과 횟수'를 규율하는 방향 전환이다.

신고를 조사 이전으로 앞당기고, 상습범에게는 누적 불이익을 주며, 조직 개편을 통한 세탁을 차단한다는 세 갈래가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

둘째, 기업의 카르텔 내부통제 전략은 '적발 위험이 감지되면 가장 먼저 신고한다'에서 '담합에 발을 들이는 순간의 기대 비용이 과거보다 크다'는 쪽으로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

감면이라는 안전망이 얇아진 만큼 사전 준법감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셋째, 다만 제도의 실효성은 조사 착수 이후 신고 유인을 지나치게 깎지 않으면서도 선제 신고를 늘리는, 그 미묘한 균형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숫자 하나를 잘못 놓으면 담합 억지와 적발력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미국·EU·일본과 비교하면 어디쯤인가

국제적으로 보면 한국의 이번 조정은 '선제 신고 우대'라는 세계적 흐름과 결을 같이한다.

미국은 과징금 체계가 따로 없고 법무부가 형사 사건으로 다루는데, 담합 이익이나 소비자 피해액의 두 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을 만큼 제재가 무겁다.

대신 앰네스티는 가장 먼저 신고한 단 한 곳에만 형사 면책을 몰아주는 '선착순 1등 독식' 구조여서, 신고를 최대한 앞당기도록 설계돼 있다.

미국 담합 사건의 상당수가 이 자진신고를 통해 적발된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조사 전 신고에 전액 면제를 집중시키는 한국 개정안의 방향은 이 모델에 한발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읽힌다.

유럽연합은 집행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하되, 신고 순서와 증거의 가치에 따라 1순위 완전 면제, 후순위 단계적 감경이라는 틀을 갖추고 있다.

특히 EU는 사법부가 과징금의 적정성을 전면적으로 다시 판단해 깎거나 늘릴 수 있는 전면관할권을 갖고 있어, 감면과 별개로 제재 수준 자체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하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일본은 공정취인위원회(JFTC)에 자진신고하면 과징금과 형사처벌에서 면제·감경을 받는데, 2020년 전후 제도 개편을 거치며 신고 순서뿐 아니라 조사 협력의 정도에 따라 감면 폭을 추가로 정하는 '협력 가산'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순서만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으로 협조했는가'를 따진다는 점에서, 기여도에 따라 감면을 차등화하려는 한국 개정안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세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분명하다.

조사 이전의 선제 신고에 가장 큰 보상을 몰아주고, 뒤늦은 신고나 반복 가담에는 보상을 깎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20여 년간 유지해 온 '조사 전후 불문 1순위 전액 면제'는 오히려 국제 기준에서 보면 관대한 편에 속했다.

이번 개정은 그 간극을 좁히는 작업인 셈이다.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함의는 실무로 수렴된다.

우선 담합 리스크가 있는 사업 부문을 둔 기업이라면, 리니언시를 '적발 직전의 비상 탈출구'로 여겨 온 관성을 버려야 한다.

조사가 시작된 뒤에는 1순위라도 과징금의 4분의 1을 떠안는 만큼, 내부 준법감시로 담합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조사 이전 단계에서 판단을 내리는 체계가 전보다 중요해졌다.

둘째, 인수·합병이나 사업 양수를 검토하는 기업은 대상 사업의 담합 전력을 실사 단계에서 반드시 따져야 한다.

양수인 승계 규정이 도입되면 넘겨받은 사업의 과거가 그대로 감면 제한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셋째, 과거 담합으로 제재나 감면을 받은 이력이 있는 기업은 10년이라는 시계를 염두에 두고 재발 방지 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5년만 지나면 리셋된다는 가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결국 이번 리니언시 감면고시 개정 행정예고의 메시지는 간명하다.

담합에서 빠져나오려면 더 일찍, 더 분명하게 움직여야 하고, 한 번 걸린 뒤의 재범은 더 비싸진다는 것이다.

신고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그 문을 늦게 두드릴수록 치러야 할 값은 커졌다.

확정 고시가 2027년 1분기로 예정된 지금, 기업의 카르텔 내부통제 전략이 어떻게 재편되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9월 23일 입법·행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및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고시 개정안의 보도자료와 주요 로펌(법무법인)의 개정안 해설, 감면율·반복담합 10년 제한·양수인 승계 규정의 세부 내용을 교차 확인했다.

감면고시 행정예고 기간(9.23~10.13)은 작성 시점 기준 종료됐으며, 시행령 입법예고는 11월 2일까지, 최종 개정은 2027년 1분기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 1차 자료로 확인했다. 2009~2014년 감면 과징금 규모(약 1조7543억원, 전체의 38.9%)와 사건 적용 비율(188건 중 147건, 78.2%)은 과거 공개 통계에 근거한 수치로, 시점이 다소 오래된 추이 참고치임을 밝힌다.

최근 반복 담합 기업 수(2020~2026.8, 3건 이상 65곳)와 연도별 과징금 추이는 최신 집계를 반영했다.

미국·EU·일본 비교는 각국 경쟁당국의 제도 개요에 기반한 것으로, 세부 운영은 사안별로 다를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