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업권법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의 뼈대를 정하는 하반기 국면에 접어들면서, 발행 주도권을 둘러싼 은행·인터넷은행·거래소·카드사의 셈법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본지가 지난 1년간 발의된 관련 법률안과 금융당국·한국은행의 공개 발언, 사업자들의 제휴 동향을 교차 분석한 결과, 시장은 이미 '은행 50%+1 지분룰'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각자의 진입 경로를 설계하는 단계로 넘어갔다.

준비금·자금세탁방지(AML)·인가 요건이라는 세 개의 관문이 사업자별로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먼저 판을 짚어야 한다. 2023년 제정돼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이른바 1단계였다면, 하반기 발의를 앞둔 2단계는 산업의 업권을 나누고 영업행위를 규율하는 '업권법'의 성격을 띤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그 중심에 있다.

국회에는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정면으로 다룬 법안이 5~6건 쌓여 있고, 정부는 이를 통합한 단일안을 정무위원회에 제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발행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당초 연초로 잡혔던 최종안 제출이 하반기로 밀린 상태다.

통화신용정책 주무 기관인 한국은행은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와 통화량에 미칠 파급을 경계했고, 금융위는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함께 얹는 절충안을 모색해왔다.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란

규제의 얼개는 세 갈래다.

첫째는 인가다.

발의된 법안 대부분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국내 발행에 금융당국의 인가를 요구한다.

신고나 등록이 아니라 인가라는 점이 관건이다.

자본금·지배구조·내부통제·전산 요건을 사전에 심사받아야 하고, 이 문턱이 사실상 사업자를 걸러내는 1차 필터가 된다.

둘째는 준비금이다.

여야 법안은 발행액에 상응하는 준비자산을 100% 보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으며, 한 야당 의원안은 현금·요구불예금·단기 국공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만 준비금을 구성하도록 못 박았다.

이용자에게는 언제든 액면가로 되돌려 받을 상환청구권을 보장하고, 준비금 운용 내역을 정기적으로 공시·감사받도록 하는 장치가 함께 논의된다.

셋째는 AML이다.

발행과 유통 전 과정에서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며, 국경을 넘나드는 스테이블코인 특성상 글로벌 상호운용성 기준을 어떻게 맞출지가 실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지분 구조 규제가 겹친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그리고 야당과 여당 일부가 공통적으로 지지하는 '은행 중심' 구도가 그것이다.

발행 법인에서 은행이 최소 50%+1주를 쥐도록 하고, 핀테크가 34% 안팎을 채우는 조합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반대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발행 법인 지분은 15~20% 수준으로 묶는 방안이 검토된다.

거래소가 발행과 상장, 유통을 한 손에 쥐는 이해상충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특정 사업자를 겨냥한 과잉 규제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한 법안 검토 과정에서는 은행 주도 원칙은 살리되 거래소를 사실상 배제하는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은행·카카오·토스·거래소·카드사, 진입 전략은 어떻게 갈리나

본지 분석에 따르면 사업자들의 대응은 크게 다섯 갈래로 갈린다.

시중은행권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

지분룰 자체가 은행에 발행 주도권을 안기는 구조인 데다, AML·전산·준비금 운용 인프라를 이미 갖췄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이 두나무 지분을 대규모로 사들이며 발행·유통·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선점하려 나선 것이나, 은행 여러 곳이 컨소시엄을 짜며 세를 불리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한다.

KB국민은행이 토스와, 하나금융이 네이버와 손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은행+빅테크' 짝짓기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톡을 하나의 결제 레일로 잇는 자체 모델을 준비해왔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메시징·금융 생태계의 중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은행 주도 발행이 기정사실이 되면서 카카오뱅크라는 은행 라이선스를 지렛대로 삼는 쪽으로 전략의 축을 옮기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거느린 덕에 지분룰의 벽을 상대적으로 낮게 넘을 수 있다는 점이 카카오의 남다른 위치다.

세 번째 토스는 결이 다르다.

토스는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해외 송금과 실시간 정산, 온체인 결제를 아우르는 글로벌 레일 접목에 무게를 실었다.

원화 발행 자체보다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인프라 사업자로서의 입지를 먼저 다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네 번째는 거래소다.

두나무·빗썸 등 거래소는 유통과 시장 조성에서 강점을 갖지만, 15~20% 지분 상한이 현실화하면 발행 주체로서의 지위는 제약된다.

이들은 발행 컨소시엄의 소수 지분 참여자이자 유통 플랫폼 운영자로 역할을 재정의할 공산이 크다.

다섯 번째, 카드사와 여타 핀테크는 가장 까다로운 처지다.

은행 라이선스도, 거래소 유통망도 없는 이들이 34% 남짓의 핀테크 몫을 놓고 은행과 짝을 이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준비금 예치·AML 시스템 구축·전산 감리라는 컴플라이언스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카드사로서는 기존 지급결제망과 가맹점 인프라가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인가 심사에서 요구되는 자본·내부통제 요건을 새로 충족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미국·EU·일본·홍콩과 비교하면 한국은 어디에

국제 비교는 한국의 좌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미국은 2025년 7월 이른바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발효시키며 지급용 스테이블코인을 별도 범주로 규정했다.

인가받은 발행사만 발행할 수 있게 하고, 현금과 미 국채 등으로 1대1 전액 준비를 의무화했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못 박지는 않되 연방·주 감독 아래 두는 방식이다.

유럽연합은 2024년 6월부터 적용된 미카(MiCA)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전자화폐토큰으로 보고 전자화폐업 인가와 상시 상환 의무를 부과한다.

은행 지분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국 논의와 결이 다르다.

아시�� 사례는 더 시사적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은행·신탁회사·자금이동업자를 통해 엔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며 발행 주체를 규제된 금융기관으로 좁혔다.

한국의 은행 중심 구도와 가장 닮은 모델이다.

홍콩은 2025년 8월 스테이블코인 조례를 시행하고 2026년 4월 첫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홍콩달러 연동 코인을 역외에서 발행하려 해도 홍콩금융관리국 면허가 필요하며, 발행액의 100% 이상을 현금·단기예금·고신용 국채로 채우도록 했다.

요컨대 준비금 100%라는 원칙은 국제적으로 수렴하고 있으나, '누가 발행하느냐'를 놓고는 미국·EU의 개방형과 일본·한국의 은행 중심형이 갈라선다.

한국이 지분룰을 지나치게 좁게 설계할 경우 국내 시장에만 갇힌 '갈라파고스'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본지의 결론은 세 가지다.

첫째, 이번 2단계 업권법의 승부처는 준비금이나 AML이 아니라 지분룰에 있다.

준비금 100%와 AML은 국제 정합성 차원에서 이미 방향이 정해진 사안인 반면, 은행 50%+1이라는 지분 설계는 향후 5년간 어느 사업자가 시장을 쥐는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둘째, 승자는 라이선스를 가진 자다.

은행 지분이 게이트키퍼가 되는 구조에서는 인터넷은행을 품은 빅테크와 시중은행이 결합한 진영이 앞서고, 라이선스가 없는 카드사·핀테크는 지분 34%를 놓고 종속적 제휴에 내몰릴 소지가 크다.

셋째, 규제의 촘촘함과 시장 개방성은 상충한다.

거래소를 과도하게 배제하고 은행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면 이용자 편익과 혁신은 뒤로 밀린다.

규제 지연이 길어질수록 원화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수요가 옮겨갈 위험도 함께 커진다.

정책 함의는 분명하다.

지분룰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 역량을 살리되 핀테크·카드사의 결제 혁신이 질식하지 않도록 34% 몫에 실질적 경영 참여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다듬어야 한다.

거래소 지분 상한도 이해상충 방지라는 목적에 비례해 설정하되, 유통·시장조성 기능까지 봉쇄하는 과잉으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준비금은 100% 원칙을 지키되 운용 자산의 범위와 공시 주기를 명확히 해 이용자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무엇보다 입법 지연 자체가 비용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제도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국내 자금이 규제 밖 달러 코인으로 흘러 나가면, 뒤늦게 원화 코인을 제도화해도 시장을 되찾기 어렵다.

취약한 중소 핀테크와 소비자가 규제 불확실성의 비용을 가장 크게 치르게 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7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회 발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률안 현황과 지분·준비금·인가 요건, 금융위원회·한국은행의 공개 입장, 미국 지니어스법·EU 미카·일본·홍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시행 사실을 정부·국회·기관 발표와 복수 매체 보도로 교차 확인했다.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 유통 규모와 발행 지분 비율(은행 50%+1주, 핀테크 34%, 거래소 15~20%) 등 일부 수치는 입법 진행 중인 사안으로 최종 확정치가 아니며, 발표 시점 기준의 논의·추정치임을 밝힌다.

사업자별 제휴·컨소시엄 동향은 보도 기준이며 실행 모델은 법안 확정 전까지 유동적이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