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DIEN] 비아파트(빌라) 공급 절벽이 통계로 뚜렷해졌다.

본지가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시계열로 교차 분석한 결과, 전국 주택 착공에서 연립·다세대·다가구 등 이른바 비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약 39%에서 2025년 약 13%로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비아파트 착공 실적은 최근 10년 평균의 4분의 1가량에 그쳤다.

아파트 착공이 회복 국면을 그리는 사이 서민 주거의 저변을 떠받쳐 온 빌라·다세대는 통계에서 사실상 지워지는 중이다.

지표는 한 방향을 가리킨다.

서울에서 지난해 준공된 연립·다세대·다가구는 4858가구로 1년 전보다 20.7% 줄었다. 2018년만 해도 서울 빌라 준공 물량은 같은 해 아파트 준공의 90%를 넘겼지만, 2025년에는 그 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9.7%로 주저앉았다.

연도별로 뜯어보면 낙폭이 더 선명하다.

서울 빌라 준공은 2023년 1만4000가구대에서 2024년 6000가구대로 반 토막 나더니, 2025년에는 4000가구대까지 밀렸다.

불과 2~3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인허가와 착공도 다르지 않다.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는 2025년 3만3061호로 전체 주택 인허가의 8.7%에 머물렀다.

열 채 지을 때 한 채가 채 안 된다는 뜻이다.

수도권 비아파트 착공은 지난해 1만3747가구로 최근 5년 평균(약 3만9867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고, 서울 착공은 4985가구로 5년 평균 1만5873가구를 크게 밑돌았다.

인허가 지표에서 서울이 2024년 3820가구에서 2025년 6442가구로 68.6% 늘며 반등 신호를 보인 대목은 있으나, 5년 평균(1만6147가구)에 견주면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는 미미한 회복이다.

2026년 들어서도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올해 4월까지 누적 비아파트 인허가는 7048건으로, 규제와 세제가 지금보다 느슨했던 2022년 같은 기간(1만9951건)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착공과 준공은 각각 5596건, 5158건으로 2022년의 4분의 1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시장에서는 서울 땅값과 공사비 급등, 전세사기 사태 이후 확산된 빌라 기피, 다주택·임대사업자를 겨냥한 대출·세제 규제가 겹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비아파트(빌라) 공급 절벽이란 무엇인가, 왜 지금 문제인가

비아파트는 아파트를 뺀 주거용 공동·단독주택을 통칭한다.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다가구주택, 여기에 주거용으로 쓰이는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까지 넓게 묶인다.

이들은 아파트보다 분양가와 임대료가 낮아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저소득 1인 가구가 처음 독립할 때 딛는 주거의 첫 계단 역할을 해 왔다.

공급 절벽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빌라를 짓지 않으면, 2~3년 뒤 이 계단 자체가 사라진다.

인허가에서 준공까지 통상 2년 안팎이 걸리는 만큼, 오늘의 인허가 급감은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 공백으로 되돌아온다.

아파트 청약 문턱을 넘지 못하는 계층일수록 그 충격을 먼저, 그리고 오래 견뎌야 한다.

비아파트 공급 절벽, 숫자로 보면

착공 비중의 추락은 이 위기의 성격을 압축해 보여준다.

전체 주택 착공에서 비아파트가 차지하던 39%(2015년)라는 몫은 10년 만에 13%(2025년)로 내려앉았다.

절대량으로도 지난해 비아파트 착공은 최근 10년 연평균(약 16만 가구)의 23% 안팎에 그쳤다.

전체 주택 착공이 10년 평균(약 53만 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위축된 것과 비교해도, 비아파트의 낙폭이 유독 가파르다.

시장의 후퇴가 아니라 특정 유형의 소멸에 가깝다는 게 본지의 판단이다.

본지가 인허가·착공·준공·거래 지표를 함께 놓고 내린 결론은 세 갈래다.

첫째, 이번 위축은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이탈이다.

거래 비중만 봐도 비아파트는 2022년 20.4%에서 2025년 18.5%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빠지고 있다.

수요가 빠지니 사업성이 무너지고, 지어봤자 팔리지 않으니 인허가를 접는 악순환이다.

둘째, 통계의 하단이 먼저 붕괴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는 금융·브랜드 완충장치가 있지만, 영세 사업자가 짓는 빌라는 공사비 10~20% 상승과 대출 규제 앞에서 곧바로 손을 뗀다.

셋째, 공급 공백은 이미 예약된 미래다.

인허가가 바닥인 지금, 2~3년 뒤 준공 물량 절벽은 산술적으로 정해진 수순에 가깝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독일·미국의 소형 임대주택

소형 공동주택이 서민 주거를 떠받치는 구조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다만 각국은 그 저변을 지키는 장치를 두껍게 깔아 뒀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일본은 임대주택의 상당수가 목조·소형 공동주택인 이른바 아파토(アパート)와 소규모 맨션으로 채워져 있고, 상속·증여와 맞물린 임대주택 신축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돼 왔다.

저출산·고령화로 빈집이 늘어난다는 정반대의 고민을 안고 있을 정도다.

독일은 다세대 임대주택이 주거의 중심이고, 임대료 상한과 강력한 세입자 보호로 '월세살이'가 불안정한 신분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가 받친다.

세입자가 다수인 만큼 정치적으로도 임대 부문이 홀대받기 어렵다.

미국은 사정이 또 다르다.

단독주택 위주로 도시가 짜여 온 탓에 아파트와 단독주택 사이의 소형 다세대, 이른바 '미싱 미들(missing middle)' 주택이 부족하다는 논쟁이 수년째 이어졌고, 여러 주와 도시가 용도지역 규제를 풀어 소형 공동주택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 나라의 사례를 관통하는 교훈은 분명하다.

서민 주거의 저변은 시장에만 맡기면 가장 먼저 얇아지는 층위이며, 그래서 규제 완화든 임대 보호든 제도적 버팀목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이후 신뢰가 무너진 한국의 빌라 시장은 이 버팀목이 가장 절실한 국면에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비아파트 위축을 순수한 '공급 절벽'으로만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감소분에는 수요 위축이 공급 위축과 뒤엉켜 있고,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른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을 포함하면 그림이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애초에 빌라를 찾지 않는 세입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무작정 물량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공급 확대만으로는 시장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며 정보 비대칭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보완이 병행돼야 ��다고 짚었다.

공급의 양과 시장의 신뢰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2~3년 뒤 전월세난, 취약 차주부터 온다

공급 공백의 청구서는 이미 전월세 시장에 날아들고 있다.

서울 비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올해 초 79.7%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를 갈아치웠다.

전세 거래가 1년 새 17% 넘게 줄어드는 사이 순수 월세 거래는 두 자릿수로 늘었다.

전세사기와 보증사고를 겪은 세입자들이 보증금 떼일 위험이 큰 빌라 전세를 기피하면서, 시장이 통째로 월세로 밀려나는 중이다.

문제는 이 부담을 가장 크게 지는 계층이 청년·신혼·저소득 1인 가구, 즉 아파트로 갈아탈 여력이 없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전세라는 목돈 마련 사다리가 끊기고 매달 나가는 월세만 남으면, 자산 형성의 출발선 자체가 뒤로 밀린다.

정부도 위기를 인지하고 카드를 꺼냈다.

지난 5월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 공급 방안을 내놨는데, 이 가운데 6만6000가구를 서울 등 규제지역에 집중하고, 신축매입은 3만4000가구에서 5만4000가구로 늘리기로 했다. 100가구짜리 건물 중 20~50가구만 사들이는 부분매입을 허용하고 최소 매입 기준도 낮췄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활용해 2030년까지 7만7000가구를 인허가한다는 계획도 있다.

사업 기간이 짧은 비아파트로 1~2년 내 가시적 물량을 채워 전월세 불안을 누그러뜨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 대책이 이미 벌어진 인허가 절벽의 시차를 온전히 메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매입임대는 민간 신규 착공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수단에 가깝고, 규제 완화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

본지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인허가를 되살리지 못하면, 2~3년 뒤 서민 전월세난은 예고가 아니라 예정이다.

검증 노트

본 기사는 2026년 7월 23일 기준으로 작성됐다.

국토교통부 주택건설실적(인허가·착공·준공),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한국부동산원 전월세 통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분석, 정부의 5월 수도권 매입임대 공급 방안 발표를 1차 자료로 삼아 교차 검증했다.

핵심 주장별 판정은 다음과 같다. ①"전체 주택 착공에서 비아파트 비중이 2015년 39%에서 2025년 13%로 급감했다"는 국토부 실적으로 확인된다(TRUE). ②"공급 절벽의 원인은 전세사기 하나"라는 진술은 공사비·토지가 급등, 대출·세제 규제가 함께 작용한 만큼 사실을 오도한다(MISLEADING). ③"서울 비아파트 월세 비중이 79.7%로 사상 최고"라는 주장은 부동산원·국토부 통계로 뒷받침된다(TRUE). ④"매입임대 9만 가구로 다가올 전월세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시차와 민간 착공 위축을 감안하면 효과가 엇갈려 논쟁적이다(DISPUTED). ⑤"현재 인허가 급감이 2~3년 뒤 입주 물량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인허가-준공 시차상 유력하나 정책·수요 변수가 남아 절반의 사실이다(HALF-TRUE).

국제 비교의 각국 수치는 공개 자료에 근거한 정성적 추정으로, 세부 통계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편집국