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건강기능식품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맞춤형 건기식 표시가 강화되고 GMP 국제조화 기준이 새로 들어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7월 21일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본지가 시행규칙 원문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시장조사, 채널별 유통 통계와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개정의 핵심은 '새로운 규제의 등장'이 아니라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맞춤형 건기식 제도의 안전장치를 뒤늦게 조이는 데 있었다.
시장은 6조원 문턱에서 정체하고 있는데, 제조·소분·약국 채널이 짊어질 준수비용은 채널마다 크게 갈린다.
소비자가 흔히 검색하는 '맞춤형 건기식이란', '건기식 소분 판매 허용', 'GMP 국제조화' 같은 질문을 하나씩 사실관계로 따져봤다.
먼저 개정안이 담은 내용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맞춤형건강기능식품 전용 도안을 새로 만들고, 제품 용기와 포장은 물론 낱개로 소분한 내포장에까지 '의약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의무적으로 넣게 했다.
소비기한 표시 범위도 내포장까지 넓혔고, 판매업소 안에는 의약품과 함께 먹을 때의 주의사항을 게시하도록 했다.
제조 쪽에서는 재가공·압축공기·윤활제 관리기준을 신설해 GMP 수준을 미국 식이보충제 규정(21 CFR Part 111)에 맞춰 끌어올리고, 품질검사 결과는 위·변조를 막는 기록관리시스템으로 남기되 자체 구축이 어려우면 식약처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을 쓰도록 열어뒀다.
의견 수렴은 8월 31일까지다.
맞춤형 건기식이란, 이번 개정에서 무엇이 바뀌나
맞춤형건강기능식품은 소비자가 약사·영양사 같은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은 뒤, 그 사람에게 필요한 제품을 판매업자가 소분·조합해 낱개로 내주는 방식이다.
기존의 완제품 한 통을 그대로 사는 구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 봉지 안에 오메가3 한 알, 비타민D 한 알, 프로바이오틱스 한 알이 함께 담기는 식이다.
편의성은 높지만, 낱알이 원래 통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표시사항·유통기한·교차오염 관리라는 세 가지 빈틈이 동시에 생긴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은 바로 그 빈틈을 겨냥한다.
특히 '의약품이 아닙니다' 문구는 상징적이다.
낱알만 놓고 보면 소비자는 그것이 영양제인지 처방약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약국 진열대에서 소분된 건기식과 일반의약품이 나란히 놓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규제 당국은 오인 섭취 위험을 표시로 차단하려 한다.
본지가 확인한 개정안 취지에서도 이 문구 의무화의 배경으로 '약국 등 전문가 채널 확대에 따른 의약품 혼동 방지'가 명시돼 있었다.
즉 표시 강화는 규제를 위한 규제가 아니라, 판매 채널이 넓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성격이 짙다.
본지의 첫 번째 결론은 이렇다. 이번 개정의 무게중심은 '제조'가 아니라 '판매 현장'에 있다. GMP 항목이 눈에 띄지만 실제 부담이 새로 얹히는 쪽은 소분·조합을 직접 수행하는 판매업소, 그중에서도 인력과 공간이 넉넉지 않은 소규모 약국과 신생 스타트업이다.

건기식 소분 판매 허용, 이번이 처음일까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7월 개정으로 건기식 소분 판매가 처음 허용됐다'는 인식이다.
사실과 다르다.
소분·조합 판매를 여는 근거는 2024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개정에서 이미 마련됐고, 맞춤형건강기능식품판매업 제도는 2025년 1월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그 이전에는 2020~2022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로 시범 운영됐다.
다시 말해 문은 이미 열렸고, 이번 시행규칙은 열린 문 안쪽의 표시·품질 규칙을 정비하는 단계다.
제도 연혁을 뭉뚱그리면 '없던 시장이 갑자기 생겼다'는 오독으로 이어진다.
채널별 인증·선임 요건도 오해가 많다.
맞춤형 건기식을 팔려면 원칙적으로 판매업 영업신고를 하고, 소분·조합용 전용 작업공간과 위생설비를 갖추고, 맞춤형건강기능식품관리사를 선임해야 한다.
관리사가 될 수 있는 전문가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약사·한약사·영양사 등 7개 직역이다.
그런데 약국은 이미 약사가 상주하고 위생 관리 체계를 갖춘 공간이라는 점을 인정받아 별도의 판매업 영업신고 의무에서 제외된다.
대신 관리사 선임과 의무교육 이수라는 조건은 그대로 진다.
대한약사회가 소분·조합 실무 안내서와 서비스 도입 가이드를 따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채널마다 진입 비용 구조가 다르다.
일반 판매업 창업자는 공간·설비·신고·인력을 한꺼번에 갖춰야 하지만, 약국은 신고 부담이 없는 대신 교육과 관리사 선임, 그리고 이번에 강화된 표시 의무를 떠안는다.
온라인 완제품 유통업체는 소분을 하지 않는 한 이번 표시 강화의 직접 사정권에서 상대적으로 비켜서 있다.
같은 '건기식 규제'라도 체감 무게가 채널마다 갈리는 지점이다.
GMP 국제조화, 새 의무인가 기존 제도의 상향인가
GMP를 두고도 '이번에 처음 의무화됐다'는 서술이 돌지만, 이 역시 부정확하다.
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GMP)은 2002년 제도 도입 당시 권장으로 출발해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됐고, 2020년 12월 매출 10억원 미만 소규모 제조업체까지 적용이 확대되면서 2021년 사실상 전 업체 전면 의무화가 완성됐다.
그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제조업체 점검 부적합률은 2015년 9.0%에서 2022년 1.9%로 크게 낮아졌다.
이미 촘촘해진 제도 위에, 이번 개정은 재가공·압축공기·윤활제라는 세부 관리항목을 더해 국제 기준과의 간극을 좁히는 '상향 조정'에 가깝다.
국제 비교로 보면 이 방향성이 뚜렷해진다.
미국은 식이보충제를 식품으로 분류하되 21 CFR Part 111이라는 별도의 cGMP 규정으로 제조·포장·표시·보관 전 과정을 규율한다.
재가공 기록 보관과 교차오염 우려 물질의 주기적 관리는 미국 기준에서 이미 표준으로 자리잡은 항목으로, 이번 한국 개정안이 그 결을 따라간 셈이다.
일본은 특정보건용식품(도쿠호)과 기능성표시식품을 나눠 관리하되 기능성표시식품은 사업자 책임 아래 신고제로 운영해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사후관리에 무게를 둔다.
유럽연합은 식품보충제 지침(2002/46/EC)을 축으로 비타민·미네랄의 허용 형태와 표시를 통일하고, 회원국별로 제조시설에 식품위생 기준(HACCP 기반)을 적용한다.
세 지역 모두 '제조 품질은 국제 정합성, 표시·판매는 소비자 오인 방지'라는 두 축으로 수렴하는데, 한국의 이번 개정도 정확히 그 궤도 위에 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국제조화의 실익은 수출 경쟁력에 있다. 국내 GMP가 미국·유럽 기준과 어긋나면 수출 때마다 현지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고, 이는 곧 중복 비용이다. 재가공·윤활제 관리 같은 항목을 미리 맞춰두면 해외 바이어 실사나 상호인정 협상에서 유리해진다. 문제는 그 이행 비용을 대기업과 소규모 업체가 똑같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시장규모 6조원 대비 규제 준수비용은
규제의 무게는 시장 규모에 견줘봐야 실감이 난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집계로 2025년 국내 건기식 시장은 5조9,626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늘며 6조원 문턱에서 사실상 정체했다.
흔히 '이미 6조원을 넘었다'고들 하지만, 공식 집계상 아직 6조원 벽을 넘진 못했다.
최근 1년 내 구매경험률은 83.6%로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구매자는 늘고 1인당 지출은 줄어드는 '실속형 소비'가 뚜렷해졌다.
시장이 커서 규제 여력이 넉넉한 게 아니라, 정체 국면에서 준수비용이 얹히는 구도라는 뜻이다.
채널별 지형도 이 구도를 뒷받침한다. 2025년 기준 온라인 비중이 67.9%로 압도적이고, 인터넷몰 매출은 3조원을 넘어 3조1,213억원 안팎으로 8%대 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약국 점유율은 4.5% 수준에 머문다. 2년 연속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 초반이다.
한때 두 자릿수였던 방문·다단계 등 직접판매는 2019년 17.9%에서 2025년 6.6%까지 꾸준히 내려앉았다.
맞춤형 건기식과 표시 강화의 직접 타깃인 오프라인 전문가 채널이, 정작 시장에서 차지하는 몫은 크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준수비용의 비대칭이 드러난다.
전용 도안 인쇄, 내포장 낱개마다의 표시, 위·변조 방지 기록관리시스템 도입, 관리사 선임과 교육 이수는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거의 고정비 성격을 띤다.
하루 수십 건을 소분하는 약국이든, 대량으로 완제품을 찍어내는 제조사든 표시 단가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매출이 작은 소규모 약국·스타트업일수록 매출 대비 준수비용 비율이 높아진다.
본지가 채널 점유율과 개정 의무항목을 겹쳐 본 결과, 이번 규제의 한계 부담이 가장 큰 집단은 '온라인 대형 유통'이 아니라 '오프라인 소량 소분 사업자'로 나타났다.
규제의 명분(소비자 안전)과 부담의 분포(영세 채널 집중)가 어긋나는 지점이다.

본지의 결론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이번 개정은 신규 규제라기보다 2024~2025년 열린 맞춤형 시대에 대한 후속 안전장치이며, 표시 강화의 실제 부담은 판매 현장에 집중된다. 둘째, GMP 국제조화는 내수 규제 강화가 아니라 수출 정합성 투자에 가깝지만, 이행 비용의 역진성 탓에 소규모 제조업체에 대한 완충이 필요하다. 셋째, 시장이 6조원 문턱에서 멈춘 정체 국면인 만큼, 준수비용이 영세 사업자에게 몰리지 않도록 표시 단순화와 기록관리시스템 공동 이용 같은 비용 분담책이 병행돼야 한다.
정책 함의도 여기서 나온다.
식약처가 자체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업체에 LIMS를 열어둔 것은 방향은 옳지만, 실제 무료·저비용 이용이 보장되는지가 관건이다.
전용 도안과 문구 의무화는 소비자 오인을 줄이는 최소 장치로 정당성이 충분하나, 낱개 내포장 단위까지 요구하는 표시 범위는 소분 현장의 작업 부담을 감안해 QR·통합라벨 같은 대체 수단을 인정할 여지를 검토할 만하다.
취약한 쪽은 언제나 인력이 얇은 동네 약국과 초기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교육·설비·표시 3중 부담에 눌려 맞춤형 시장에서 이탈하면, 정작 제도가 겨냥한 '전문가 상담 기반 안전한 소비'라는 목표 자체가 흔들린다.
규제의 정교함은 문턱을 얼마나 낮게 설계하느냐에 달렸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8월 15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확인에 사용한 1차·공개 자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 입법예고(2026년 7월 21일 공고, 의견수렴 8월 31일까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시행규칙·행정규칙(우수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2025년 시장 결산(시장규모 5조9,626억원·구매경험률 83.6%·채널별 점유율),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동향(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동향), 대한약사회 소분·조합 실무 안내서 등이다.
다섯 개 핵심 주장의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맞춤형 건기식 '의약품이 아닙니다' 표시 의무화 신설 — TRUE(개정안 명문화). ②건기식 소분 판매가 이번 7월 개정으로 처음 허용됐다 — FALSE(2024년 법 개정·2025년 1월 시행이 근거). ③GMP는 이번 개정으로 처음 의무화됐다 — FALSE(2016년 단계 의무화·2021년 전면 시행, 이번은 국제조화 세부기준 추가). ④약국은 별도 판매업 영업신고 없이 맞춤형 건기식을 팔 수 있다 — HALF-TRUE(신고는 면제되나 관리사 선임·의무교육 필요). ⑤국내 건기식 시장은 이미 6조원을 넘었다 — HALF-TRUE(2025년 5조9,626억원으로 근접했으나 미돌파).
수치는 발표 기관·연도를 병기했으며, 향후 시행규칙 확정 과정에서 세부 조항이 조정될 수 있다.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