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단통법 폐지 후속 전기통신사업법 이관 고시가 통신 유통시장을 어디까지 다시 묶을 수 있느냐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유통점, 단말 제조사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본지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폐지·개정된 하위 고시, 그리고 폐지 시행 이후 1년간의 번호이동·지원금 지표를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이관의 실질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율 축의 교체'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원금을 얼마 주느냐를 통제하던 틀은 사라졌지만, 누구에게 다르게 주느냐를 겨냥한 최소한의 방어선만 남으면서 오히려 새로운 회색지대가 넓어졌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은 2014년 도입돼 11년을 버티다 2025년 1월 폐지법 공포를 거쳐 그해 7월 22일 효력을 잃었다.
사업자 간 경쟁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온 핵심 조항들은 이때 한꺼번에 걷혔다.
이동통신사가 단말별 지원금을 홈페이지에 올리도록 강제하던 지원금 공시 의무, 유통점이 그 위에 얹을 수 있는 추가지원금을 공시액의 15%로 제한하던 상한, 그리고 요금제와 가입유형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하지 못하게 하던 규정이 모두 없어졌다.
대신 이용자 보호에 꼭 필요하다고 판단된 일부 규율만 전기통신사업법 본문과 시행령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통법 폐지 후속 전기통신사업법 이관 고시란 무엇인가
이관의 뼈대는 단순하다.
'얼마'를 규제하던 조항은 버리고, '차별'을 규제하는 조항만 남긴 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넘어온 핵심은 부당한 지원금 차별 금지다.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은 동일한 가입유형과 요금제, 동일 단말 조건에서 가입자의 주소지,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서로 다른 지원금을 주는 행위를 금지 유형으로 못박았다.
계약서에 지원금 규모와 조건, 위약금 산정 방식을 명시하도록 하는 의무도 함께 넘어왔다.
여기에 건전한 단말 유통환경을 위한 시책을 세우고, 정부·전문가·이통사·제조사·관련 단체 15명 안팎으로 협의체를 꾸릴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시책에는 지원금 차별을 유도하는 불공정행위 방지, 이용자의 단말 정보 접근성과 선택권 제고 방안 등이 담기도록 설계됐다.
주목할 대목은 속도다.
폐지 시행과 후속 시행령·고시 정비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있었다.
폐지가 먼저 이뤄지고 세부 기준을 담은 하위법령 정비는 뒤늦게 매듭지어지면서, 현장에서는 '기준이 없어 눈치만 본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무엇이 부당한 차별이고 무엇이 정상적 마케팅인지 선을 그어줄 고시가 늦어지는 사이, 시장은 규율의 진공 상태에서 먼저 움직였다.

단통법 폐지 후 통신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나
본지가 폐지 시행 이후 지표를 살펴본 결과, 정부가 내세웠던 통신비 인하라는 명분은 무색해졌다.
폐지 직후 통신사 지원금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다.
시행 초기 지원금 상향폭이 2만원 안팎에 그쳐 '요지부동'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다.
그러다 경쟁이 붙기 시작하면서 판이 커졌다. 2026년 5월에는 한 통신사가 특정 신형 단말에 대한 공통지원금을 70만원까지 끌어올렸는데, 이는 폐지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여기에 특정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통망 지원금이 얹히면서, 출고가 수십만원짜리 최신 단말의 할부원금이 사실상 0원이 되는 이른바 '공짜폰' 사례까지 등장했다.
문제는 이 지원금이 모두에게 같은 크기로 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원금 공시제와 요금제별 차별금지가 함께 사라지자, 지급 기준이 밖에서 보이지 않는 '깜깜이 지원금'이 굳어졌다.
통신사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에게만 두툼한 지원금을 몰아주면서, 같은 단말을 사도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와의 실부담 격차가 벌어졌다.
정보에 밝은 소비자는 '성지'로 불리는 일부 판매점에서 대폭 할인을 받는 반면, 매장 안내에만 의존하는 이용자는 제값을 다 치르는 이중 시장이 더 뚜렷해졌다.
학계에서도 고가 요금제 유인과 지원금 차별이라는 부작용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흐름의 또 다른 피해자는 알뜰폰이다.
통신사가 고액 지원금 경쟁에 나서자 가입자가 다시 통신 3사로 쏠렸다.
본지가 확인한 수치로는, 폐지 시행 무렵과 2026년 5월을 비교했을 때 알뜰폰 신규가입은 8만2000여 건, 번호이동은 4만4000여 건 줄었다.
과거 번호이동에 지원금을 더 실어주던 관행이 무너지고, 기기변경 지원금이 번호이동을 앞지르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시장의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렸다.
다른 나라는 단말 보조금을 어떻게 규율하나
한국의 선택이 유별난지 가늠하려면 밖을 봐야 한다.
규제의 방향은 나라마다 갈린다.
미국은 애초에 단말 보조금과 요금 약정을 통신사 자율에 맡겨온 대표적 시장이다.
별도의 지원금 상한이나 공시 의무 같은 규율이 사실상 없고, 통신사끼리 프로모션과 기기 교환 프로그램으로 경쟁한다.
대신 소비자는 무약정·자급제와 사업자 프로모션 사이에서 스스로 셈을 해야 한다.
겉으로는 자유롭지만, 실부담을 소비자가 직접 따져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한국의 폐지 이후 풍경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정반대 방향으로 간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을 손질해 단말 대금과 통신요금을 분리하고, 단말 할인 폭에 상한을 두는 규제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통신요금에 단말 할부를 끼워 넣어 소비자를 묶어두는 관행을 깨겠다는 취지였다.
널리 알려진 기준은 약정 시 단말 할인 약 2만2000엔 상한선이다.
한국이 상한을 없애는 쪽으로 갔다면, 일본은 상한을 도입하는 쪽으로 움직인 셈이다.
유럽연합은 또 다른 축이다.
보조금 자체는 시장 자율에 맡기되, 계약 기간과 위약금, 요금 정보의 투명한 고지 같은 소비자 계약 규율을 통해 이용자를 보호한다.
프랑스처럼 유심 단독 요금제가 일찍 자리 잡은 시장에서는 단말과 통신을 분리해 구매하는 문화가 굳어져 있다.
세 나라를 겹쳐 놓으면 한국의 좌표가 선명해진다.
미국식 자율과 일본식 상한 규제 사이에서, 한국은 가격 규제는 미국 쪽으로 풀되 차별 금지라는 최소 규율만 유럽식으로 남긴 절충형에 서 있다.
문제는 이 절충이 안정적 균형이 아니라, 후속 고시가 어디까지 촘촘해지느냐에 따라 언제든 한쪽으로 기울 수 있는 과도기라는 데 있다.

규율 공백을 어디까지 메워야 하나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이번 이관은 규제를 없앤 것이 아니라, 통제의 대상을 '지급액'에서 '차별행위'로 옮긴 것이다.
따라서 후속 고시의 성패는 상한을 되살리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부당한 차별인지를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거주지역과 연령, 장애만 예시로 남고 요금제 연계 차별이 방치되면, 규율은 이름만 남고 실효는 비게 된다.
두 번째 결론은 시차 그 자체가 비용이었다는 점이다.
폐지를 먼저 하고 기준을 뒤에 세우는 순서는, 시장에 '지금은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신호를 먼저 줬다.
그사이 굳어진 깜깜이 지원금과 성지 관행은 나중에 고시가 나온다고 곧바로 되돌려지지 않는다.
규율의 공백은 한 번 열리면 관성을 만든다.
세 번째 결론은 소비자 후생의 분배 문제다.
지원금 총량이 늘어도, 정보 격차가 그 혜택을 특정 계층에 몰아주면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 목표는 통계로만 달성되고 체감으로는 배신당한다.
정보에 어두운 고령층,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 알뜰폰 가입자가 폐지의 청구서를 대신 떠안는 구조라면, 규제 완화의 명분은 흔들린다.
진단이 이렇다면 처방은 세 갈래로 좁혀진다.
먼저, 후속 고시는 차별금지의 '유형 목록'을 최대한 구체화하되 열거되지 않은 신종 차별을 포섭할 포괄 조항을 병행해야 한다.
요금제 등급을 사실상 신분처럼 활용하는 차등, 특정 유통망에만 리베이트를 몰아 소비자 간 실부담을 벌리는 관행까지 잡아내지 못하면, 예시 나열은 우회의 지도가 될 뿐이다.
다음으로, 사후 적발에만 기대지 말고 계약서 명시 의무와 실태점검을 지렛대로 삼아 '보이지 않는 지원금'을 최대한 드러내야 한다.
지급 기준의 최소한을 이용자가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공시제를 없앤 자리를 메우는 현실적 대안이다.
끝으로, 협의체를 형식적 자문 창구가 아니라 알뜰폰과 취약 이용자의 목소리가 실제로 반영되는 조정 기구로 운영해, 경쟁 활성화와 이용자 보호가 충돌할 때의 우선순위를 사전에 합의해 둬야 한다.
규율의 공백은 저절로 메워지지 않는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포기했는지 정부가 먼저 분명히 말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6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단통법 폐지 시행일(2025년 7월 22일)과 폐지로 사라진 지원금 공시 의무·추가지원금 15% 상한·요금제별 차별금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된 부당 지원금 차별 금지(주소·나이·장애)와 계약서 명시 의무, 협의체 구성 근거는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와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 및 고시 폐지·개정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알뜰폰 신규가입·번호이동 감소 폭, 2026년 5월 공통지원금 70만원 사례, 깜깜이 지원금·고가 요금제 유인 부작용은 폐지 1년 시점의 언론 보도와 학계 지적을 대조해 반영했다.
일본의 2019년 단말 할인 상한, 미국·유럽의 규율 방식은 널리 공개된 제도 정보에 기초한 것으로, 세부 수치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기준'·'약'으로 명시했다.
사실관계는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