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비대면진료가 12월 24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제도의 뼈대를 결정할 의료법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10월 19일부터 11월 9일까지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본지가 국회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과 이번 하위법령안, 그리고 2023년 6월 이후 3년치 시범사업 통계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입법예고의 진짜 승부처는 세간의 관심이 쏠린 '초진 허용의 폭'이 아니라, 그동안 사실상 무규제 지대였던 영업모델에 빗장을 거는 '진료비율 30% 제한'과 '중개플랫폼 인증' 두 장치에 있다.
플랫폼과 의원, 약국이 지난 3년간 쌓아 올린 사업구조가 시행령 한 줄로 재설계를 강요받게 됐다는 뜻이다.
비대면진료 12·24 시행, 2010년부터의 타임라인으로 보면
먼저 시간을 되감아 볼 필요가 있다.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초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2010년, 18대 국회였다.
이후 15년간 법안은 번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물꼬를 튼 것은 역설적으로 감염병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정부는 전화 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이 '임시 조치'가 사실상 비대면진료의 전국 실험장이 됐다.
한시 허용은 3년 넘게 이어졌다.
2023년 6월 정부는 한시 조치를 거둬들이는 대신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으로 전환했다.
당시 설계의 핵심은 '재진 중심'이었다.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환으로 진료받은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만 비대면진료를 열어 준 것이다.
그러나 시범사업 초기 현장의 혼선이 컸고, 정부는 그해 12월 야간·휴일과 의료취약지에 한해 초진의 문을 일부 넓혔다.
제도가 느슨해지자 이용량은 가파르게 늘었다.
법제화의 결정적 전환점은 지난해 말이었다. 2025년 11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여러 건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법안과 전자처방 법안을 병합한 대안을 의결했고, 같은 달 26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2월 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0년 첫 발의로부터 꼬박 15년 만의 제도권 진입이었다.
개정 의료법은 공포 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12월 24일 시행된다.
이번 입법예고안은 바로 그 법률이 위임한 세부 기준을 채우는 작업이다.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 왜 '같은 시·도'만 되나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고 또 가장 많이 오해되는 대목이 초진 허용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초진 비대면진료는 '열렸으되 좁게 열렸다'.
환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의료기관 소재지가 같은 시·도에 있을 때에만, 그것도 의원급에서만 초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울에 사는 환자가 부산의 의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는 식의 전국 단위 원격 초진은 원칙적으로 막힌 셈이다.
처방 역시 촘촘하게 묶였다.
초진 비대면진료의 의약품 처방일수는 원칙적으로 7일 이내다.
다만 해당 질환에 진료·처방 이력이 있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이어 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재진의 기본 요건은 '같은 의료기관에서 같은 증상으로 6개월 이내 대면진료를 받은 환자'로 정리됐다.
희귀질환자, 1형 당뇨 환자, 등록장애인, 장기요양 수급자 등 거동이 어렵거나 지속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다른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초진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를 열어 뒀다.
마약류와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우려 의약품, 비만치료제는 비대면 처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른바 '다이어트약 원격처방'으로 논란이 됐던 영역이 정면으로 차단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업계의 균열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의료계는 초진 처방 7일 원칙을 안전장치로 고수하는 반면, 플랫폼 업계는 7일로는 만성질환 관리가 어렵다며 30일 예외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맞서 왔다.
'7일이냐 30일이냐'의 대립은 단순한 일수 싸움이 아니다.
처방주기가 짧을수록 환자는 더 자주 접속해야 하고, 그만큼 플랫폼의 거래 빈도는 늘지만 환자 부담과 의료 안전성 논란도 커진다.
본지 분석으로는, 7일 원칙과 30일 예외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가 플랫폼 매출 구조의 단가를 사실상 결정하는 변수다.
진짜 빗장은 30% 제한과 중개플랫폼 인증이다
초진 논쟁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이, 영업모델을 실질적으로 뒤흔드는 조항은 따로 있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건수를 전체 진료의 30% 이내로 관리하도록 한 비율 제한, 그리고 의사 1인당 월평균 비대면진료 건수를 500건으로 묶은 상한이다.
이 두 장치는 '비대면 전문 의원', 즉 대면진료는 간판만 걸어 두고 사실상 플랫폼 접속 환자만 받아 온 일부 의료기관의 사업모델을 정조준한다.
전체 진료의 30%를 넘길 수 없다면, 비대면만으로 먹고사는 구조는 성립하기 어렵다.
중개플랫폼에 대한 인증 의무 신설도 마찬가지다.
입법예고안은 이용자 규모가 10만 명 이상인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에 인증을 받도록 했다.
환자를 특정 의료기관이나 약국으로 유인하는 행위, 리베이트 성격의 수수료 구조는 엄격히 금지된다.
의약품 배송은 시·군·구 단위로 범위가 제한되고, 약국 외 장소에서 약을 건네는 경우의 기준과 복약지도·배송약관 준수 의무도 새로 들어간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서 자유롭게 설계되던 수수료·광고·배송 모델 전반에 규율의 그물이 씌워지는 것이다.
시장 수치를 포개 보면 충격의 크기가 가늠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시범사업이 시작된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간 비대면진료를 이용한 환자는 약 276만 명, 진료 건수는 730만 건에 이른다.
월평균 이용 환자는 2023년 9만 명 선에서 올해 15만 명 선으로 불어났다.
시범사업 초기인 2023년 6월만 해도 재진이 82.7%, 초진이 17.3%로 재진이 압도적이었는데, 이 구조 위에서 특정 플랫폼이 모바일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제휴 의원·약국 8600여 곳, 월평균 24만 건 규모로 성장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지금의 시장은 '소수 플랫폼이 다수 의원을 느슨하게 묶는' 구조이며, 30% 제한과 인증은 바로 이 느슨한 결합을 끊어 내려는 설계다.

일본·미국·유럽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쯤인가
한국의 좌표를 읽으려면 국제 비교가 필요하다.
가장 앞서간 사례로 꼽히는 일본은 1997년 벽지 등에 한해 전화 재진을 허용한 뒤, 2018년 온라인진료를 제도화했다.
초기에는 재진 환자 중심이었으나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 특례로 초진을 열었고, 2022년부터는 초진 온라인진료를 상시 제도로 받아들였다. 2026년에는 정신과 초진까지 온라인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더 나아갔다.
한국이 이제야 '같은 시·도 초진'을 조건부로 여는 것과 비교하면, 일본은 초진의 지역 제한 없이 한발 앞서 있는 셈이다.
미국은 결이 다르다.
팬데믹 기간 대폭 완화한 메디케어 원격진료 규제의 유예를 여러 차례 연장하며 2026년 말까지 끌고 왔지만, 재정 부담과 마약류 원격처방 관리를 이유로 영구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확대하되 한시 연장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OECD 다수 회원국은 코로나19 이후 원격진료를 상시 제도로 정착시키고 약 배송까지 함께 허용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2024년 한 조사 보도를 기준으로 하면, OECD 38개국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소수 국가만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에 제약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의 이번 제도화는 '허용'보다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본이 초진의 지역 빗장을 거의 풀고, 미국이 처방·배송을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갔다면, 한국은 초진을 같은 시·도로, 처방을 7일로, 의료기관 비중을 30%로, 플랫폼을 인증으로 묶는 다중 제한을 동시에 건다.
접근성 확대라는 명분과 안전·공급질서라는 명분이 충돌할 때, 한국은 일관되게 후자에 무게를 실었다.
의원·약국·플랫폼,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그렇다면 현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본지 분석을 토대로 세 갈래의 권고를 정리한다.
첫째, 비대면 비중이 높은 의원은 12월 24일 이전에 대면·비대면 진료의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해야 한다. 30% 비율과 의사 1인당 500건 상한은 사후 적발이 아니라 상시 모니터링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매출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의원일수록 대면 진료 역량을 서둘러 회복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둘째, 중개플랫폼은 수수료·광고·배송 구조를 '인증 통과 가능한 형태'로 선제 정비해야 한다.
특정 의원·약국으로의 유인이나 리베이트성 설계는 인증 심사에서 곧바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처방일수가 7일로 묶이는 환경에서는 '빈번한 재접속' 모델보다 만성질환의 지속관리처럼 제도가 허용한 30일 예외 영역에서 신뢰를 쌓는 전략이 유효하다.
셋째, 약국은 시·군·구 단위 배송 제한과 복약지도·배송약관 의무를 업무 동선에 반영해야 한다.
배송 가능 권역을 벗어난 주문을 걸러 내는 체계, 복약지도 기록을 남기는 절차가 컴플라이언스의 최소 요건이 될 것이다.
물론 한계와 반론도 분명하다. 7일 처방 원칙이 만성질환자의 불편을 키운다는 지적, 같은 시·도 요건이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 30% 비율 산정의 기준 시점과 방법이 모호하다는 우려가 입법예고 기간 내내 제기될 전망이다.
이번 안은 어디까지나 입법예고 단계이며, 11월 9일까지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처방일수나 배송 범위 등 세부 수치가 조정될 여지가 남아 있다.
본지는 최종 고시 확정 시점에 변경 사항을 다시 짚을 계획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18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보건복지부의 의료법 시행규칙·고시·행정처분 규칙 개정안 입법예고(10월 19일~11월 9일) 내용, 202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의료법, 2026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비대면진료 3년간 이용 통계(환자 약 276만 명·730만 건)를 1차 근거로 교차 확인했다.
초진의 같은 시·도 요건, 7일 처방 원칙과 30일 예외, 의료기관 30% 비율 및 의사 1인당 500건 상한, 중개플랫폼 10만 명 이상 인증, 시·군·구 단위 약 배송 제한은 복수의 보도와 복지부 발표를 대조해 검증했다.
일본·미국 등 해외 사례는 국회·공공기관 자료와 조사 보도를 기준으로 하되, 시점이 유동적인 수치는 '추정' 또는 '~기준'으로 명시했다.
입법예고 단계의 수치는 최종 고시에서 바뀔 수 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