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10·15 대책 1년 규제의 역설이 서울 부동산 시장의 1년 성적표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고 있다. 거래는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얼어붙었는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10%대로 뛰었다. 집값을 누르겠다며 내놓은 고강도 수요 규제가 거래만 묶고 가격은 되레 밀어 올린 셈이다. 본지가 지난해 10월 대책 발표 전후의 매매가격, 거래량, 전셋값, 가격대별 거래 분포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 1년은 단순한 '정책 실패'가 아니라 규제가 수요의 물길을 바꿔 놓은 '가격 하향 평준형 과열'의 기록으로 읽힌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집계, KB국민은행 시세를 종합한 결론이다.

먼저 대책의 뼈대를 짚자.

정부는 2025년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꺼번에 묶는 이른바 '3중 규제'를 발표했고, 사흘 뒤인 10월 20일부터 시행했다.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 구간별로 쪼갠 차등 규제다.

종전에는 담보인정비율(LTV) 중심의 비교적 단순한 틀이었다면, 바뀐 뒤에는 시가 15억원 이하는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초과는 2억원으로 대출 상한이 계단식으로 낮아졌다.

다른 하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살 때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의 길을 사실상 막은 조치였다.

토허구역 지정은 2026년 12월 31일까지로, 바로 이 때문에 연말 연장 여부가 올해 시장의 최대 변수로 떠올라 있다.

10·15 대책 1년, 서울 집값은 왜 올랐나

결과부터 보면 규제의 효과는 거래에만 선명하게 찍혔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5만9952건으로, 직전 1년 같은 기간의 6만7173건보다 10.7% 줄었다.

월별로 내려가 보면 냉각은 더 가파르다.

지난 8월 전국 부동산 매매거래는 2025년 1월 이후 약 1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앉았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8월 3529건으로 전달(5855건)보다 39.7% 급감했다.

거래 금액도 7월 6조6786억원에서 8월 3조9729억원으로 40.5% 쪼그라들었다.

대책이 조준한 '투기 수요 차단'은, 적어도 거래를 얼리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가격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셋째 주부터 올해 10월 초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누적 10.4% 안팎 올랐다.

조사 기준에 따라 10.41%, 10.42%, 10.58% 등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10%대 상승이라는 큰 그림은 같다.

직전 1년 상승률이 6.51%였던 점을 감안하면 규제 1년의 오름폭이 규제 직전 1년의 약 1.6배로 외려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이 기간 88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거래 절벽'과 '가격 급등'이 한 화면에 동시에 떠 있는, 교과서 밖의 풍경이다.

거래는 줄었는데 집값은 왜 올랐을까 — 규제의 역설

본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역설의 뿌리는 두 갈래다.

첫째, 매물 잠김이다. 2년 실거주 의무가 붙자 집을 내놓는 쪽도, 세를 끼고 사려는 쪽도 발이 묶였다.

팔 사람은 양도세·실거주 셈법 탓에 매물을 거둬들였고, 살 사람은 전세 레버리지가 막혀 거래가 성사되기 어려워졌다.

거래가 준다는 것은 통상 가격 하락의 전조이지만, 공급(매물)이 수요보다 더 빠르게 말라붙으면 얇은 거래 속에서도 호가는 오른다.

둘째, 대출 차등 규제가 수요의 물길을 바꿨다. 25억원 초과 고가 구간의 대출 여력이 2억원으로 쪼그라들자 상단의 매수세가 눌렸고, 그 수요가 규제 체감이 덜한 중저가·외곽으로 흘러내렸다.

규제가 집값을 '잡은' 게 아니라 '옮긴' 셈이다.

이 대목에서 본지의 결론은 분명하다. 10·15 대책은 가격을 겨눴지만 실제로 명중한 것은 거래량이었고, 가격은 규제의 틈을 따라 아래쪽 분위로 번졌다.

'규제의 역설'이라는 세간의 표현은 수사가 아니라 1년 치 숫자로 뒷받침되는 사실에 가깝다.

중저가·외곽이 강남을 앞질렀다 — 5분위 배율은 좁혀졌나

지역별 성적표는 역설의 두 번째 얼굴을 보여준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상승률 1위는 성북구(16.52%)였다.

뒤를 서대문구(14.40%), 강서구(14.39%), 구로구(13.69%)가 이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는 1.40%, 서초구는 3.35% 오르는 데 그쳤다.

대책의 규제 강도가 가장 셌던 상급지는 제자리걸음을 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외곽·중저가 지역이 두 자릿수로 뜀박질한 것이다.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으로 대표되는 저가 벨트가 1년 내내 상승률 상위를 메운 배경이다.

가격대별 거래 분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대책 전후를 비교하면 15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73.6%에서 77.2%로 높아진 반면, 15억~25억원은 17.6%에서 15.5%로, 25억원 초과는 8.8%에서 7.3%로 낮아졌다.

거래 건수로 보면 25억원 초과는 23.9% 급감했지만 15억원 이하는 5.7% 줄어드는 데 그쳤다.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47% 안팎까지 올라섰다는 집계도 나온다.

요컨대 시장의 무게중심이 아래쪽으로 내려앉았다.

본지가 중저가 급등과 고가 정체를 교차 분석한 결과, 상·하위 주택가격의 격차를 보여주는 이른바 5분위 배율(상위 20% 평균가를 하위 20% 평균가로 나눈 값)은 지난 1년 좁혀지는 흐름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를 '평준화'로 읽는 것은 성급하다.

격차가 줄어든 방식이 '고가가 내려서'가 아니라 '중저가가 더 올라서'였기 때문이다.

서민의 사다리가 짧아진 게 아니라, 사다리 아래 칸의 발판 값이 비싸진 것이다.

본지가 이번 국면을 '하향 평준형 과열'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통계상 배율은 좁혀졌으되, 실수요층의 체감 부담은 되레 무거워졌다.

전세 매물은 왜 사라졌나 — 서민 주거비의 역습

규제의 비용이 가장 날카롭게 꽂힌 곳은 임대차 시장이다.

갭투자가 막히자 전세로 내놓던 매물이 급감했다.

서울 전세 매물은 1년 새 11.9%가량 줄어 2만951건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전셋값은 9.96% 올랐다.

직전 1년 전셋값 상승률이 2.31%였던 것과 견주면 네 배를 웃도는 오름폭이다.

전세가 사라진 자리는 월세가 메웠다.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집계까지 나왔다.

전세의 월세화는 보증부 월세·반전세의 확산을 뜻하고, 이는 현금흐름이 빠듯한 청년·신혼·저소득 가구의 주거비를 직접 끌어올린다.

여기에서 취약 차주의 미시적 처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대출 상한이 구간별로 낮아지면서, 종전 같으면 전세 레버리지로 중급지에 진입하려던 실수요층이 자기자본 부담이 작은 외곽 중저가로 떠밀렸다.

그런데 그 외곽 중저가가 1년 새 두 자릿수로 뛰었으니, 사다리의 첫 칸 자체가 멀어진 것이다.

현금 동원력이 큰 수요자는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아 오히려 운신의 폭이 넓어졌고, 소득 대비 대출 의존도가 높은 가구일수록 선택지가 좁아졌다.

'집값을 잡겠다'는 규제가 결과적으로 자산가에게 유리하고 서민에게 불리하게 작동한 구간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뜻이다.

해외는 수요 규제로 집값을 잡았나 — 싱가포르·캐나다·뉴질랜드 비교

수요 억제형 규제의 명암은 한국만의 숙제가 아니다.

세 나라의 경험이 비교점을 준다.

싱가포르는 2023년 4월 외국인 매수자에게 물리는 추가인지세(ABSD)를 30%에서 60%로 올렸다.

투기성 외국 자본을 겨냥한 조치로, 전체 주택거래에서 외국인 비중이 2022년 4.7%에서 2024년 1.8%로 뚝 떨어지는 효과는 분명했다.

다만 이는 외국인이라는 특정 수요를 솎아낸 것이지 내국인 실수요가 떠받치는 가격 전반을 끌어내린 것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전방위 규제와는 결이 다르다.

캐나다는 2023년부터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매수를 한시적으로 금지했고 이 조치를 2027년까지 연장했으며, 별도로 연방 빈집세(UHT)를 도입해 실거주하지 않는 소유주에게 주택가액의 1%를 매년 물린다.

수요를 '금지'라는 가장 센 수단으로 눌렀지만, 토론토·밴쿠버의 가격은 금리와 공급 사정에 더 크게 좌우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질랜드는 단기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브라이트라인(brightline)' 과세 기간을 2021년 10년까지 늘렸다가, 효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4년 7월 2년으로 되돌렸다.

수요 억제 일변도로는 가격을 지속적으로 잡기 어렵다는 것을 정책 당국 스스로 인정한 사례로 읽힌다.

세 나라의 공통된 교훈은 분명하다.

수요 규제는 특정 수요를 차단하는 데는 즉효를 내지만, 공급이 함께 늘지 않으면 가격의 방향을 바꾸지 못하거나, 규제가 약한 틈새로 수요가 번지는 '풍선효과'를 부른다는 것이다.

한국의 1년도 정확히 이 궤적 위에 있다.

토허제 연말 연장될까 — 전망과 정책 함의

그렇다면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본지의 판단으로는 규제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첫째, 거래를 묶는 방식의 수요 규제는 한계수명에 다다랐다.

매물 잠김이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에서는 규제를 조일수록 역설이 깊어진다.

둘째, 임대차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보완책 없이 갭투자만 차단하면, 전세의 월세화와 주거비 상승이라는 청구서가 가장 약한 가구에게 돌아간다.

셋째, 결국 해법의 축은 '공급'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비사업 정상화와 실거주 가능한 신규 물량의 실제 착공·입주 시점을 시장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요 규제보다 가격 안정에 더 직접적이다.

당장의 분기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의 연말 만료다.

연장하면 매물 잠김과 거래 절벽이 이어질 공산이 크고, 풀면 눌렸던 상급지 수요가 되살아나며 또 다른 변동성을 낳을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규제의 역설'이라는 1년 치 데이터가 주는 경고는 같다.

가격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고, 길을 막으면 다른 길로 흐른다는 사실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수치는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매매·전세 변동률, 88주 연속 상승),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집계(월별 거래량·거래금액, 가격대별 거래 비중), KB국민은행 시세 및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교차 확인했다.

대책의 규제 내용(3중 지정, 대출 차등 한도, 2년 실거주 의무, 토허구역 2026년 말 만료)은 2025년 10월 15일 정부 발표 원문과 복수 언론 보도로 대조했다.

거래량이 '19개월 만에 최저'라는 부분은 8월 전국 부동산 매매 기준치로,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 급감과 함께 명시했다. 5분위 배율이 좁혀졌다는 서술은 중저가 급등·고가 정체를 근거로 한 본지의 방향성 추정이며, 특정 기관의 확정 배율값을 단정 인용하지 않았다.

해외 비교 수치는 싱가포르 ABSD, 캐나다 외국인 매수 금지·빈집세, 뉴질랜드 브라이트라인 과세의 공개 자료에 근거했다.

다섯 개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판정은 본문 인포그래픽에 정리했다.

전체 핵심 주장('거래는 줄었는데 집값은 올랐다')의 판정은 TRUE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