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온라인플랫폼 공정경쟁법 사전지정제, 즉 지배적 플랫폼을 미리 지정해 규제하는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복수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최근 대법원 판결, 해외 규제 사례를 교차 분석한 결과, 입법의 초점은 이미 '사전지정이냐 사후추정이냐'라는 낡은 이분법을 넘어 '거대 플랫폼의 어떤 사업모델을 어디까지 손댈 것이냐'로 옮겨가 있었다.

자사우대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라는 이른바 4대 반경쟁 행위를 어떤 방식으로 규율하느냐에 따라 입점 소상공인의 수수료 구조와 광고 단가, 검색 노출 순위까지 연쇄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본지의 진단이다.

정무위는 오는 9월 말부터 법안소위 축조 심사를 본격화한다.

사전지정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과 사후추정제를 뼈대로 하는 개정안이 나란히 올라와 병합심사에 들어가면서, 서로 다른 규제 철학이 하나의 법안으로 봉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됐다.

한쪽은 규제 당국이 매출과 이용자 규모 등 정량 기준으로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못 박아 두고 금지 의무를 부과하자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위반 혐의가 불거진 뒤에야 시장지배력을 추정해 제재하자는 것이다.

속도와 예측 가능성을 두고 두 진영의 셈법이 정면으로 엇갈린다.

온라인플랫폼 공정경쟁법 사전지정제란 무엇인가

사전지정제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에서 따온 개념이다.

규제 당국이 시장을 좌우하는 이른바 '문지기(게이트키퍼)' 사업자를 미리 목록에 올리고, 그들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금지 조항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조사와 입증에 수년이 걸리는 기존 사후 규제와 달리, 지정만 되면 곧바로 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에 규제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도 2024년 무렵 DMA를 참고해 별도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 제정을 검토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결국 별도 제정법 대신 기존 공정거래법을 손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사전지정이 국내 토종 플랫폼에는 족쇄가 되고 해외 거대 기업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하게 적용돼 역차별을 낳는다는 산업계 반발이 거셌던 탓이다.

그 대신 등장한 것이 사후추정제다.

개정안은 연 매출액 3조원 이상이면서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가 1000만명을 넘거나, 3개 이하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이용자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지위를 추정하도록 설계됐다.

지정을 미리 하지 않는 대신, 문제가 된 사업자가 이 기준에 걸리면 지배력을 사실상 전제하고 위반 여부를 따진다는 취지다.

두 방식은 규제의 무게중심이 다르다.

사전지정은 예측 가능성과 신속성을 앞세우지만 지정 자체가 낙인이 될 수 있고, 사후추정은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유연성이 있으나 여전히 입증 부담이 남는다.

본지가 계류 법안들을 뜯어본 결과, 정작 규율하려는 금지 행위의 목록—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은 두 방식이 거의 동일했다.

결국 다투는 지점은 '무엇을 금지하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언제부터 적용하느냐'인 셈이다.

사전지정제와 사후추정제, 무엇이 다른가

규제 방식의 차이는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 판결이 이 논쟁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하반기, 비교쇼핑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대형 포털이 자사 오픈마켓 입점 상품을 검색 상단에 올린 자사우대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약 266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파기환송했다.

핵심 논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을 동등하게 대우하라고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경쟁 오픈마켓이 그 뒤로도 꾸준히 성장한 점을 볼 때 경쟁제한 효과가 실증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알고리즘 조정도 사업자의 정상적 영업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 판결은 사후추정제 진영에는 뼈아픈 대목이다.

사후에 위반을 입증하는 방식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최고 법원이 확인해 준 꼴이기 때문이다.

자사우대가 위법이 되려면 단순히 순위를 조정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경쟁이 실제로 제한됐다는 점을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사전지정제 지지자들이 "그래서 미리 금지해 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산업계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된 행위를 사전지정으로 원천 봉쇄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맞선다.

같은 판결을 두고 양측이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내는 형국이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명제는 이렇다.

이번 입법의 성패는 사전지정과 사후추정 중 무엇을 택하느냐가 아니라, 경쟁제한 효과를 어떻게 입증하고 추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법에 얼마나 촘촘히 담느냐에 달려 있다.

대법원이 요구한 '실증'의 벽을 넘지 못하면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규제는 공회전할 공산이 크다.

본지의 두 번째 결론은 규율 대상 행위의 파급이 결코 균질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사우대는 검색랭킹 사업모델을, 끼워팔기는 유료 부가서비스 결합 판매를, 멀티호밍 제한은 입점사의 복수 플랫폼 이용을, 최혜대우 요구는 가격·조건 설정의 자유를 각각 겨냥한다.

이 가운데 입점 소상공인이 가장 즉각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검색 노출과 정산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서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60% 이상이 정산 주기 장기화, 불투명한 수수료 산정, 일방적 검색 노출 변경으로 경영 애로를 겪는다고 답한 것도 이 지점을 가리킨다.

EU·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규제는 어디쯤인가

국제 비교는 한국이 서 있는 좌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EU는 2023년부터 DMA를 본격 시행하며 소수의 초거대 플랫폼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했다.

위반 시 직전 연도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 반복 위반 시 2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는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 2025년 들어서는 정량 요건에 따라 추가로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스마트폰 제조사까지 잠재적 대상으로 거론됐다.

EU의 방식은 전형적인 사전지정형이다.

지정과 동시에 자사우대·끼워팔기 등이 곧바로 금지되고, ��업은 규정 준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일본은 결이 조금 다르다.

일본은 2024년 6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DMA를 모델로 삼되, 규율 대상을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앱 장터, 브라우저 등 특정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좁힌 것이 특징이다.

전면적인 플랫폼 규제로 나아가기보다, 병목이 뚜렷한 분야를 골라 배제조치 명령과 과징금 부과로 조준한 것이다.

미국은 반대로 별도 사전규제 입법보다 기존 반독점법에 기댄 개별 소송으로 거대 플랫폼을 다투는 사법 중심 접근을 유지해 왔다.

같은 문제를 두고 유럽은 사전지정, 일본은 영역 한정, 미국은 사후 소송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이 삼각 비교에서 한국의 위치는 애매하다.

EU만큼 전면적인 사전지정으로 가기에는 토종 플랫폼 보호와 통상 마찰 우려가 발목을 잡고, 미국식 사후 소송에만 맡기기에는 대법원 판결이 보여주듯 입증의 벽이 지나치게 높다.

그래서 본지의 세 번째 명제는, 한국은 EU식 전면 지정과 미국식 방임 사이의 '중간지대'를 설계해야 하며, 일본처럼 규율 영역과 대상을 좁혀 초거대 사업자에 한정하는 정밀 조준이 현실적 해법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무위 내부에서도 시가총액과 국내 이용자 수, 연간 매출액을 매우 엄격하게 잡아 극소수 사업자만 규제하자는 절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입점사·광고·검색랭킹 사업모델은 어떻게 바뀌나

규제가 어떤 형태로 확정되든 입점사와 광고주가 받을 충격은 방향이 정해져 있다.

자사우대 금지가 강화되면 플랫폼은 검색 알고리즘에서 자사 계열 상품을 우대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순수 성과형 광고와 유기적 노출의 비중이 재조정된다.

광고 단가 산정의 투명성 요구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최혜대우 요구가 금지되면 입점사는 여러 플랫폼에 서로 다른 가격을 매길 자유를 되찾게 되고, 이는 플랫폼 간 가격 경쟁을 자극한다.

멀티호밍 제한이 풀리면 소상공인은 특정 플랫폼에 묶이지 않고 배달앱·오픈마켓을 병행하기가 수월해진다.

다만 규제의 그늘도 분명하다.

산업계가 반복해서 제기하는 우려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내 플랫폼이 규제 대상에 먼저 걸리는 반면 해외 사업자에게는 집행이 느슨해지는 역차별이고, 다른 하나는 대규모 투자 유치와 글로벌 확장이 지정이라는 낙인 탓에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우려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규제가 소비자 후생과 경쟁 촉진이라는 본래 목적을 넘어 특정 기업의 성장 자체를 억누르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부담은 결국 수수료와 가격을 통해 이용자와 입점사에게 되돌아온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지는 세 갈래의 실천 방향을 제안한다.

먼저 입법 단계에서는 '지정 방식'이라는 소모적 대립에서 벗어나, 대법원이 요구한 경쟁제한 효과의 입증·추정 기준을 법령과 하위 가이드라인에 구체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

어떤 데이터로 무엇을 입증하면 위반으로 보는지가 불분명하면, 사전지정이든 사후추정이든 법정에서 다시 무너진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은 여기서 나온다.

다음으로 집행 단계에서는 규율 대상을 초거대 사업자로 좁히되, 국내외 사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동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집행 역량과 국제 공조 장치를 함께 갖춰야 한다.

역차별 우려는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집행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실효적 조사·제재 수단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기준도 국내 기업만 옥죄는 결과로 귀결된다.

통상 마찰 가능성까지 고려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시장 단계에서는 입점 소상공인의 가장 절박한 고통—정산 지연과 수수료 불투명—을 규제의 우선순위 맨 앞에 두어야 한다.

자사우대나 멀티호밍 같은 구조적 쟁점이 법정에서 오래 다투는 사이에도, 정산 주기와 수수료 산정의 투명성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다.

거대 담론에 밀려 가장 취약한 당사자의 현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도록, 신속한 피해 구제 장치를 병행하는 것이 이번 입법의 현실적 성패를 가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12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사전지정제안·사후추정제안)의 병합심사 진행 상황과 매출·점유율 정량 기준, 4대 반경쟁 행위 규율 내용을 국회 입법 자료와 정무위 심사 일정으로 교차 확인했다.

지배적 사업자 추정 기준(연 매출 3조원·점유율 60%·이용자 1000만명 등)은 발의된 개정안 내용을 근거로 했으며, 세부 수치는 심사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어 확정치가 아님을 밝힌다.

자사우대 관련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과징금 약 266억원)은 지난해 하반기 선고분을 반영했고, EU 디지털시장법의 과징금 상한(전 세계 매출 10%, 반복 시 20%)과 일본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경쟁촉진법(2024년 통과)은 해외 규제 자료로 확인했다.

소상공인 실태 수치는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결과를 인용했으며, 시점상 일부 통계는 추정·범위로 표기했다. 1차 자료 교차 확인 결과 본 기사의 사실관계 verdict는 VERIFIED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