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신고가 거래 후 계약해제가 통계 왜곡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최고가로 실거래를 신고했다가 몇 주 뒤 조용히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올해 들어 급격히 불어나면서,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실제보다 부풀려지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한국부동산원 통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제출 자료를 교차 분석한 결과,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7만5339건 가운데 5598건이 해제로 처리돼 계약해제율이 7.4%에 달했다. 실거래가 시스템에 해제 이력을 공개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4.4%)와 2023년(4.3%)의 두 배에 가깝다.
단순히 계약이 깨진 것만 문제가 아니다.
본지 분석의 초점은 '어떤 계약이 깨졌는가'에 있다.
취소된 계약의 상당수가 그 시점까지의 단지 최고가, 이른바 신고가였다는 점이다.
실거래가 한 건 신고되면 시세가 그만큼 올랐다는 신호로 읽히고, 그 신호가 주간 통계와 호가에 반영된 뒤 정작 거래는 없던 일이 된다.
가격만 남고 거래는 사라지는 셈이다.
신고가 거래 후 계약해제란 무엇인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는 매매 계약을 맺으면 계약일로부터 30일 안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가격을 신고하도록 한 제도다.
여기서 핵심은 '계약일 기준'이라는 점이다.
소유권 이전 등기가 끝난 거래가 아니라,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시점의 가격이 곧바로 공개 시스템에 올라온다.
잔금과 등기까지는 통상 두세 달이 걸리므로, 그 사이 계약이 해제되면 시스템에는 한때 실재했던 가격만 흔적으로 남는다.
정부도 이 허점을 모르지 않았다. 2020년 2월부터 계약해제 이력을 시스템에 표시하기 시작했고, 2023년 7월부터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공개할 때 등기 여부까지 함께 표기하도록 했다.
계약만 신고하고 등기로 이어지지 않은 거래를 이용자가 걸러볼 수 있게 한 조치다.
그럼에도 '신고가 신고 → 시세 반영 → 조용한 해제'라는 구조 자체는 남아 있다.
해제 사실이 붙는 시점에는 이미 그 가격이 호가와 통계에 스며든 뒤이기 때문이다.
신고가 거래 후 계약해제 비율, 지역별로 보면
본지가 확인한 자치구별 수치는 이 구조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올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1~11월 누적 계약해제율은 성동구가 10.2%로 가장 높았고, 용산구 10.1%, 강남구 8.6%가 뒤를 이었다.
규제와 관심이 집중된 지역일수록 해제가 잦았다는 뜻이다.
특히 신고가에 한정해 보면 편중은 더 심해진다.
올해 상반기(1~6월) 그 시점 최고가로 신고했다가 계약을 해제한 비율은 서초구가 66.1%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 52.8%, 용산구 49.4%, 마포구 48.7%, 종로구 48.4% 순이었다.
강남권 신고가 신고 두 건 중 한 건 이상이 결국 취소로 끝났다는 계산이다.
월별 흐름도 정책 일정과 맞물린다.
올해 1월 6.8%, 2월 6.6%였던 서울 아파트 계약해제율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 3구와 용산구로 확대 재지정한 3월 8.3%로 뛰었고, 4월 9.3%, 5월 9.9%를 거쳐 6·27 대출 규제가 나온 6월에는 10.6%로 연중 최고를 찍었다.
규제가 발표될 때마다 해제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대출 한도가 갑자기 줄어 잔금을 못 치른 실수요자의 불가피한 포기와, 애초에 가격을 띄우려 넣었다가 목적을 이룬 뒤 빠지는 '작전성' 해제가 뒤섞여 있다.
둘을 통계만으로 칼같이 나누기는 어렵지만, 신고가 비중이 유독 높은 지역·시점의 해제는 후자를 의심하게 만든다.

전국 단위로 넓혀 보면 규모가 더 실감 난다.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전국에서 취소된 아파트 매매만 11만 건을 넘어섰다.
연도별로는 2021년 2만8432건, 2022년 1만4277건, 2023년 1만8283건, 2024년 2만6438건이었고, 올해는 8월까지 이미 2만3452건이 해제됐다.
집값이 오르던 국면(2021년)과 규제가 몰아친 올해에 해제가 함께 몰린다는 점은, 계약해제가 단순한 변심의 산물이 아니라 시장 신호와 규제에 반응하는 전략적 행위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고가 거래 후 계약해제가 주간 통계를 부풀리는 구조
문제의 핵심은 통계 산출 방식에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은 실거래와 조사원의 시세 판단을 함께 반영한다.
그런데 거래가 극히 적은 시기에는 소수의 신고가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지렛대가 된다.
실제로 한 언론이 실거래 공백기 전후 서울 아파트 거래 1184건을 분석한 결과, 도봉·강북구는 오히려 실거래가가 내렸는데도 주간 통계는 상승으로 잡혔다.
한 단지는 지난해 8월 4억8000만 원에서 12월 4억2000만 원으로 12.5% 내렸지만, 같은 기간 부동산원 발표는 0.51% 상승이었다.
부동산원이 실거래가 전무했던 기간의 특정 자치구 상승률을 공표한 사례도 도마에 올랐다.
이 대목에서 신고가 후 해제가 위력을 발휘한다.
통계에 잡히기 전 한 건의 신고가가 '이 동네가 올랐다'는 근거로 쓰이고, 그 수치가 호가를 밀어 올린 뒤 계약은 취소된다.
취소 사실이 반영될 즈음이면 상승분은 이미 다음 거래의 출발선이 돼 있다.
통계가 뒤늦게 정정되더라도 시장의 체감 가격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정부가 2년 전 국토연구원에 맡긴 연구용역 보고서가 주간동향 통계 폐지를 제안했다는 사실도 이런 신뢰도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
신고가 거래 후 계약해제,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이 문제는 상당 부분 한국 특유의 '계약일 기준 공개' 방식에서 비롯된다.
해외 주요국은 대체로 거래가 실제로 완결된 시점의 가격만 공개한다.
영국은 토지등기소(HM Land Registry)의 '납부가격(Price Paid)' 자료를 등기가 완료된 거래에 한해 공개한다.
계약이 깨지면 애초에 가격 계열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취소를 이용한 시세 조작의 여지가 구조적으로 좁다.
미국은 각 카운티의 등기소(recorder)가 클로징 이후 등기된 증서(deed)를 기준으로 기록을 남긴다.
계약 단계의 호가가 공적 가격 통계로 곧장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
싱가포르는 조금 결이 다르다.
도시재개발청(URA)이 매수 옵션 행사 등을 근거로 한 코비앗(caveat) 자료로 시세를 빠르게 공개하지만, 인지세 납부 등 실제 결제 정보와 연동해 사후 보정하는 절차를 둔다.
일본 국토교통성도 거래 당사자 설문을 바탕으로 성사된 거래를 사후에 집계한다.
요컨대 해외는 '완결된 ��래만 가격으로 인정'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반면, 한국은 신속한 정보 공개를 위해 계약 단계부터 가격을 열어두었다.
투명성을 앞세운 제도가 역설적으로 조작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안의 뼈아픈 지점이다.
다만 해외 방식이 만능은 아니다.
완결 시점 공개는 신뢰도가 높은 대신 정보가 두세 달 늦게 나와 실시간 시장 파악에는 불리하다.
한국이 계약 단계 공개를 도입한 것도 그 시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점은 균형 있게 봐야 한다.
제도는 어디까지 왔나, 무엇이 남았나
제재 장치가 없던 것은 아니다. 2023년 4월 개정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공인중개사뿐 아니라 일반 거래 당사자도 재산상 이득을 노려 거짓으로 신고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국토부는 2023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에서 '가격 띄우기'가 의심되는 해제 거래 425건을 기획조사했다.
연도별로 2023년 135건, 2024년 167건, 올해 123건이다.
이 가운데 정황이 뚜렷한 8건은 경찰에 수사의뢰됐는데, 공인중개사가 아닌 일반 당사자 처벌을 겨냥한 첫 사례다.
친족끼리 높은 값에 계약해 신고한 뒤 이를 해제하고 제3자에게 1억 원 더 비싸게 판 경우, 유사 평형을 시세보다 2억 원 높은 22억 원에 신고했다가 해제하고 제3자에게 22억7000만 원에 넘긴 경우 등이 포함됐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신고가 후 해제는 이미 개별 일탈의 수준을 넘어 통계의 신뢰를 갉아먹는 구조적 현상이다.
강남·서초의 신고가 절반 이상이 취소로 끝나는 상황을 '변심'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둘째, 해제 이력·등기 표기라는 사후 공개만으로는 이미 호가에 스며든 왜곡을 되돌리지 못한다.
정보를 늦게 붙이는 방식의 한계가 뚜렷하다.
셋째, 제재는 강화됐지만 적발은 여전히 사후적이고 표본이 좁다.
기획조사 425건은 수만 건의 해제 가운데 일부일 뿐이며, 수사의뢰 8건은 그중에서도 극소수다.
왜곡을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본지는 세 갈래의 처방을 제안한다.
먼저 통계 산출 단계에서 신고가 거래의 '검증 대기'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 시점 최고가를 새로 쓴 신고가는 등기 완료 또는 일정 기간 유지 여부가 확인될 때까지 지수 반영을 유보하거나 별도 표시하는 방식이다.
완결된 거래만 인정하는 해외 사례의 장점을, 한국의 신속 공개 체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분적으로 접목하자는 취지다.
실시간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작에 취약한 한 건이 지수를 흔드는 일을 줄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상거래 탐지를 상시화·자동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연 단위로 몰아 하는 기획조사로는 수만 건의 해제를 따라잡을 수 없다.
신고가 직후 단기간 내 해제, 계약금 미반환 정황, 특수관계인 거래 같은 위험 신호를 등기·과세 정보와 실시간으로 대조해 자동 선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표본이 아니라 전수에 가깝게 걸러야 억지력이 생긴다.
끝으로 이용자가 오판하지 않도록 정보 표시를 더 앞당겨야 한다.
신고가가 뜰 때 '미등기·계약 단계'임을 눈에 띄게 병기하고, 해당 단지에서 최근 신고가 계약의 해제 이력과 비율을 함께 보여주면, 하나의 신고가가 호가 전체를 끌어올리는 심리적 지렛대 효과를 상당히 눌러줄 수 있다.
투명성을 지키되 그 투명성이 왜곡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공개의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 남았다.
시장은 결국 신호로 움직인다.
그 신호가 진짜인지 가려낼 장치가 없다면, 가장 투명해 보이는 제도가 가장 손쉬운 조작의 무대가 될 수 있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08-15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의 계약해제 이력·등기 표기 자료,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 및 통계 방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연도별 계약해제 건수, 국토부의 '가격 띄우기' 기획조사 및 수사의뢰 보도자료, 2023년 4월 개정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의 벌칙 조항을 교차 확인했다.
서울 계약해제율 7.4%와 자치구·월별 수치는 2025년 1~11월 신고 기준이며, 신고가 해제 비율(서초 66.1% 등)은 2025년 상반기 기준 추정치로 시점을 함께 표기했다.
통계 왜곡 관련 실거래 분석 수치는 언론 보도를 인용했으며 원자료의 표본 범위 내 값임을 밝힌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