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토허제 풍선효과 전이는 지금 서울 부동산 시장을 읽는 열쇳말이 됐다.

잠실·삼성·대치·청담, 이른바 '잠삼대청'의 아파트 손바뀜이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80% 넘게 줄어드는 사이, 사라진 매수세는 증발한 게 아니라 성수와 마용성, 그리고 반포로 옮겨 앉았다.

본지가 서울시의 토허제 지정·해제 일지와 한국부동산원 주간 매매가격동향, 실거래가, 언론에 공개된 자치구별 거래건수를 시간축으로 교차 분석한 결과, 규제 인접지의 가격은 규제 발표 뒤 대략 3~8주의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튀어 올랐다.

규제가 물길을 막으면 물은 옆으로 흘렀고, 그 경로는 무작위가 아니라 뚜렷한 방향성을 그렸다.

토허제 풍선효과 전이란 무엇인가

토지거래허가제는 특정 구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부동산을 살 때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허가를 받으려면 실거주 목적이어야 하고, 매수 뒤 일정 기간 직접 살아야 한다.

갭투자, 즉 전세를 낀 매입이 원천적으로 막힌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규제가 특정 동, 특정 구에만 촘촘히 그어진다는 데 있다.

규제선 안쪽의 문이 닫히면 대기하던 자금은 규제선 바깥의 가장 비슷한 입지를 찾아 이동한다.

이렇게 눌린 자리가 아니라 옆자리가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 풍선효과이고, 그 부풂이 한 지역에서 끝나지 않고 두 번째, 세 번째 인접지로 번지는 것이 이번에 본지가 주목한 '전이'다.

사람들이 검색창에 '토허제 풍선효과 전이 경로'나 '풍선효과 다음 지역'을 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규제의 다음 수혜지가 어디냐는 물음이다.

이번 국면이 과거와 다른 점은 전이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강남 규제 → 성수·마용성 → 경기 남부로 이어지는 다단계 이동이 관찰됐다.

규제의 그물이 촘촘해질수록 자금은 더 멀리, 더 빠르게 튀었다.

잠삼대청 거래 80% 급감, 그 다음은 어디였나

시계를 2020년 6월로 되돌려 보자.

서울시는 잠실 마이스(MICE) 개발과 영동대로 복합개발을 앞두고 투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규제는 해마다 연장돼 5년간 이어졌다.

그동안 이 지역의 거래는 사실상 얼어붙었다.

본지가 집계한 공개 자료를 보면 잠실동의 손바뀜은 지정 전 2년간 4천456건에서 지정 후 2년간 814건으로 80% 넘게 줄었다.

청담동은 461건에서 178건으로 61.4%, 대치동은 1천343건에서 536건으로 60.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삼성동도 31.5% 줄었다.

거래 열 건 중 여덟 건이 사라진 셈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거래가 말라붙는데도 호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거주 수요만 남은 시장에서 매물이 귀해지자 대치동과 잠실동은 오히려 값이 올랐다.

규제가 매물 잠김을 부르고, 잠긴 매물이 희소성을 키우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이 대목이 이후 풍선효과의 씨앗이 됐다.

강남 핵심지에 진입하지 못한 자금은 사라지지 않고 대기했다.

전환점은 2025년 2월이었다.

서울시가 잠삼대청 아파트 305곳 가운데 291곳의 토허제 지정을 전격 해제하면서 눌려 있던 매수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했다.

해제 직후 강남권 호가가 급등하자 서울시는 불과 한 달여 만인 3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아파트 전역을 토허제로 다시, 그것도 훨씬 넓게 묶었다.

지정 면적은 약 164㎢로 서울 전체의 27%, 종전의 세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해제와 재지정이 한 계절 안에 뒤바뀐 이 급회전이 풍선을 오히려 크게 부풀렸다.

규제선이 넓어진 만큼, 그 바깥에서 규제를 피한 인접지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더 커졌기 때문이다.

성수·마용성으로 옮겨간 매수세, 몇 주 시차의 정체

규제선 바깥에서 가장 먼저 부푼 곳은 성동구 성수동과 마포구였다.

한강벨트의 핵심축이면서도 3월 재지정 대상에서 빠진 두 지역은 곧바로 대체 투자처로 떠올랐다.

본지가 주간 시세 흐름을 짚어 보면, 강남 3구·용산 재지정 발표 직후 몇 주간은 인접지도 관망세를 보이며 잠잠했다.

규제의 충격이 시장 전체를 잠시 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고요는 오래가지 않았다. 6월로 접어들자 강동·성동·마포가 들썩였고,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폭은 토허제 확대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규제 발표에서 인접지 급등까지 대략 두 달 안팎의 시차가 확인된 셈이다.

성동구의 질주는 숫자로 뚜렷하다.

성동구는 2025년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연 14.79%의 매매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수동에서는 정비구역 안팎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가 쏟아졌다.

대표 고가단지인 갤러리아포레 전용 217㎡가 92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새로 썼고, 구축인 성수동아 전용 57㎡마저 20억2천만원에 손바뀜해 3.3㎡당 1억원을 넘어섰다.

성수전략정비구역 기대감이 인접 구축으로 번지면서, 규제 밖 성수는 '강남 다음' 자리를 확실히 굳혔다.

마포구 역시 2026년 8월 셋째 주 주간 상승률이 0.32%로 서울 평균(0.22%)을 웃돌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다만 결이 다른 흐름도 함께 봐야 한다.

서초구 반포처럼 규제선 안에 든 최상급지에서도 신고가는 끊이지 않았다.

규제가 실거주 수요만 남기자 똘똘한 한 채를 향한 매수는 오히려 최상급지로 집중됐다.

규제 안에서는 '똘똘한 한 채'가, 규제 밖에서는 '풍선효과 대체지'가 동시에 값을 밀어 올린 이중 구조였다.

그래서 이번 전이는 단순히 규제 밖으로만 향한 것이 아니라, 규제 안 최상급지와 규제 밖 인접지를 함께 데우며 서울 전역의 저변을 끌어올렸다.

풍선은 왜 경기 남부까지 날아갔나

전이는 서울 안에서 멈추지 않았다. 2025년 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최대 6억원으로 묶이고, 이후 서울·분당·과천·하남 등에서 전세를 낀 매입까지 제약되면서 자금의 사정거리는 오히려 길어졌다.

대출과 갭투자가 동시에 조이자, 상대적으로 규제가 헐거운 경기 남부가 다음 착지점이 됐다.

본지가 확인한 자료를 보면 구리·남양주·수원 권선·안양 만안·용인 기흥·화성 동탄 등 수도권 주요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5년 상반기 1만2천556건에서 2026년 상반기 2만688건으로 64% 늘었다. 2026년 8월 중순에는 성남 중원구 집값이 한 주 새 0.55% 뛰는 등 경기 남부 곳곳에서 규제 인접지 급등이 재연됐다.

정부는 뒤늦게 조정대상지역 카드를 다시 꺼내 과천·광명·하남·의왕과 성남 3개 구, 수원 3개 구, 안양 동안구, 용인 수지구 등을 규제로 묶었고, 8월에는 남양주에 2만1천호 규모의 미니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23만호+α 공급 계획도 내놨다.

규제와 공급을 동시에 쓰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규제가 한 겹 더해질 때마다 규제선 바로 바깥의 비규제지가 새로 달아오르는 패턴은 여전히 반복됐다.

풍선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물리 그대로였다.

본지 분석: 전이는 '순차적 상급지 사다리'였다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번 풍선효과 전이가 무작위 확산이 아니라 입지 위계를 따라 내려온 '사다리형 이동'이었다는 점이다.

잠삼대청에서 막힌 자금은 아무 데로나 흩어지지 않았다.

강남과 가장 닮은 한강벨트 성수·마포로, 다시 서울에서 밀리면 접근성이 좋은 경기 남부 핵심지로 한 칸씩 내려왔다.

수요자는 규제를 피하되 '가장 덜 아쉬운 차선'을 택했고, 그 선택이 모여 방향성을 만들었다.

두 번째 결론은 전이에 일정한 시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본지가 규제 발표 시점과 인접지 상승 전환 시점을 맞춰 본 결과, 인접지는 발표 직후 곧바로 튀지 않았다.

오히려 몇 주간 관망하다가 대략 한두 달 뒤부터 상승폭을 키웠다.

규제 충격이 시장 전체를 얼렸다가, 방향을 잃은 자금이 대체지를 다시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 시차의 정체다.

이 지연은 정책 당국에 '경고 신호를 읽을 시간'이 주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 번째 결론은 이번 전이가 규제 밖으로만 향한 일방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규제 안 최상급지의 '똘똘한 한 채' 쏠림과 규제 밖 인접지의 대체 수요가 동시에 작동하며 서울 집값의 바닥을 넓게 다졌다.

규제가 특정 구역의 열기를 누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열기를 시장 밖으로 빼낸 것이 아니라 옆 칸과 최상급지로 재분배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네 번째 결론은 규제의 촘촘함이 오히려 전이 속도를 높였다는 역설이다.

강남 3구·용산으로 규제 면적이 세 배 넓어지자, 그 경계 바로 밖의 성수·마포가 반사이익을 크게 봤다.

규제선이 길어질수록 그 선을 맞대는 비규제지도 함께 늘어난다.

촘촘한 규제가 촘촘한 풍선효과를 낳은 셈이다.

함의: 인접지까지 함께 보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정책 함의는 분명하다.

규제를 한 구역에 국한해 그으면, 시장은 반드시 그 경계 바깥에서 답을 찾는다.

핀셋 규제는 특정 지역의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데는 유효하지만, 수요 자체를 줄이지 못하면 인접지로의 전이라는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규제는 개별 구역이 아니라 '전이가 예상되는 인접 벨트'를 함께 시야에 넣고 설계해야 하며, 무엇보다 수요를 흡수할 공급이라는 출구가 동반돼야 한다.

남양주 미니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공급 확대가 뒤따른 것은 이런 인식의 반영으로 읽힌다.

취약한 실수요자에게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규제선이 넓어질수록 무주택 실수요자는 진입 문턱이 높은 규제 안과, 값이 이미 뛴 규제 밖 인접지 사이에서 선택지가 좁아진다.

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묶인 상황에서 성수·마포·경기 남부의 호가가 연쇄적으로 뛰면, 결국 가장 늦게 움직이는 실수요자가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

규제의 시차가 만든 정보 격차의 비용을 이들이 떠안는 구조다.

규제와 공급, 금융을 한 묶음으로 설계하되, 그 시차 안에서 실수요자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

국제적으로도 핀셋 규제의 풍선효과는 낯설지 않다.

캐나다는 밴쿠버가 속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외국인 취득세를 매기자 인근 광역권과 토론토로 투기 수요가 옮겨 붙어 결국 온타리오주까지 유사 과세를 확대해야 했다.

뉴질랜드는 오클랜드 집중 과열에 대응해 2018년 아예 외국인의 기존 주택 매입을 전국 단위로 금지하는 강수를 뒀는데, 이는 특정 도시만 규제하면 수요가 지방으로 번진다는 학습의 결과였다.

싱가포르는 반대로 추가구매인지세(ABSD)를 전국에 일률 적용하고 세율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지역 간 전이 자체를 차단했다.

규제 범위가 좁을수록 풍선은 멀리 날고, 범위가 넓고 균질할수록 전이의 여지가 줄어든다는 공통된 교훈이 읽힌다.

서울의 자치구 단위 핀셋 규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물론 반론과 한계도 짚어야 한다.

최근의 가격 상승을 모두 풍선효과 하나로 돌리는 것은 과잉 해석일 수 있다.

성수의 강세에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라는 고유의 개발 호재가, 경기 남부에는 반도체 벨트와 교통망 확충이라는 별개의 동력이 겹쳐 있다.

규제가 없었어도 오를 곳이었다는 반박이 가능하다.

또 거래량 급감이 곧 시장 냉각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매물이 잠겨 거래만 줄고 호가는 유지되는 '거래 절벽 속 강보합'은 통계 해석을 까다롭게 만든다.

본지의 시차 추정 역시 주간 단위 지수의 흐름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개별 단지의 사정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큰 그림은 흔들리지 않는다.

규제선을 하나 그을 때마다 그 바깥에서 새로운 열기가 피어오르는 패턴은 지난 6년의 일지 위에 반복적으로 새겨졌다.

인접지를 함께 보지 않는 규제는, 열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리만 바꾸는 다람쥐 쳇바퀴가 되기 쉽다.

다음 풍선이 어디서 부풀지는 이미 규제선의 모양이 말해 주고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8-22 기준으로 작성됐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제 발표(2020년 6월 최초 지정, 2025년 2월 잠삼대청 해제, 2025년 3월 강남 3구·용산 확대 재지정, 2025년 9월 2026년 말까지 연장),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동향, 부동산원·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신고가 사례, 정부의 6·27 대책과 수도권 공급대책,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자치구별 거래건수 추이를 시간축으로 교차 확인했다.

잠실동 거래 80%대 급감, 성동구 2025년 14.79% 상승, 수도권 비규제지역 거래량 64% 증가 등 핵심 수치는 복수의 공개 통계·보도로 대조했다.

전이의 '시차(3~8주~두 달 안팎)'는 규제 발표 시점과 인접지 상승 전환 시점을 맞춰 본 본지의 추정으로, 단지별 편차가 있을 수 있다.

국제 비교(캐나다·뉴질랜드·싱가포르) 사례는 각국 발표 정책의 취지를 요약한 것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