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범위 고시 제정이 조특법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수혜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산업통상부가 2026년 9월 비메모리반도체의 범위를 명문화하는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그동안 해석에 맡겨져 있던 '어디까지가 비메모리인가'라는 질문이 세금 숫자로 직결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본지가 조특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 내역과 이번 고시 예고안, 그리고 반도체 공정의 실제 투자 구조를 교차 분석한 결과, 고시가 긋는 경계선 한 줄이 설계·제조·후공정·소부장 기업의 공제율을 적게는 수 %포인트, 많게는 공제 자격 자체를 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쟁점은 단순하지 않다.

비메모리는 통상 연산과 판단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통신을 맡는 모뎀, 외부 정보를 모으는 이미지센서·라이다 센서처럼 '기억'이 아닌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를 통칭한다.

메모리가 아닌 거의 모든 칩이 여기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범위가 넓은 만큼 경계도 흐릿했고, 세제 당국은 그 흐릿함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투자세액공제 대상을 판정하려면 '무엇이 비메모리냐'를 먼저 못 박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메모리(시스템)반도체 범위 고시란 무엇인가

이번 고시는 조특법 체계 안에서 그 자체로 세금을 깎아주는 규정이 아니다.

세액공제의 '자격 판정 기준'을 정리하는 사전 작업에 가깝다.

조특법은 반도체를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시행령 별표에서 그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한다.

가령 15나노급 이하 D램과 170단 이상 낸드플래시 같은 첨단 메모리, 7나노 이하 고속 컴퓨팅용 시스템온칩(SoC) 설계·제조, 그리고 2차원·2.5차원·3차원 패키징 공정과 그에 딸린 소재·부품·장비 기술이 이름을 올려 왔다.

문제는 현장에서 한 설비가 '메모리용인지 비메모리용인지', '전략기술 범위에 드는지'를 두고 판단이 갈린다는 점이다.

고시는 이 경계 다툼을 줄이기 위한 공통의 자 역할을 한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고시의 핵심은 '포함의 확정'보다 '배제의 명확화'에 있다.

범위를 좁게 그리면, 조특법 별표에 분명히 적혀 있지 않은 레거시·아날로그 계열이나 경계 공정은 공제 자격에서 밀려날 수 있다.

반대로 범위를 넓게 잡고 패키징·테스트와 그 전후 소부장을 비메모리 생태계의 일부로 명시하면, 그동안 애매하게 취급되던 후공정 기업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다.

행정예고 단계에서 산업계 의견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계선 한 줄의 위치가 곧 특정 업종의 세후 투자수익률을 바꾸기 때문이다.

조특법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나

세액공제율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과거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기본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였다.

이른바 'K칩스법' 논의를 거쳐 2025년 투자분부터 기본공제율이 각각 20%, 30%로 상향됐다.

여기에 직전 3년 평균을 웃도는 투자 증가분에 대해 한시적으로 10%를 더 얹어주는 추가공제가 맞물리면서, 실무와 언론에서는 기업 규모와 투자 증가 폭에 따라 체감 공제율이 대략 15%에서 30%대까지 분포한다는 의미로 '15~30%'라는 표현이 굳어졌다.

일반 투자세액공제가 1~10%, 신성장·원천기술이 3~12%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국가전략기술 딱지 하나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된다.

적용 기한도 중요한 변수다.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일몰은 2029년 말까지 연장됐고,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 세액공제는 더 길게 2031년 말까지 늘어났다.

즉 지금 설비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향후 수년의 투자 사이클 전체가 이 제도의 사정권에 들어온다는 뜻이다.

공제율 몇 %포인트의 차이가 조 단위 투자에서 수천억 원의 세금으로 환산되는 만큼, '우리 설비가 대상에 드느냐'는 질문은 더 이상 회계팀만의 숙제가 아니다.

패키징·소부장은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나

가장 뜨거운 지점은 후공정, 즉 패키징과 테스트, 그리고 이를 떠받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다.

반도체 경쟁의 무게중심이 미세공정 한계에 부딪히면서 칩을 쌓고 잇는 첨단 패키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당국도 반영했다.

본지가 조특법 개정 흐름을 추적한 결과, 2026년 들어 국가전략기술의 반도체 분야 사업화시설은 61개에서 64개로 늘었고, 다중칩모듈(MCM) 관련 신소재·부품 제조 설비가 처음으로 전략기술에 편입됐다.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반도체 설계·제조 사업화시설의 적용 범위도 패키징 단계까지 확대됐다.

시행령 별표는 2026년 2월, 시행규칙 별표는 같은 해 3월 개정됐고, 확대분은 2026년 투자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패키징이 전략기술에 편입됐다'는 문장과 '우리 회사 설비가 공제를 받는다'는 결론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

별표가 열거하는 것은 2.5D·3D 패키징 공정기술과 그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설계·제조 기술이다.

바로 이 '관련'의 범위를 어디서 끊느냐가 고시가 다루는 영역이고, 실제 판정의 분수령이다.

선폭이나 적층 수 같은 정량 기준을 충족하는 첨단 패키징 라인은 비교적 선명하게 대상에 들지만, 범용 패키징·테스트 외주(OSAT) 설비나 경계에 걸친 소부장은 고시 문언의 해석에 따라 수혜와 사각지대 사이를 오간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첫째, 이번 고시와 별표 개정의 최대 수혜자는 7나노 이하급 시스템반도체를 양산하는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을 내재화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투자 규모가 크고 공정이 별표 문언과 정확히 겹쳐, 20~30%대 공제를 비교적 다툼 없이 적용받을 수 있다.

둘째, 팹리스 설계기업은 세액공제의 결이 다르다.

이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적어 투자세액공제의 체감이 작은 대신, 연구개발 세액공제가 실질적 지원축이 된다.

설계 중심 기업에 투자공제율만 내세운 홍보는 절반의 진실일 수 있다.

셋째, 진짜 분기점에 선 쪽은 OSAT와 소부장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공제율이 30%로 가장 높게 설정돼 있음에도, 정작 '관련 설비'로 인정되느냐의 문턱에서 혜택이 갈린다.

넷째, 전력·아날로그·범용 이미지센서처럼 미세화 기준에서 비켜난 레거시 비메모리는 산업적 중요성과 별개로 현행 별표의 정량 요건에 막혀 사각지대에 남을 위험이 크다.

누가 수혜받고 누가 사각지대에 남나

결정 축을 둘로 압축하면 그림이 또렷해진다.

하나는 '공정 단계'다.

설���에서 전공정 제조를 거쳐 패키징·테스트에 이르는 가치사슬의 어디에 서 있느냐다.

다른 하나는 '별표·고시 기준 충족도'다.

선폭·적층·소재 요건을 정량적으로 맞추는지, 아니면 '관련' 범위의 해석에 운명을 맡기는지다.

이 두 축 위에 기업 유형을 올려 보면, 같은 '비메모리' 간판을 달고도 세후 투자여건은 극명하게 갈린다.

국제 비교는 이 경계 설정이 왜 민감한지 보여준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칩스법)을 통해 제조 설비 투자에 25%의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하되, 설계보다 '생산 역량의 국내 유치'에 초점을 맞췄다.

대만은 이른바 'TSMC법'으로 불리는 산업혁신조례 개정을 통해 첨단 공정 연구개발과 설비에 세액공제를 집중하면서도, 자국 생태계의 핵심인 후공정과 소부장을 폭넓게 끌어안는 방향을 택했다.

일본은 보조금을 앞세운 직접지원과 세제를 병행하며 라피더스 등 첨단 제조와 소부장 복원에 무게를 실었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첨단 제조를 두텁게 지원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후공정과 소부장을 전략 범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포함하느냐에 있다.

한국이 이번 고시에서 패키징·소부장의 경계를 넓게 그릴지 좁게 그릴지는, 단순한 세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생태계를 키울 것인가'라는 산업 전략의 선택이다.

반론도 경청할 대목이 있다.

범위를 넓히면 공제 대상이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전략기술이라는 희소성의 프리미엄이 옅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6년 세제개편에서 정부는 국내 생산분에 세금을 깎아주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반도체 등 6대 분야에 신설하고 2036년까지 운영하되, 종료 전 마지막 3년은 공제를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원을 넓히되 재정 지속가능성의 안전판을 함께 깐 셈이다.

범위를 좁게 그리자는 쪽은 '선택과 집중'을 명분으로 들지만, 좁은 경계는 후공정·소부장 중소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생태계의 허리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결국 고시 문언의 한두 단어가 이 상충을 조정하는 지렛대가 된다.

정책 함의는 분명하다.

기업은 지금이 '설비 분류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자사 공정이 별표의 정량 요건에 맞는지, 패키징·소부장 설비가 '관련' 범위에 포섭되는지 사전 검토해 행정예고 의견수렴 창구에 근거를 들고 참여하는 편이 유리하다.

당국에는 두 가지를 권한다.

첫째, '관련 소재·부품·장비'의 판정 예시를 고시 해설이나 사례집으로 구체화해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것.

둘째, 미세화 기준에 미달하지만 공급망 안보상 중요한 전력·센서 계열 레거시 비메모리에 대해서는 별도 트랙의 지원을 검토할 것.

경계선은 세금만이 아니라 투자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10월 1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별표 7의2(국가전략기술의 범위, 2026년 2월 개정)와 시행규칙 별표 6의2(사업화시설, 2026년 3월 개정), 2026년 9월 행정예고된 비메모리반도체 범위 고시 제정안, 2025년 'K칩스법' 공제율 상향(대·중견 15→20%, 중소 25→30%) 및 일몰 연장(투자세액공제 2029년·반도체 R&D 2031년), 2026년 세제개편의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 내용을 1차 자료와 정부·기관 발표를 통해 교차 확인했다.

미국 칩스법 25% 투자세액공제, 대만 산업혁신조례, 일본 라피더스 지원 등 국제 비교는 공개된 각국 제도 개요에 근거했다.

공제율 '15~30%'는 기본공제율 상향과 투자 증가분 추가공제가 결합된 통칭적 표현으로, 개별 기업의 실제 적용률은 규모·투자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부 수치 중 일부는 발표 시점과 입법 경과에 따라 변동 가능하며, 이 경우 '추정' 또는 '범위'로 명시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