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8·13 집단대출 총량 예외 조치가 시행 한 달을 넘기면서, 그동안 시중은행이 사실상 독점해 온 분양 중도금·잔금대출 시장에 인터넷전문은행이 뛰어드는 지형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본지가 금융권의 8월 가계대출 동향과 은행별 잔액 추이를 교차 분석한 결과, 8·13 대책의 핵심 고리인 이른바 '집단대출 별도관리'는 개별 은행의 총량 한도에서 집단대출을 빼주면서도 전체 증가율 목표라는 큰 울타리 안에는 그대로 묶어두는 절충 구조였다.

그리고 그 틈을 가장 먼저 파고든 주자가 잔금대출 신상품을 예고한 카카오뱅크였다.

다만 시장에서 통용되는 '무제한 예외'라는 표현과 실제 제도 설계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거리가 있었다.

8·13 집단대출 총량 예외란 무엇인가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은 8월 13일 발표한 가계부채·주택공급 대책에서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상향했다.

이 조정만으로 금융권 전체의 대출 공급 여력은 약 30조원에서 60조원 안팎으로 넓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입주와 직결되는 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을 은행별 총량관리 목표에서 떼어내 '별도관리'하기로 했다.

실수요와 무관한 가수요를 잡겠다며 조여 온 총량 규제가 정작 입주 예정자들의 잔금 마련까지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커지자, 공급 실수요만큼은 숨통을 틔우겠다는 취지였다.

여기서 오해가 갈린다.

'별도관리'는 곧 '규제 밖'이라는 인식이 퍼졌지만, 제도의 실제 얼개는 그보다 정교하다.

집단대출은 개별 금융회사의 총량 한도에는 산입되지 않되, 당국이 예비분 형태로 직접 배분·관리하며 연 3.0%라는 전체 목표 안에는 여전히 포함된다.

다시 말해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집단대출을 취급해도 내 총량 한도가 줄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약이 풀린 것이 맞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무한정 늘려도 되는 성역이 생긴 것은 아니다.

게다가 상호금융권의 경우 집단대출이 여전히 순증 목표 0% 동결 상태의 총량관리에 묶여 있어, 같은 '집단대출 완화'라도 업권별 온도차가 뚜렷하다.

은행권과 2금융권이 체감하는 규제 강도가 다르다는 뜻이다.

숫자로 본 8·13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제도의 방향이 바뀌자 돈의 흐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5대 은행의 8월 말 집단대출 잔액은 149조297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544억원 불어났다. 2024년 9월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같은 달 주택담보대출은 3조3319억원 증가해 2025년 8월 이후 열두 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를 이끌던 신용대출은 8월 들어 오히려 1815억원 줄었다. 5월과 6월 각각 2조원 넘게 늘던 신용대출이 석 달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계절적 등락이 아니라 규제 설계가 만들어낸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상반기에는 총량에 막힌 주담대 수요가 상대적으로 여력이 남은 신용대출로 새어 나갔다면, 하반기에는 집단대출과 주담대가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신용대출이 뒷걸음질친 것이다.

규제의 문을 어디에 내느냐에 따라 가계가 손을 뻗는 대출의 종류 자체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이번 흐름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 1004조원대에 올라선 점도, 관망하며 실탄을 쌓아둔 대기 수요가 두텁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집단대출 총량 예외, 어느 은행이 수혜 볼까

시장의 관심은 '누가 이 문을 통과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분양 집단대출은 건설사·시행사와의 관계, 지점망, 대규모 자금 동원력을 갖춘 시중은행의 영역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 시장에 사실상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8·13 이후 판이 흔들린다.

카카오뱅크는 잔금대출 상품을 9월 중 새로 선보이겠다고 예고했는데, 당국 회의에 참석한 14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잔금대출 상품이 없던 곳이었다.

총량 부담이 사라진 시점에 신상품을 출시하니, 규제 완화의 수혜를 가장 극적으로 누릴 후보로 지목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 추이도 이 맥락에서 의미심장하다. 2025년 2분기 13조1000억원이던 잔액은 3분기 14조원, 4분기 14조7000억원, 올해 1분기 15조1000억원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2분기에는 14조8000억원으로 3000억원 줄었다. 2022년 상품 출시 이래 첫 분기 감소였다.

총량 규제의 벽에 부딪혀 성장이 꺾였던 인터넷은행 입장에서, 총량과 무관하게 취급할 수 있는 잔금대출은 정체를 뚫을 돌파구인 셈이다. 100% 비대면 프로세스로 새벽 지점 '오픈런' 없이 앱에서 조회·신청·실행까지 끝내겠다는 전략은, 부스에 줄 세우는 기존 은행 방식과 대비되는 무기다.

다만 본지는 '인터넷은행이 곧바로 집단대출 시장을 잠식한다'는 전망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잔금대출에는 강한 잠금효과가 작동한다.

중도금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약 4분의 1은 잔금 단계에서도 기존 은행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공 단계부터 특정 은행이 단지 전체의 집단대출을 묶어두는 관행이 여전한 만큼, 뒤늦게 진입한 인터넷은행이 개별 차주를 한 명씩 데려오는 방식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결국 관건은 금리 경쟁력과 편의성이며, 실제 점유율 이동은 4분기 이후 실적으로 확인해야 할 영역이다.

해외는 집단대출·주담대 총량을 어떻게 다루나

총량 규제와 그 예외 설계는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특정 대출을 통째로 총량에서 빼주기보다, 차주의 상환능력을 겨냥한 정밀 규제로 방향을 틀어왔다.

호주가 대표적이다.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은 2014년 투자용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을 연 10% 이내로 묶는 사실상의 총량 벤치마크를 도입했다가, 시장이 진정되자 2018년 이를 폐지하고 대출태도 심사와 상환능력 평가 중심으로 전환했다.

총량이라는 무딘 칼을 한시적으로 쓰되 상시 규제로 굳히지는 않은 것이다.

뉴질랜드는 담보인정비율(LVR) 규제를 경기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하며 조율해 왔고, 최근에는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 규제를 병행 도입해 총량이 아닌 개인의 상환 부담을 직접 겨냥한다.

캐나다는 연방 건전성감독청(OSFI)의 이른바 'B-20'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실제 금리보다 높은 가상의 금리로도 원리금�� 감당할 수 있어야 대출을 내주도록 문턱을 세웠다.

영국 역시 2014년 주택시장 심사 개편 이후 소득 대비 대출배수(LTI)가 높은 대출의 비중을 은행별로 제한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어떤 대출은 봐준다'는 항목별 예외보다, '누구에게 얼마나'를 따지는 차주 단위 규제가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다.

이 잣대로 보면 한국의 8·13식 접근, 즉 실수요 성격이 강한 집단대출을 통째로 별도 칸에 넣는 방식은 즉각적 효과는 크지만 그만큼 왜곡 위험도 안고 있다.

별도관리 대상에 자금이 몰리면 그쪽으로 편법 수요가 흘러들 소지가 있고, 상호금융처럼 예외에서 빠진 업권과의 형평성 논란도 뒤따른다.

본지의 결론은, 이번 조치가 입주대란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응급처방으로는 유효하되 상시 제도로 굳히기에는 정교함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수요자와 취약차주에게 남는 질문

규제가 풀렸다고 모두가 웃는 것은 아니다. 8·13 대책으로 총량이 상향됐지만, NH농협은행을 제외한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은 여전히 자체 관리 기조를 완전히 풀지 않았다.

그 결과 신규 개인 주담대의 '오픈런'은 대책 이후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집단대출 차주에게는 문이 넓어졌지만, 생애 최초로 내 집을 사려는 개인 실수요자에게는 여전히 좁은 문이 남아 있는 이중 구조다.

정책의 온기가 공급 물량이 잡힌 분양 단지 차주에게 먼저 닿고, 그 바깥의 실수요자에게는 뒤늦게 스미는 셈이다.

본지가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금리와 시점의 함정이다.

잠금효과에 기대어 서둘러 잔금대출을 실행한 차주가, 향후 금리 국면이 바뀌면 갈아타기가 여의치 않아 불리한 조건에 묶일 수 있다.

비대면 편의성과 낮은 초기 금리에 이끌려 상품을 고른 뒤 조건을 꼼꼼히 따지지 못하는 취약차주일수록 위험은 커진다.

당국이 집단대출의 문을 열어준 만큼, 실행 이후의 금리·중도상환 조건과 차주 보호 장치를 함께 촘촘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정책적으로는 세 가지를 권고한다.

첫째, 집단대출 별도관리는 입주 대란이 진정되는 시점에 맞춰 일몰 시점을 미리 못 박아 상시화의 유혹을 차단해야 한다.

둘째, 업권 간 형평성을 고려해 상호금융 등 2금융권 실수요 집단대출에도 최소한의 숨통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셋째, 총량이라는 거친 방식에서 벗어나 상환능력 중심의 정밀 규제로 이행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집단대출로 열어준 물꼬가 다시 가계부채 증가율을 밀어 올리지 않도록, 3.0%라는 전체 목표의 규율만큼은 흔들림 없이 지키는 것이 대전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9-06 기준으로 작성됐다.

핵심 사실은 금융위원회 8·13 가계부채·주택공급 대책 발표 자료와 금융권 8월 가계대출 동향 집계, 은행별 분기 실적 공시 및 복수 경제지 보도를 교차 확인했다. 5개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 '집단대출이 총량규제에서 완전히 빠져 무제한이 됐다' → HALF-TRUE.

개별 은행 총량에서는 제외되나 연 3.0% 전체 목표 안에서 당국이 예비분으로 직접 관리하며, 상호금융은 여전히 총량에 묶여 있다. ② '8·13 이후 신용대출에서 집단대출·주담대로 자금 흐름이 이동했다' → TRUE. 8월 집단대출은 1조544억원 늘어 23개월 만에 최대, 신용대출은 1815억원 감소했다. ③ '인터넷전문은행이 집단대출 완화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 CHECKING.

카카오뱅크의 잔금대출은 9월 출시 예고 단계로 실제 점유율 이동은 미확정이며, 25% 안팎의 잠금효과가 걸림돌이다. ④ '8·13 대책으로 대출 오픈런이 해소됐다' → MISLEADING.

농협을 뺀 4대 은행이 자체 관리를 유지해 개인 주담대 오픈런은 지속되고 있다. ⑤ '집단대출 예외로 가계부채 총량이 다시 급증할 것이다' → DISPUTED.

전체 3.0% 목표 내 관리라는 방어 논리와 실수요 급증 우려가 맞선다.

잔액·증가폭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 잠정치로, 확정 통계에서 소폭 조정될 수 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