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취득세 감면율을 수도권·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3단계로 갈라놓은 개정 지방세특례제한법이 올해 시행에 들어가면서, 같은 규모의 투자라도 어디에 짓느냐에 따라 기업이 부담하는 세금 격차가 뚜렷하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본지가 올해 1월 1일 시행된 개정 조문과 행정안전부의 지방세제 개편 자료, 국회예산정책처의 세법개정안 심의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개정 이유를 교차 분석한 결과, 전국 어디서나 똑같이 적용되던 단일 감면율 체계가 사실상 폐기되고 지역 위치가 곧 세부담을 결정하는 구조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단지 개발 사업시행자의 취득세 감면율만 놓고 봐도 수도권은 10%, 비수도권은 25%, 인구감소지역은 40%로 최대 30%포인트나 벌어진다.
이 개편의 뼈대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지방세 감면은 대체로 전국 단일 요율이었다.
서울 외곽에 공장을 짓든 소멸 위기의 군 단위 지역에 짓든 감면율은 같았다.
개정법은 이 틀을 깨고 감면 대상 지역을 수도권, 비수도권, 인구감소지역의 세 단계로 나눈 뒤 '수도권은 덜 주고, 인구감소지역은 더 준다'는 원칙을 명시적으로 못 박았다.
행정안전부가 2025년 하반기에 내놓은 지방세제 개편안이 국회 심의를 거쳐 반영된 결과이며, 균형발전 촉진을 개편의 첫 번째 축으로 삼았다.
지방세특례제한법 3단계 차등감면이란 무엇인가
핵심은 감면율의 지역별 차등이다.
개정 전까지 벤처기업집적시설 사업시행자에게 적용되던 취득세 감면율은 전국 공통이었다.
개정 후에는 수도권이 15%로 종전보다 20%포인트 깎였고, 비수도권은 종전 수준을 유지했으며, 인구감소지역은 취득세 50%·재산세 75%로 각각 15%포인트씩 상향됐다.
같은 시설에 입주하는 기업의 경우에도 수도권은 15%포인트 줄고, 비수도권은 그대로, 인구감소지역은 취득세가 10%포인트, 재산세가 15%포인트 늘어난다.
방향은 하나로 정렬돼 있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그리고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세금을 더 깎아 준다.
가장 극적인 격차는 관광단지 개발에서 드러난다.
종전 전국 공통 25%였던 사업시행자 취득세 감면율은 수도권 10%, 비수도권 25%, 인구감소지역 40%로 재편됐고, 이 차등 감면은 2028년 12월 31일까지 적용된다.
산업·물류단지 등 지역 경제와 밀접한 감면 항목 상당수가 같은 '수도권<비수도권<인구감소지역' 서열을 따른다.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곳으로, 개정법은 이 지역들을 감면 사다리의 맨 위에 올려 놓았다.
혜택은 감면율 조정에만 그치지 않는다.
인구감소지역에서 창업하거나 사업장을 새로 열 때 부동산 취득세·재산세를 면제받는 대상 업종이 종전 32개에서 신재생에너지업·의료업·야영장업 등을 더해 40개로 늘었다.
기업이 인구감소지역에서 직원에게 임대하거나 무상으로 내주려고 취득하는 사택·기숙사에 대한 취득세는 최대 50%까지,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25%포인트를 더 얹으면 최대 75%까지 감면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여기에 인구감소지역 기업이 그 지역 주민을 고용하면 1인당 지방소득세를 최대 45만 원, 중소기업은 70만 원까지 깎아 준다.
부동산 취득 단계의 취득세, 보유 단계의 재산세, 소득 단계의 지방소득세가 한 방향으로 묶여 지역 이전과 채용을 동시에 유인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같은 투자, 어디에 짓느냐에 따라 세부담은 얼마나 벌어지나
감면율 표만 봐서는 격차가 잘 실감나지 않는다.
본지가 개정 조문의 감면율을 동일한 취득가액에 대입해 단순 시뮬레이션한 결과는 격차의 크기를 좀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예컨대 관광단지 개발 사업시행자가 취득세 과세대상 부동산을 사들이며 감면 전 취득세 부담이 100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수도권에서는 감면율 10%가 적용돼 10억 원을 덜 내지만, 인구감소지역에서는 40%가 적용돼 40억 원을 덜 낸다.
같은 사업, 같은 취득가액인데도 실제 절감액이 30억 원 벌어진다.
비수도권 25%를 기준선으로 놓으면 수도권은 그보다 15억 원 불리하고, 인구감소지역은 15억 원 유리하다.
어디까지나 감면율만 대입한 예시적 계산이지만, 입지에 따라 세부담이 계단식으로 갈린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격차는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눈덩이처럼 커진다.
취득가액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대형 개발이라면 감면율 30%포인트 차이는 수백억 원 단위의 현금흐름 차이로 번역된다.
기업의 투자심사에서 세부담은 총사업비의 한 축이고, 초기 취득세는 착공 전에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돈이라 체감 무게가 크다.
본사 기능이나 연구시설처럼 입지 선택의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일수록, 이 계단식 감면은 실제 의사결정을 흔들 수 있는 변수다.
반대로 물류나 생산 공정처럼 시장·항만·인력 접근성이 입지를 좌우하는 투자에서는 감면율 격차가 있어도 수도권 인근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도 함께 드러난다.
왜 지금 감면율을 지역별로 쪼갰나
배경에는 두 개의 압력이 겹쳐 있다.
하나는 인구다. 89개 인구감소지역의 상당수는 청년 유출과 고령화가 맞물려 지역 경제의 기반 자체가 얇아지고 있다.
기업이 없으니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그 결과 세원이 더 마르는 악순환이다.
전국 단일 감면율은 이 악순환을 끊는 데 무력했다.
어차피 감면율이 같다면 기업은 인프라와 시장이 몰린 수도권을 택하기 때문이다.
감면의 '기울기'를 지역별로 다르게 놓아야 비로소 입지 유인이 생긴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개편의 출발점이다.
다른 하나는 형평성 논란이다.
그동안 지방세 감면의 상당 부분이 결과적으로 수도권 투자에 흘러갔다는 지적이 오래 이어졌다.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건 감면이 정작 지역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는 반성이다.
이번 개편은 수도권 감면율을 명시적으로 낮춰 그 재원을 사실상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 쪽으로 재배분하는 성격을 띤다.
감면의 총량을 늘리기보다, 방향을 지역 쪽으로 틀었다는 점에서 종전 개편들과 결이 다르다.
국제적으로도 이런 '장소 기반' 조세 유인은 낯설지 않다.
일본은 도쿄 등 수도권에 몰린 본사 기능을 지방으로 옮기면 오피스 투자와 고용에 대해 감세하는 지방거점강화세제를 운영하며, 이전이 아닌 ���방 내 확충에도 별도 요율을 두는 이단 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은 2017년 연방 세제개편에서 낙후지역을 기회특구로 지정해 자본이득 과세를 이연·감면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특정 구역에 투자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과가 있었으나 실제 낙후지역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갔는지를 두고는 논쟁이 이어졌다.
프랑스는 지역지원지역과 도시자유구역을 지정해 낙후지역 투자에 감면과 사회보험료 경감을 얹어 왔고, 이탈리아는 남부의 경제특구에 투자세액공제를 집중해 남북 격차를 좁히려 해 왔다.
세 나라의 경험이 공통적으로 남긴 교훈은 두 가지다.
요율을 지역별로 차등화하면 자본의 '위치'는 분명히 움직이지만, 그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와 지역 정착으로 이어지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 분석: 격차는 열렸다, 그러나 '기울기'만으로는 부족하다
본지 분석의 첫 번째 결론은, 이번 개편으로 입지에 따른 세부담의 '기울기'가 실제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관광단지에서 확인되는 30%포인트, 벤처집적시설에서 확인되는 15~20%포인트대의 감면율 격차는 상징적 조정이 아니라 대형 투자에서 수십억 원 단위의 현금 차이를 만든다.
종전의 전국 단일 요율 아래에서는 존재하지 않던 유인이 처음으로 제도에 새겨졌다.
두 번째 결론은, 그럼에도 취득세·재산세 중심의 유인만으로는 입지를 근본적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본지가 감면 항목별 구조를 뜯어본 결과, 이번 혜택의 무게중심은 부동산을 '취득하고 보유하는' 초기 국면에 쏠려 있다.
그러나 기업이 지방을 기피하는 진짜 이유는 세금이 아니라 인력, 협력업체망, 물류, 정주 여건인 경우가 많다.
초기 취득세를 40% 깎아 줘도 숙련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자녀 교육·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면, 감면은 결정을 뒤집는 마지막 한 표가 되지 못한다.
국제 사례가 반복해서 보여준 한계도 정확히 이 지점이다.
세 번째 결론은, 이 제도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력과 충돌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취득세와 재산세는 지방세의 근간이다.
감면율을 높인다는 것은 곧 그 지역 지자체가 걷을 세수를 스스로 줄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례로 최대 75%까지 사택 취득세를 깎을 수 있게 한 조항은 유인을 강화하지만, 세원이 이미 얇은 인구감소지역일수록 감면의 재정 부담이 상대적으로 무겁게 다가온다.
유치 성과가 감면으로 포기한 세수를 넘어서야 비로소 남는 장사가 되는데, 그 손익분기점은 지역마다 다르고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드러난다.
세 갈래 권고: 기울기·정주여건·재정보전을 한 묶음으로
진단이 이렇다면 처방도 세 갈래로 나뉜다.
먼저, 감면의 '기울기'는 유지하되 실효성 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별 차등 요율을 도입한 첫해인 만큼, 어느 지역에 어떤 업종의 투자가 실제로 늘었는지를 감면액과 함께 추적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감면이 신규 투자를 실제로 끌어들였는지, 아니면 어차피 갈 곳으로 가던 투자에 세금만 깎아 준 것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격차만 벌리고 효과는 확인하지 못한 채 제도가 관성으로 굳는다.
둘째, 세제 유인은 정주 여건 투자와 반드시 한 묶음으로 가야 한다.
취득세·재산세 감면은 기업을 '데려오는' 문턱을 낮추는 도구일 뿐, '머물게 하는' 힘은 인력·교육·의료·주거에서 나온다.
인구감소지역 사택·기숙사 취득세를 최대 75%까지 깎아 주는 조항을 살리려면, 그 사택에 들어와 살 사람들의 생활 인프라가 함께 채워져야 한다.
세제와 생활기반 투자가 따로 놀면 감면은 장부상의 혜택으로 끝난다.
셋째, 감면으로 세수를 포기하는 지자체에 대한 재정 보전 장치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일수록 감면의 유인 효과는 크지만 세수 기반은 취약하다.
유치 초기의 세수 공백을 국가 차원의 교부·보전으로 받쳐 주지 않으면, 정작 가장 절실한 지역이 감면을 주저하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
차등 감면의 방향을 실제 균형발전으로 연결하려면, 감면율이라는 '당근'과 재정 보전이라는 '버팀목'이 같은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
지역 간 세부담의 계단은 이미 놓였다.
문제는 그 계단을 기업이 실제로 올라가게 만들 인력·인프라·재정이라는 나머지 세 다리다.
감면율만으로 균형발전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배운 교훈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9월 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개정 지방세특례제한법의 지역별 차등 감면 도입 사실과 시행 시점(2026년 1월 1일), 벤처기업집적시설 사업시행자·입주기업의 지역별 감면율 조정폭, 관광단지 개발 사업시행자의 수도권 10%·비수도권 25%·인구감소지역 40% 차등(2028년 12월 31일까지), 인구감소지역 면제 대상 업종의 32개→40개 확대, 사택·기숙사 취득세 최대 50%(조례 가산 시 최대 75%) 감면 신설, 인구감소지역 89곳, 지역주민 고용 시 1인당 지방소득세 최대 45만 원(중소기업 70만 원) 감면 등은 행정안전부 지방세제 개편 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개정 이유·조문, 국회예산정책처의 세법개정안 심의 자료, 복수 법무법인 세제 뉴스레터를 교차 확인했다.
본문의 세부담 시뮬레이션은 개정 감면율을 가정한 취득가액에 대입한 예시적 계산이며, 실제 세액은 취득 유형·과세표준·지자체 조례에 따라 달라진다.
국제 비교(일본 지방거점강화세제, 미국 기회특구, 프랑스·이탈리아 지역 조세유인)는 각국 제도의 일반적 구조를 요약한 것으로 세부 요율은 국가·연도별로 다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