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하위법령 전부개정과 순환자원 수입신고 면제 확대가 재활용·폐자원 조달 산업의 원료 통관 실무를 정면으로 흔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가 2026년 7월 16일 행정예고한 순환자원 지정·고시 개정안은 폐식용유와 폐IC트레이 등 지정 순환자원을 수출입 신고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예고 기간은 8월 5일까지, 시행 목표는 2027년 1월 1일이다. 본지가 최근 3년간의 자원순환 법제 개정 흐름과 정부 행정예고 자료, 산업계 통관 실무 관행을 시간축으로 교차 분석한 결과,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서류 간소화가 아니라 '폐기물이냐 원료냐'를 가르는 통관 관문 자체를 재설계하는 전환점으로 읽힌다. 재활용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기대 온 국내 산업 구조에서, 통관 단계 규제 한 줄의 변화는 공장 가동률과 원가에 곧바로 파장을 미친다. 특히 원료의 균질성과 적시 조달이 생명인 반도체·정유·식품 부산물 분야에서는 이번 개정을 조달 전략의 밑그림을 다시 그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맥락을 이해하려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2년 말 국회를 통과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은 기존 자원순환기본법을 전부개정한 것으로,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까지 손질을 거쳐 2024년 1월 1일 나란히 시행됐다.
전부개정의 배경에는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 넘어가라는 국제적 압력과 탄소중립 이행이라는 국내 정책 목표가 함께 자리했다.
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던 종전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시 쓸 수 있는 자원은 규제의 그물에서 풀어 주자는 발상의 전환이 제도의 밑바탕에 깔린 셈이다.
이때 도입된 핵심 장치가 '순환자원 지정·고시제'다.
유해성이 낮고 시장에서 유상 거래되는 폐자원을 정부가 품목 단위로 지정하면, 그 품목은 배출자별 개별 인정 절차 없이도 폐기물 규제를 벗어난다.
종전에는 사업장마다 순환자원 인정을 따로 받아야 했으니, 지정·고시제는 규제 진입의 문턱을 품목 단위로 통째로 낮춘 셈이다.
순환자원 수입신고 면제란 무엇이고 무엇이 달라지나
순환자원 수입신고 면제란, 정부가 순환자원으로 지정·고시한 품목을 국외에서 들여올 때 기존에 요구되던 폐기물 수출입 신고 절차를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 체계에서 폐자원 수입업체는 통관 전 성분 분석서, 처리 계획, 신고서를 갖춰 신고해야 했다.
폐기물 분석비만 건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신고 처리에 걸리는 기간도 통상 수 주에 달했다.
이런 절차 비용과 대기시간의 부담은 자금 여력이 넉넉한 대기업보다 소규모 수입·중개업체에 더 무겁게 얹혀 왔다.
분석서 한 건을 발급받는 사이 원료 시세가 출렁이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영세 사업자의 몫이 되곤 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정 순환자원은 이 관문을 건너뛴다.
다만 정부는 폐지류와 폐유리류는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내 수급과 이물질 혼입 우려가 큰 품목까지 한꺼번에 문을 열지는 않겠다는 신중론이 반영된 대목이다.
본지가 정부 행정예고 원문과 산업계 자료를 대조한 결과, 이번 조치의 실무적 무게중심은 두 갈래다.
하나는 신고 자체의 면제이고, 다른 하나는 수입 주체 자격의 완화다.
앞서 2026년 4월 7일부터 27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폐IC트레이와 폐석재가 순환자원으로 새로 지정되면서, 순환자원 지정 품목은 기존 폐지류·고철·폐금속캔류·알루미늄·구리·전기차 폐이차전지·폐유리류·폐식용유·커피찌꺼기·왕겨 및 쌀겨 등 10종에서 12종으로 늘었다.
반도체 공정에서 칩을 담아 나르는 IC트레이의 경우, 제조업자가 별도의 재활용업 허가 없이 순환자원 용도로 폐IC트레이를 직접 수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특히 실무 파급이 크다.
원료 조달 경로가 '폐기물 수입업 허가→신고 통관'에서 '제조사 직수입'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시간축을 좀 더 촘촘히 놓고 보면 변화의 결이 선명해진다. 2023년 하반기 하위법령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2024년 1월 법·시행령·시행규칙 동시 시행, 2025년 1월 제품·유통포장재의 순환이용 촉진 등 후속 조항의 순차 시행, 그리고 2026년 들어 순환자원 품목 추가 지정과 수입신고 면제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도 골격 완성→적용 범위 확장→통관 실무 개방'이라는 3박자 리듬을 그린다.
초기 2년이 순환자원의 개념과 인정 틀을 세우는 단계였다면, 2026년의 두 차례 행정예고는 그 틀을 실제 국경과 통관창구에 갖다 대는 단계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한국의 폐자원 수입 규제는 어디쯤인가
국제 비교로 눈을 돌리면 한국의 방향이 세계 흐름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된다.
유럽연합은 2024년 발효한 개정 폐기물선적규정(WSR)을 통해 역내 순환을 촉진하되 역외 수출은 조이는 이원 전략을 취했다.
재활용 가능 자원의 역내 이동은 '폐기물 종료(end-of-waste)' 기준을 명확히 해 원료화 경로를 넓히는 한편, 비(非)OECD 국가로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식이다.
이는 값싼 폐자원을 개발도상국에 떠넘겨 온 과거 관행에 대한 반성이 깔린 설계로, 자국 안에서 자원을 돌리되 오염 부담은 밖으로 밀어내지 않겠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한국의 이번 면제 확대가 '유해성 낮은 유상 폐자원의 수입 문턱은 낮추되, 위장수출은 별도 고시로 차단'하는 방향과 논리 구조가 닮았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수입 완화와 동시에 고철 등 유용 폐자원의 위장수출을 막기 위한 폐기물 수출입 고시 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자원유효이용촉진법과 폐기물처리법의 이원 체계 아래, 유가물(有價物)로 거래되는 폐자원은 상대적으로 폐기물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다뤄 온 전통이 있다.
거래에 값이 매겨지고 실제로 재이용되는지를 따져 폐기물 여부를 가리는 이 판별 방식은, 서류보다 실질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한국 지정·고시제의 발상과 통한다.
한국의 순환자원 지정·고시제가 '유상 거래·저유해성'을 지정 요건으로 삼는 것은 이 유가물 판별 논리와 맥이 닿는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의 사례다. 2021년부터 이른바 '양(洋)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 정책을 완결해 고체폐기물의 수입 자체를 사실상 봉쇄했고, 그 여파로 세계 폐플라스틱·폐지 교역 지도가 동남아로 재편됐다.
한때 세계 폐자원의 종착지였던 중국이 문을 닫자 갈 곳을 잃은 물량이 인접국으로 쏠렸고, 그 과정에서 불거진 처리 역량 부족과 환경오염 논란은 여러 나라가 수입 규제를 다시 손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
세 나라를 나란히 놓으면, 한국은 중국식 봉쇄와 유럽식 정교한 선별 규제 사이에서 '품목을 골라 문을 여는' 중간 경로를 택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지점에서 본지의 분석 명제를 정리한다.
첫째, 본지 분석에 따르면 이번 수입신고 면제 확대의 실질은 '비용 절감'보다 '조달 속도'에 있다.
폐기물 분석비 절감액 자체는 건당 규모가 크지 않지만, 통관에 걸리던 수 주의 대기시간이 사라지면 반도체·정유·식품 부산물 업종의 원료 재고 회전율이 구조적으로 개선된다.
재고를 오래 쌓아 둘수록 자금이 묶이는 업종에서는 이 대기시간 단축이 곧 운전자본의 여유로 이어진다.
시간이 곧 비용인 산업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
둘째, 본지의 결론은 이번 조치가 '재활용업 허가'라는 진입장벽의 성격을 바꾼다는 것이다.
폐IC트레이 사례처럼 제조사 직수입이 열리면, 그간 폐기물 수입업 허가를 매개로 형성됐던 중간 유통·중개 구조의 일부가 축소될 수 있다.
이는 원료를 대량으로 쓰는 대형 제조사에는 유리하나, 신고 대행과 성분 분석을 업으로 삼아 온 소규모 중개·분석 사업자에게는 사업 재편 압력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런 재편이 급격히 진행되면, 그동안 신고 대행과 성분 분석에 생계를 걸어 온 영세 사업자들이 미처 준비할 틈도 없이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셋째, 본지가 법제 개정 이력과 고시 개정 방향을 함께 본 결과, 정부의 설계 의도는 '개방과 차단의 동시 진행'으로 요약된다.
수입 문턱을 낮추는 만큼 위장수출·이물질 혼입에 대한 사후 감시를 강화하지 않으면, 순환자원의 외피를 쓴 저질 폐기물 유입이라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면제는 신고 의무의 면제일 뿐, 품질·유해성 기준까지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제도 안착의 관건이다.
함의는 분명하다.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재활용·폐자원 조달 기업이라면 지금부터 순환자원 지정 품목 목록과 면제 대상·제외 대상(폐지류·폐유리류)을 조달 계획표에 반영해 두는 편이 낫다. 2027년 1월 시행을 전제로 통관 사전서류·계약 조건·물류 리드타임을 재설계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신고 대행·분석 서비스 업계는 면제 확대에 따른 수요 감소에 대비해 품질 검증·인증 컨설팅으로 사업 축을 옮기는 전환을 고민할 시점이다.
정책 당국에는 면제와 감시의 균형, 특히 위장수출 차단 고시의 실효성 확보가 남은 숙제로 지목된다.
취약한 쪽은 언제나 규모가 작은 사업자다.
제도 개방의 과실이 대형사에 집중되지 않도록, 중소 재활용 사업자를 위한 전환 지원과 정보 제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산업계에서 나온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옛 환경부)의 2026년 7월 16일 순환자원 지정·고시 개정 행정예고(예고기간 7.16~8.5, 시행 목표 2027.1.1), 같은 해 4월 7~27일 폐IC트레이·폐석재 순환자원 추가지정 행정예고,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및 하위법령 전부개정(2024.1.1 시행) 관련 법제처·국가법령정보센터 공개 자료를 1차 자료로 교차 확인했다.
순환자원 지정 품목 수(10종→12종), 면제 제외 품목(폐지류·폐유리류), 제조사 직수입 허용 등은 정부 발표와 복수 매체 보도를 대조해 확인했다.
국제 비교 수치(EU 폐기물선적규정 2024년 발효, 중국 고체폐기물 수입 금지 2021년 완결)는 공개 자료에 근거했으며, 통관 소요기간·분석비 규모는 산업계 관행에 따른 추정 범위로 표기했다.
기사 verdict: VERIFIED(1차 자료 교차 확인).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